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인터뷰서 밝힌 '故 김광석 딸 사망' 전후 상황
[동아일보]
2002년 1월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가수 고 김광석 씨의 장모 주모 씨(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의 고희연. 김 씨의 부인 서모 씨(주 씨 바로 뒤)와 딸 서연 양(앞줄 오른쪽) 등이 한복을 입고 있다. |
1996년 숨진 가수 김광석 씨의 부인 서모 씨(52)가 딸 김서연 양의 죽음을 자신의 어머니에게도 숨긴 사실이 22일 확인됐다. 또 김 양은 2007년 12월 숨졌지만 이듬해 서 씨가 김 씨의 음반 저작권을 인정받은 대법원 판결문엔 서 씨와 김 양이 공동 피고로 명기돼 있었다. 서 씨가 김 씨 음반의 저작권을 갖기 위해 장기간 김 양의 죽음을 숨겼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검찰은 서 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 “동사무소 연락 받고 손녀 사망 알았다”
서 씨의 어머니이자 김 양의 외할머니인 주모 씨(84)는 22일 서울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08년 봄 무렵 만난 딸이 ‘서연이가 미국에 있다’고 말해 당시엔 죽었다는 걸 몰랐다”고 털어놨다. 김 양이 2007년 12월 23일 숨진 뒤에도 서 씨가 어머니 주 씨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당시 주 씨는 딸 서 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서 씨의 경기 용인시 집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서 씨는 집 앞까지 찾아온 주 씨를 한사코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인근 편의점으로 갔고 주 씨가 김 양에게 사줄 과자를 고르자 서 씨는 “서연이 과자 못 먹어”라며 과자를 상품 진열대로 다시 가져다놨다고 한다.
주 씨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나와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 씨는 “서연이가 다시 미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주 씨가 “간다고 얘기라도 해주지 어째 말도 없이 갔느냐”며 서운해하자 서 씨는 “그렇게 됐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며칠 뒤 주 씨는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연이가 보고 싶으니 사진이라도 보내 달라”고 하자 서 씨는 예전에 찍은 사진 2장을 보냈다.
얼마 뒤 주 씨는 김 양이 숨진 사실을 동사무소에서 연락을 받고 알았다고 밝혔다. 주 씨는 “‘죽은 서연이 앞으로 25만 원이 있는데 찾아가라’는 전화가 동사무소에서 걸려왔다”며 “믿기지 않아 동사무소에 가봤더니 딸(서 씨)이 서연이 사망신고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 씨가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서 씨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주 씨는 몇 달 뒤에야 서 씨로부터 김 양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시 서 씨는 “서연이가 죽은 날 새벽 나는 집 작은 방에 있었다. 큰 방에서 TV를 보던 서연이가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해서 물 한 컵을 떠다줬다. 물을 마신 서연이가 거실 소파에 누운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바닥으로 툭 떨어져 119에 신고했는데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김 양은 2007년 12월 23일 오전 5시 14분경 용인시 집에서 쓰러졌다. 당시 서 씨가 김 양을 발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시간도 안 돼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김 양의 사망 원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었다. 당시 서 씨는 경찰에서 “딸이 닷새 전부터 인근 의원에서 감기약을 지어 먹고 진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양의 체내에서 감기약 성분 외에 다른 약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범죄와 관련이 없는 죽음으로 판단했다.
○ “일반인을 살인자 취급하는 세상”
2008년 6월 26일 대법원은 김광석 씨 음반의 저작권에 대한 서 씨와 김 양의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판결문에는 7개월 전에 숨진 김 양의 이름이 서 씨와 함께 피고로 올라 있었다. 서 씨가 김 씨 음반의 저작권을 놓고 김 씨의 동생 등과 벌인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 상속인인 김 양이 숨진 사실을 숨기고 재판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서 씨는 딸의 사망을 숨기고 ‘소송 사기’를 벌였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 “나는 장애를 가진 딸을 위해 전 세계를 누볐다. 누구도 내게 연락 한 번 주지 않았다”며 “사망 사실은 때가 되면 알리려고 했지만 미국에서 5년간 생활하며 경황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 관련 의혹을 제기한 이상호 감독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 씨의 형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했다.
서 씨는 동아일보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사 대표로 살고 있는 일반인을 살인자 취급하고 사회생활 못 하게 만드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서 씨는 김 씨 음반의 저작권과 판권을 가진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두 달가량 전부터 회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이 감독 등은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서 씨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검찰은 서 씨의 출국을 금지하고 사건을 서 씨의 주소지 관할인 서울 중부경찰서로 내려보냈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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