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버이연합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것은 지난해 4월입니다. 그동안 우리 야당 의원들은 대검찰청을 찾아가 빨리 수사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고, 바로 이 자리에 서서 법무부 장관에게 수 차례 답을 내 줄 것을 주문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다 되도록 검찰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본회의에서 지적했던 그 상황이 마침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추 전 사무총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국정원 지시는 없었다며 관제 시위 의혹은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나 이와 같은 해명으로 검찰의 칼끝을 계속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안 했다"거나 "북한의 공작금을 받았지만 그냥 자발적으로 간첩 활동을 한 것"이라는 등의 '비틀기'를 내놓고 있다. "국가 기관에서 돈 받고 한 게 관제시위" 또는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될 상황"이란 반응에는 이런 기대도 담겨 있다. 이번만큼은 진실을 가리는 거짓을 도려낼 수 있을 거란.
속 터지는 국회 속기록, 50차례 등장하는 어버이연합
그만큼 오랫동안 어버이연합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또 그만큼 오랫동안 '공권력'은 이를 사실상 '모르쇠'했다. 국회 속기록만 뒤져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버이연합이 발족한 2006년 5월 8일 이후, 국회 본회의는 물론 국정감사, 상임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이 단체가 거명된 것만 50차례나 된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국회에 출석한 장관 등이 내놓은 답은 이런 식이었다.
서영교 의원: "어버이연합, 이름이 어버이연합이라서 어버이들이신 줄 알고 저희가 조심하려고 했는데 그것이 아니라 청와대의 집회 지시가 있었다, 이건 정말 대한민국이 깜짝 놀랄 일입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정말 낯 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대통령께서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하는 것은 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니냐, 이런 의문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국정원 비용 아닌가."
김현웅 법무부 장관: "예, 지금 수사를 통해서 사실관계가 확정이 될 겁니다.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해철 의원: "어버이연합에서 그동안 했던 주요 시위를 보면 2013년에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퇴진을 주장하면서 화형식도 하고, 또 야당과 국가정보원 개혁방안을 합의했다 해서 당시 황우여 대표 화형식 및 김무성 대표 규탄집회도 하고, 총 39회의 세월호 반대집회를 하고, 올해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서도 일당을 받고 했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런 집회나 시위를 하면서 경제단체, 전경련이라고 하지요? 돈을 받고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김현웅: "지금 누차 말씀드리지만 고발과 수사 의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전해철: "장관께서 굉장히 큰 사회적 현안이 있으면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든지 아니면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그냥 이게 무슨 잡범이고 사소한 일입니까? 그런데 수사 중인 건이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가슴이 터진다"는 국회의원에게, 당시 황교안 장관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참 시끌시끌하던 2016년 4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상황이 이 정도였다. 2014년에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이 터지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고발했고, 한 달 뒤 청와대는 이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야당을 겨냥한 기획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국회의원들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황교안: "대한민국 검찰이 특정 정당을 목표로 해서 편파수사를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반응에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슴이 터진다"고 했다. 당시 서 의원은 "김용익 의원 같은 경우는 국회의원이 아닐 때 그 법이 통과됐는데, 고발되어서 이름이 나오고 언론에 계속 나오고, 마치 큰 뭐라도 한 것인 양,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 로비 운운하면서 피의 사실 줄줄줄줄 흘리고 매 번 보도되게 하고 장관이 선출직이라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흘리는 피의 사실에 다른 사람들은 가슴이 터진다"고 했다.
황교안: "제가 조금 전에 확인해 보니까 검찰에서는 그런 것을 흘리거나 발표한 일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 의원님 걱정 말씀하시니까 제가 다시 한 번 나중에 정밀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2014년 11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그로부터 약 한 달 전 이보다 훨씬 더 기막힌 이야기가 터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 황 장관의 이와 같은 반응은 확실히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2014년 10월 24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어버이연합 고문 백세 잔치에 1400만 원"... "봉사 차원에서"
"어버이연합 고문 백세 잔치하는데 1400만 원 들여서 잔치해주는 건 뭡니까? 이것은 무슨 법적 근거로 이렇게 해주세요? 남이 백세 잔치하는데 이것 잔치 해줍니까? 이게 무슨 법적 근거이지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말처럼 국민 혈세를 지원 받는 자유총연맹 활동과 아무 관계없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질의에 당시 윤상현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직무대행은 결국 이런 답을 내놓고야 말았다.
