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미국에서 진행 중이던 원전 2기의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당초 예상했던 건설 비용이 치솟고 있는 데다 완공 시점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신재생과 천연가스 중심으로 에너지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현실이 영향을 미쳤다.
1일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젠킨스빌에서 ‘VC서머’ 원전 건설을 발주한 산티쿠퍼 등의 업체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용 초과를 이유로 원전 건설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사 중단 이유는 “비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산티쿠퍼가 2008년 발주한 VC서머는 일본 도시바가 모회사인 웨스팅하우스가 시공을 맡았다. 원전은 2024년까지 51억달러(약 5조7000억원)를 투입해 완공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완공 시점이 늦춰지면서 공사비가 당초 예상한 금액의 2배 이상인 114억달러(약 12조8000억원)까지 불어났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손해를 볼 이유가 없게 된 셈이다. 산티쿠퍼 측은 “고객들에게 비경제적인 프로젝트에 돈을 내라고 요청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번 원전 건설 중단은 도시바를 재무 위기에 빠뜨린 웨스팅하우스의 파산보호 신청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겠지만, 원전 산업의 불확실성이 투자자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현재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신규 원전 공사가 지연되고 건설 비용이 초과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환경 비용과 사회적 비용을 반영한 ‘균등화 발전원가’로 따지면 원전은 더 이상 값싼 연료가 아니라는 점은 원전 선진국도 파악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22년 균등화 발전원가가 MWh당 원전 99달러, 풍력 64달러, 태양광 85달러로 원전이 가장 비쌀 것으로 전망했다.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도 2025년 균등화 발전원가를 MWh당 원전 95파운드, 풍력 61파운드, 태양광 63파운드로 추산했다.
셰일가스 개발과 신재생에너지 단가 하락 등으로 미국의 원전 경제성이 추락하면서 최근 5년간 원전 5기가 설계수명 이전에 문을 닫았고, 향후 9년간 6기가 폐쇄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서 운영 중인 원전 99기 가운데 절반 이상이 막대한 손실을 입으면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VC서머 공사 중단으로 현재 미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조지아주의 ‘보그틀’ 2기뿐이다. 이 역시 웨스팅하우스가 짓고 있다는 점에서 실제 완공될지는 불투명해졌다.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국 처장은 “원전의 원천기술국인 미국에서도 원전이 경제성을 잃었다”며 “204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0여기의 원전이 폐쇄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원전 산업은 건설이 아니라 폐로 산업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고리 5·6호기를 계속 건설한다면 7조원 이상이 더 들어가야 하는데 이 돈을 에너지 효율과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영득 기자 god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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