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제압문건·블랙리스트 수사 의뢰로 윗선 확대
檢 "총 책임자, 추가수사 진행되면 달라질 수 있어"
檢 "총 책임자, 추가수사 진행되면 달라질 수 있어"
(서울=뉴스1) 이유지 기자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사이버외곽팀을 운영하며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된 검찰 수사가 박원순 제압문건과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사건의 추가 수사의뢰로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정원에서 이른바 '댓글부대'와 관련해 2차례에 걸쳐 수사를 의뢰한 후 초반에는 외곽팀장 48인에 대한 조사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국정원 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 TF의 추가조사 결과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가 세갈래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으로부터 추가 의뢰받은 박원순 제압문건과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건과 관련해 연일 압수수색과 관련자 소환을 이어가는 가운데, 당시 청와대와 국정원의 교감을 나타내는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21일 오후 기자들과 만나 앞서 '현재까지 사이버외곽팀 총 책임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라 밝혔던 것과 관련해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 박원순 제압문건 관련 수사를 진행하다보면 달라질 수 있지 않겠느냐"며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의 윗선 확대를 시사했다.
이 관계자는 "원 전 원장을 총 책임자라고 밝혔던 당시는 인터넷상 댓글공작과 관련한 수사의뢰를 기준으로 말했던 것"이라며 "다만, 이른감이 있어 지금 단정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갈래 수사의 칼끝은 결국 원 전 원장을 넘어 당시 국정 총 책임자인 이 전 대통령으로 모이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피해자들의 줄소송도 예고돼있어 더욱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9일 직접 이 전 대통령과 원 전 원장 등 문건을 작성하고 실행에 옮긴 11명을 명예훼손,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무더기 고소·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공안2부(부장검사 진재선)에 배당돼 수사 중이며 박 시장은 내주 고소·고발인 조사를 앞두고 있다.
문화·연예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방송퇴출·소속사 세무조사 등 전방위 불이익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배우 문성근씨, 방송인 김미화씨 등도 이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피해사례를 수집하며 소송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이들은 '국정원 문건으로 공작 지시가 청와대로부터 하달된 것이고,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원 전 원장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고 이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당시 원 전 원장으로부터 뻗어나가는 보고라인 핵심 인사들도 연이어 소환하며 실체적 윗선 파악을 위해 수사망을 좁혀가는 중이다.
지난 19일 사이버외곽팀 운영 책임자였던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을 구속한 검찰은 21일 민 전 단장의 직속 상관이었던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원 전 원장 역시 이르면 내주 불러낼 전망이다.
검찰은 20일 이들의 지휘아래 배우 문성근·김여진씨의 합성사진을 보수성향 인터넷 사이트에 유포한 국정원 심리전단 전 팀장 유모씨와 팀원 서모씨에 대해 명예훼손과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 22일 구속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있다.
국정원 개혁발전위 산하 적폐청산 TF 조사 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장악'과 'MBC 정상화 전략 및 추진 방향'·'KBS 조직개편 이후 인적쇄신 추진방안' 등 문건도 청와대 지시로 국정원이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문건들 역시 당시 국정 총 책임자였던 이 전 대통령을 가리켜 추가 수사로 갈래가 또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전 대통령에게 직권남용 등 혐의가 적용되려면 원 전 원장을 통해 국정원에 여론조작 등을 직접 지시했는지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혀져야 한다. 이에 향후 이 전 차장과 원 전 원장, 그리고 이 전 대통령 본인의 진술과 추가 수사 확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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