윤상현: "그것은 아마 저희들 입장에서는 봉사 차원에서 한 것 같습니다."
노웅래: "그러면 봉사 차원이면 5000만 다 해야 될 것 아니에요, 북한 주민까지 7000만? 그런데 왜 이분만 특혜 했어요? 어버이연합 이 고문만 왜 하냔 말이에요."
그로부터 약 1년 전에는 앞서 "가슴이 터진다"고 했던 서영교 의원과 황교안 장관이 이런 일로 맞붙기도 했다. 2013년 11월 1일, 법무부 국정감사. 그 때 이미 서 의원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팩트'를 이렇게 얘기했다. 이에 대한 황 장관의 대답은 당당했다.
서영교: "국정원에서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라고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엄마부대, 그러니까 곳곳에 민주당이 움직이거나 시민단체가 움직이는 데 반대시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수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정원 자금이 그런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불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요구하고요."
황교안: "의원님께서 어떤 수사를 요구한다고 제가 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국회도 겁냈던 어버이연합, 최초로 거명한 이 국회의원의 말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인태 의원(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버이연합이 겁난다고 했다.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은 "'박지원은 목포 가서 할복하라, 임수경이 저쪽으로 돌려보내라'와 같은 활동을 하는 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가 몇 백 명 모아놓고 강의하는 사업에 통일부가 왜 지원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어버이연합, 또 잘못하면 쳐들어올까 봐 겁난다"고도 했다.
이러한 두려움은 이미 그보다 훨씬 더 전부터 퍼져 있었다. 속기록에 따르면 국회에서 어버이연합을 최초로 거명한 이는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이다. 그는 2010년 6월 21일, 국무총리실 업무보고에서 "지금 참여연대 앞에서 아주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가스통, 화염병이 등장했다"며 "왜 테러리스트를 그대로 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지는 그의 마무리 발언은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깊다.
"자기 업무를 하고 있는데 거기를 침해해 가지고 그 민간단체들에 보수단체들이 가서 폭력을 행사하고 위협을 하고 협박 행위를 하고 또 위험물인 가스통, 시너, 화염병 이것을 소지했다면 이것부터 처리하고. 범죄 행위를 뻔히 보는 경찰이, 눈앞의 범죄행위를 보고도 경찰이 묵인했다는 것입니다. 공권력이 어디에 필요한 것입니까?"
두려움은 그렇게 자랐다.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늘에서.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본회의에서 지적했던 그 상황이 마침내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추선희 어버이연합 전 사무총장이 21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았다.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추 전 사무총장은 국정원으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국정원 지시는 없었다며 관제 시위 의혹은 완강하게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나 이와 같은 해명으로 검찰의 칼끝을 계속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술은 마셨지만 음주 운전은 안 했다"거나 "북한의 공작금을 받았지만 그냥 자발적으로 간첩 활동을 한 것"이라는 등의 '비틀기'를 내놓고 있다. "국가 기관에서 돈 받고 한 게 관제시위" 또는 "국정원 돈을 받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될 상황"이란 반응에는 이런 기대도 담겨 있다. 이번만큼은 진실을 가리는 거짓을 도려낼 수 있을 거란.
