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멘트>
한국전쟁이 끝난 뒤 1955년~1963년 사이 태어난 세대, 바로 베이비붐 세대입니다.
이 세대만 무려 730만 명,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는데요.
올해 나이 54살에서 62살로 속속 은퇴자 대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나라 산업화의 주역이었지만 이제는 '고개 숙인 아버지'란 말로 더 많이 불리는 게 현실입니다.
부모와 자식 부양에 매여 정작 본인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베이비붐 세대 10명 가운데 8명 가까이가 "노후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답했을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은퇴하면 곧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회적 병폐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먼저 그 실태를 김채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평생 자식 뒷바라지…은퇴후 쪽방 신세▼
<리포트>
김병국 할아버지는 벌써 10년째 좁은 고시원에서 홀로 살고 있습니다.
한때는 어엿한 건설사 직원이었지만 평생 자식 다섯 뒷바라지에 노후 대비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습니다.
게다가 퇴직 후 사업 실패로 그나마 남은 돈까지 모두 날려, 결국 쪽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인터뷰> 김병국(82세/건설사 퇴직) : "(아들, 딸도) 자식들 키우고 살기도 어려운데. 나까지 거기에 얹히겠다. 그건 아니죠."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한 백창현 할아버지.
2년 전부터 택배 일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택배입니다!"
갈수록 늘어가는 병원비에 생활비까지 대려면, 다시 생활전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백창현(82세/통신사 퇴직) : "보수는 적더라도 우선 다니는 데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니까 (안심이 되죠). 약값도 많이 부담이 되잖아요. 아무래도 보탬이 되고..."
그러나 이렇게 일을 하려 해도 마땅한 일자리는 찾기 어렵습니다.
대졸 이상 고학력 노인도 3명 중 1명은 경력과 상관없는 경비나 시설관리 등 단순노무에 종사하고 있습니다.
<녹취> 아파트 경비원 : "(경비원 중에) 큰 회사 상무로 있다가 온 사람도 있고, 잘 나갔던 사람들 많아요."
평생을 일하고도 안락한 노후는커녕 가난의 불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노년의 삶.
우리 사회 노인층이 직면한 현실입니다.
KBS 뉴스 김채린입니다.
▼노인 30% 일하는데…빈곤율 여전히 꼴찌▼
<기자 멘트>
중장년층을 위한 일자리, 채용 박람회장입니다.
지금 보시는 건 박람회 포스터들인데요.
상담을 받고, 이력서를 내고, 이렇게 청년 뿐아니라 노인들도 구직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지금도 노인 3명 중 1명은 경제활동, 즉 '일하는 중'입니다.
그런데도 노인 인구의 절반이 빈곤층입니다.
OECD 평균보다 노인 고용율은 2배지만, 빈곤율은 무려 4배나 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노인층이 퇴직 후, 노년의 삶을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노후대비 1순위로 꼽히는 국민연금을 한번 볼까요?
현재 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국민연금 수급자는 전체의 38%에 불과합니다.
특히 저소득층 노인은 공적·사적연금을 다 합쳐도 겨우 18%.
10명 중 8명은 연금 한푼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결국 저임금 허드렛일에 내몰려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 빈곤의 악순환'에 빠진 겁니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요?
지금까지 노인 인구는 한해 평균 20만 명 정도 늘었는데,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인층으로 진입하면 이제 70만 명씩 늘어납니다.
노부모는 살아계시고 자식은 아직 독립하지 못한 세대가 '소득이 없는 노인'층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이 때문에 노인층이 쌓아온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좋은 일자리'가 노인 복지의 최우선 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100세 시대 대안은? ‘경력 살리는 양질 일자리’▼
<리포트>
은퇴 이후를 준비하려는 사람들로 상담소가 북적입니다.
연금 고민에 자녀 결혼자금 문제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습니다.
<인터뷰> 차은숙(서울시 강동구) : "10년이 안되면 연금은 없었어요. 그래서 연금은 없고.."
<인터뷰> 김재경(서울시 송파구) : "기본적으로 전세는 해줘야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60 청춘, 90 환갑' 시대.
이제 은퇴 후에도 안정적인 소득은 필수입니다.
문제는 어떤 일을 하느냐입니다.
자동차 검사 대행원, 박용득 씨의 새 직업입니다.
5년 전 은퇴하기 전까지 운전기사로 일했던 경력을 살려 재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인터뷰> 박용득(65세) : "내가 벌어서 쓴다는 데 큰 자부심을 갖고 있고, 제가 운전하는 데 지장이 없을 때까지 하고 싶습니다."
이렇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는 55세 이상 고령층이 무려 60%.
저임금 공공근로에 머물러 있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오건호('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운영위원장) : "규모도 작고 금액도 적고 그래서 대대적 으로 노인 노동시장, 혹은 노인 일자리에 대한 재구성이 필요하다고 봐요."
노인들의 풍부한 경험을 살리는 좋은 일자리로 기업과 노년층, 사회가 상생하는 새로운 '일자리 복지'를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KBS 뉴스 김도영입니다.
김도영기자 (peace1000@kbs.co.kr)
김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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