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청와대 각 부처에 ‘좌파’ 문체단체에 대한 전수조사와 함께 이를 토대로 얻은 정보를 검찰과 경찰에 제공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모철민 전 청와대 교문수석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1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이 증언대로라면 청와대가 이른바 ‘블랙리스트’ 단체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관리하며 지원을 배제한 것을 넘어 직접 사법처리 방향까지 제시하는 등 수사기관에 영향력을 행사한 셈이다.
검찰이 제시한 지난 2014년 3월 27일자 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실수비)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각 부처가 산하기관 지원 시 과거 불법시위 가담 등 헌법에 반하는 행동을 파악할 것, 정무수석은 조속히 관련 부처와 협력할 것’ 등을 지시했다.
특히 강조의 의미로 별표를 적고는 ‘예시. 산하기관 단체명 일체를 검경에 제공할 것’이라는 사항을 덧붙였다. 이는 이른바 ‘좌파’로 지정된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지 않기 위해 논의된 ‘개선 방안’으로서 제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주도로 반정부 성향의 문화예술 단체의 불법시위 전력 등을 파악해 일종의 '찍어내기' 수사를 하도록 수사기관에 압력을 넣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모 전 수석은 당시 실수비에 참석했다고 언급하면서 “(김 전 실장이) 검경 사법조치 기록을 남기라고 지시했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도록 협의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후 좌파단체 등에 대한 전수 조사를 위해 정무수석실에서 주도하고 다른 여러 수석실이 참여하는 방식의 민간지원TF가 발족됐다.
모 전 수석에 따르면 해당 실수비 회의 이후 문체부 등 관계부처는 과거 2년 동안 민간에 나간 보조금 전체를 정리해 정무수석실에 보고했고, 이를 토대로 지원 배제 명단이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무수석실에서) 어떤 기준과 가치를 가지고 했는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단체를 선정해 각 부처에 내려 보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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