속 터지는 국회 속기록, 50차례 등장하는 어버이연합
▲ 2016년 4월 22일 오전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사무총장이 '전경련과 재향경우회 등에서 뒷돈을 받았다' '청와대 행정관 지시로 친정부 시위를 벌였다' 등 각종 의혹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
ⓒ 권우성 |
그만큼 오랫동안 어버이연합을 둘러싸고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또 그만큼 오랫동안 '공권력'은 이를 사실상 '모르쇠'했다. 국회 속기록만 뒤져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버이연합이 발족한 2006년 5월 8일 이후, 국회 본회의는 물론 국정감사, 상임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이 단체가 거명된 것만 50차례나 된다. 그럼에도 그때마다 국회에 출석한 장관 등이 내놓은 답은 이런 식이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 "예, 지금 수사를 통해서 사실관계가 확정이 될 겁니다. 지켜봐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전해철 의원: "어버이연합에서 그동안 했던 주요 시위를 보면 2013년에 문재인 전 대표의 정계퇴진을 주장하면서 화형식도 하고, 또 야당과 국가정보원 개혁방안을 합의했다 해서 당시 황우여 대표 화형식 및 김무성 대표 규탄집회도 하고, 총 39회의 세월호 반대집회를 하고, 올해 초에 박근혜 대통령이 참여한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서명운동에서도 일당을 받고 했지 않느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데요. 이런 집회나 시위를 하면서 경제단체, 전경련이라고 하지요? 돈을 받고 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김현웅: "지금 누차 말씀드리지만 고발과 수사 의뢰가 되어 있기 때문에 수사 결과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전해철: "장관께서 굉장히 큰 사회적 현안이 있으면 최소한의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든지 아니면 문제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해야 되는 것 아니에요? 그냥 이게 무슨 잡범이고 사소한 일입니까? 그런데 수사 중인 건이기 때문에 법무부장관이 아무 이야기도 하지 않는다..."
"가슴이 터진다"는 국회의원에게, 당시 황교안 장관은...
▲ 2014년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 전체회의에 출석한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 모습. | |
ⓒ 남소연 |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어버이연합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한참 시끌시끌하던 2016년 4월 28일 법제사법위원회 상황이 이 정도였다. 2014년에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이보다 더 심각한 일이 터지기도 했다. 어버이연합이 치과의사협회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며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전·현직 의원 13명을 고발했고, 한 달 뒤 청와대는 이 사건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야당을 겨냥한 기획 수사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국회의원들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의 입장을 따져 물었다.
황교안: "대한민국 검찰이 특정 정당을 목표로 해서 편파수사를 하는 일은 없습니다."
이와 같은 반응에 서영교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가슴이 터진다"고 했다. 당시 서 의원은 "김용익 의원 같은 경우는 국회의원이 아닐 때 그 법이 통과됐는데, 고발되어서 이름이 나오고 언론에 계속 나오고, 마치 큰 뭐라도 한 것인 양,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입법 로비 운운하면서 피의 사실 줄줄줄줄 흘리고 매 번 보도되게 하고 장관이 선출직이라고 생각해보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이 흘리는 피의 사실에 다른 사람들은 가슴이 터진다"고 했다.
황교안: "제가 조금 전에 확인해 보니까 검찰에서는 그런 것을 흘리거나 발표한 일이 없다고 하는데, 지금 의원님 걱정 말씀하시니까 제가 다시 한 번 나중에 정밀하게 알아보겠습니다."
이렇게 2014년 11월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역시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그로부터 약 한 달 전 이보다 훨씬 더 기막힌 이야기가 터져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당시 황 장관의 이와 같은 반응은 확실히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2014년 10월 24일,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어버이연합 고문 백세 잔치에 1400만 원"... "봉사 차원에서"
▲ 2014년 12월 24일, 서영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보고에 출석한 황교안 법무부 장관에게 긴급현안질의 때 황 장관에게 전달된 쪽지 내용과 관련한 질의를 하고 있다. 앞서 문건 유출경위 조사 과정에서 청와대의 회유나 강압 수사가 있었는지를 따져묻는 긴급현안질의에 나온 황 장관은 당시 부처 관계자로부터 "청와대 회유는 알지 못하고 검찰 회유는 없었다고 하셔야 합니다"라고 적힌 쪽지를 전달받았다. 당시 <오마이뉴스>는 이 장면을 포착해 단독 보도한 바 있다. | |
ⓒ 남소연 |
"어버이연합 고문 백세 잔치하는데 1400만 원 들여서 잔치해주는 건 뭡니까? 이것은 무슨 법적 근거로 이렇게 해주세요? 남이 백세 잔치하는데 이것 잔치 해줍니까? 이게 무슨 법적 근거이지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말처럼 국민 혈세를 지원 받는 자유총연맹 활동과 아무 관계없는 일이었다. 이와 같은 질의에 당시 윤상현 한국자유총연맹 회장 직무대행은 결국 이런 답을 내놓고야 말았다.
