어버이연합이 고액의 이자를 빌미로 탈북자들에게 억대의 돈을 차용했다가 상환하지 않아 고소된 사실이 밝혀졌다. 어버이연합이 탈북자에게 빌린 돈은 집회 알바비를 비롯해 운영자금으로 쓰였으며, ‘어버이연합 게이트’ 이후 청와대 및 전경련의 지원이 끊겼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에게 차용한 돈을 갚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2만원의 알바비를 받기 위해 어버이연합의 보수집회에 참석해온 탈북자들은 어버이연합의 배경에 박근혜 정부가 있다고 생각해 그동안 모아왔던 거액의 돈을 빌려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터지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버이연합으로부터 차용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
탈북자 A씨는 “어버이연합 간부 B씨가 어버이연합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돈을 갚지 않았다”며 “2016년 중순 서울 동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어버이연합 간부 B씨는 2015년 초 탈북자 A씨를 만나 “돈이 필요하다”며 차용증을 쓰고 돈을 빌렸다. B씨는 돈을 차용하는 대가로 한 달에 1%의 이자를 줄 것을 약속했다. 1000만원을 줄 경우 한 달에 10만원을 주기로 한 것이다. 또 매달 열리는 집회 알바에 우선적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A씨는 5000만원을 시작으로 총 1억원에 이르는 돈을 B씨에게 빌려줬다. 차용증은 B씨와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의 이름으로 작성됐다.
그러나 2016년 6월부터 이자가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2016년 6월은 시사저널 단독보도로 ‘어버이연합 게이트’가 촉발된 이후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의 집회 지시를 받은 사실과 전경련의 자금 지원을 받은 정황 등이 보도된 이후였다. 당시 어버이연합은 기존에 있던 사무실을 폐쇄하고 활동을 잠정 중단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B씨가 ‘이제 집회도 못 하게 됐고 후원도 못 받게 됐다’며 돈을 갚지 못하겠다고 했다”면서 “내가 아는 사람들만 해도 4명이 7천만원 정도의 돈을 B씨에게 빌려줬다가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연합이 회원들이 2016년 4월21일 시사저널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임준선
탈북자들을 통해 빌린 돈은 어버이연합 운영자금으로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빌린 돈을 어디에 썼냐고 물으니 집회 알바비와 운영비용으로 썼다고 했다”며 “돈을 빌려주면 집회 참가를 우선적으로 하게 해준다고 했다. 어버이연합 집회에 빠짐없이 참석하면 한 달에 7~10번 정도로, 이자 외에도 20만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다고 하면서 거액의 돈을 빌려줄 것을 제안했다”고 발했다. 그러나 A씨는 “실제로 집회에 참석하고 나니 ‘봉사’를 한 것이라며 돈을 주지 않은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차용 계약이 만료됐음에도 돈을 받지 못하게 되자 A씨는 2016년 7월 서울동부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어버이연합 측은 법원을 통해 A씨에게 보낸 답변서를 통해 “빌린 돈은 어버이연합 운영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입장과 함께 차용된 돈의 사용 내역서를 보내왔다. 탈북자들을 통해 빌린 억대의 돈을 어버이연합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탈북자들은 어버이연합이 청와대와 관련성이 깊다고 생각해 돈을 빌려줬다고 말했다. A씨는 “어버이연합 측이 청와대 기념품을 가져와서 나눠주는 등 청와대(박근혜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과시했기 때문에 믿고 돈을 빌려줬다”고 언급했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김용화 대표는 “탈북자들은 어버이연합 뒤에 청와대(박근혜 정부)가 있다고 생각해 돈을 받지 못한다는 의심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어버이연합은 빌려준 돈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고 심지어 탈북자들을 또 동원하기 위한 자금으로 사용했다. 현재는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이들에게 상환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련해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은 “탈북자들한테 돈을 빌려 어버이연합 운영자금으로 쓴 것은 사실”이라며 ”차차 갚아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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