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저하와 엔진 급정지로 표류·충돌 위험…해운조합도 “대형 안전사고” 가능성 사전 인지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
세월호가 발전기 및 엔진 등에 심각한 고장이 발생한 상태로 참사 당일인 2014년 4월16일까지 운항됐던 사실이 드러났다.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청해진해운(세월호 선사) 공문들에 따르면, 세월호는 발전기 가동시 유증기(油烝氣)가 발생하고 엔진이 트립(급정지)되는 심각한 상태였다.
선박 운항 중 엔진이 급정지하면 배는 동력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한 선박전문가는 “(엔진 급정지는)굉장히 위험하다”며 “육지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면 비상발전기를 돌려서 다시 운항할 수 있지만, 입출항을 하거나 부두 옆에 있거나 섬 사이에 있으면 밀릴 수 있다. 조종불능선박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청해진해운은 세월호의 발전기와 엔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최소한 사고 6개월 전에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2013년 9월26일 한국해운조합에 보낸 문서에서 청해진해운은 “제주-인천간 운항하는 세월호에서 최근 발전기의 전체(1,2,3호기) 가동시 유증기 발생 및 압력저하 후 갑자기 엔진이 트립되는 문제 발생으로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 할 수 있었던 사안이 있(다)”고 쓰고 있다.
이어 청해진해운은 “본선에서 발전기의 트립 원인규명을 위해 연료유와 관련된 기기 및 파이프라인을 점검하던 중 첨부와 같이 슬러지(불순물, 침전물)가 연료유 파이프라인을 막고 있는 심각한 문제가 확인되어 연료유에 슬러지 과다 유입경로 조사를 요청하오니 조속한 시일내에 원인을 규명하여 시정하여 (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선박에서 연료유를 사용할 땐 먼저 연료유를 세틀링 탱크(Settling tank)에 모아 청정기를 통해 슬러지를 걸러내고 이를 다시 서비스 탱크(Service tank)에 넘겨 히팅(Heating)을 하게 된다. 위의 선박전문가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치면 “슬러지가 찰 이유가 전혀 없다”며 “연료유 공급업체에 슬러지가 꼈다고 공문을 보내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 이렇게 되면 발전기나 엔진이 바로 죽어버린다”고 했다.
청해진해운은 “대형 안전사고”의 발생 가능성을 알고 있었고, 그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에서 세월호 운항을 계속했다.
청해진해운이 한국해운조합 인천지부에 2014년 1월28일자로 보낸 ‘세월호 연료(MFO)유 슬러지 과다발생 문제 관련’이라는 제목의 공문에 따르면 “21일 인천항에서 세월호가 연료유를 수급하여 사용하던중 다량의 슬러지 발생으로 인하여 단시간 내에 스트레이너(여과기)의 기능이 상실되는 문제가 발생되었다. 선박의 연료유 문제에 따라 선박의 안전운항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고 돼 있다.
청해진해운은 발전기의 압력저하와 엔진이 급정지하는 현상과 관련해 연료유를 문제 삼았으나, 세월호 침몰 사고가 있던 당일까지 그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세월호 사고 불과 일주일 전인 2014년 4월8일 ‘세월호 유류수급시 문제발생 관련 개선사항 보고’ 문서에서 청해진해운 박 모 차장은 “다량의 슬러지 발생과 관련하여 샘플조사와 현장실사등 점검을 실시하였으나 뚜렷한 원인을 찾을 수 없(었다)”고 보고했다.
청해진해운은 엔진 급정지의 원인이 연료유 때문인지 확인도 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료유 공급시 샘플 채취 등의 조치를 하는 것으로 이 문제를 덮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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