윤상현: "그것은 아마 저희들 입장에서는 봉사 차원에서 한 것 같습니다."
노웅래: "그러면 봉사 차원이면 5000만 다 해야 될 것 아니에요, 북한 주민까지 7000만? 그런데 왜 이분만 특혜 했어요? 어버이연합 이 고문만 왜 하냔 말이에요."
그로부터 약 1년 전에는 앞서 "가슴이 터진다"고 했던 서영교 의원과 황교안 장관이 이런 일로 맞붙기도 했다. 2013년 11월 1일, 법무부 국정감사. 그 때 이미 서 의원은 최근 드러나고 있는 '팩트'를 이렇게 얘기했다. 이에 대한 황 장관의 대답은 당당했다.
서영교: "국정원에서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대주고 있다라고 하는 얘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에서 엄마부대, 그러니까 곳곳에 민주당이 움직이거나 시민단체가 움직이는 데 반대시위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들에 대해서 수사할 것을 요구합니다. 국정원 자금이 그런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면 불법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요구하고요."
황교안: "의원님께서 어떤 수사를 요구한다고 제가 수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요, 그 절차를 밟으셔야 합니다."
국회도 겁냈던 어버이연합, 최초로 거명한 이 국회의원의 말
▲ 2010년 6월, 유엔안보리에 천안함 사건 관련 서한을 보낸 것에 항의하며 보수단체 회원들이 연일 참여연대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사진은 2010년 6월 18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앞에 모인 '대한민국 어버이연합' 회원들이 오물이 든 것으로 보이는 플라스틱통에 휴지로 심지를 만들어 와서 '화염병'이라하며 앞으로 던지고 있다. | |
ⓒ 권우성 |
더 거슬러 올라가면 유인태 의원(전 민주당 최고위원)은 어버이연합이 겁난다고 했다.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유 의원은 "'박지원은 목포 가서 할복하라, 임수경이 저쪽으로 돌려보내라'와 같은 활동을 하는 평화통일탈북인연합회가 몇 백 명 모아놓고 강의하는 사업에 통일부가 왜 지원을 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유 의원은 "어버이연합, 또 잘못하면 쳐들어올까 봐 겁난다"고도 했다.
이러한 두려움은 이미 그보다 훨씬 더 전부터 퍼져 있었다. 속기록에 따르면 국회에서 어버이연합을 최초로 거명한 이는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이다. 그는 2010년 6월 21일, 국무총리실 업무보고에서 "지금 참여연대 앞에서 아주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고 했다.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들이 시위를 하고 있는데, 가스통, 화염병이 등장했다"며 "왜 테러리스트를 그대로 두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지는 그의 마무리 발언은 추선희 전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더욱 시사하는 바가 깊다.
"자기 업무를 하고 있는데 거기를 침해해 가지고 그 민간단체들에 보수단체들이 가서 폭력을 행사하고 위협을 하고 협박 행위를 하고 또 위험물인 가스통, 시너, 화염병 이것을 소지했다면 이것부터 처리하고. 범죄 행위를 뻔히 보는 경찰이, 눈앞의 범죄행위를 보고도 경찰이 묵인했다는 것입니다. 공권력이 어디에 필요한 것입니까?"
두려움은 그렇게 자랐다. 공권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그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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