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800만달러 인도적 지원 놓고
“굉장히 늦추기로…” 발언 파문도
국회서 정책 능력 못 보여주고
정부와 엇가린 답변으로 뭇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 미사일 시험발사 관련 현안보고를 한 뒤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대근기자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18일 국회에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를 맹비난하자 여권에서는 “결국 사고가 터졌다”는 반응이다.
송 장관은 갖은 논란 속에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뒤 전술핵 재배치, 광주 5ㆍ18 민주화운동, 대북 지원 등 온갖 현안에서 논란을 자초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과는 입장 차이를 보이고 국회 답변에서도 제대로 된 정책 능력을 보이지 못해 여권 내 불만이 폭발하기 직전이다.
송 장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야당 의원들이 던지는 미끼를 덥석 물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정인 특보가 정면으로 송영무를 거론해서 힐난하고 있다. 이 양반은 북한 김정은의 심기경호를 하는 사람 같은 말을 하는 거다. 이 부분에 대해 침묵하지 말라”고 하자 송 장관은 발끈했다. 송 장관은 문 특보를 향해 “학자 입장에서 떠드는 것” “개탄스럽다”는 등의 말폭탄을 날렸다.
송 장관의 문제 발언은 이뿐만이 아니다.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외교적 해결 방법에 있어 유력한 것이 중국이지만 지금까지 협조를 안 했다”고 지적하자 송 장관은 “(중국이) 협조를 하는 척 하고 일부 협조를 했지만 확실하게는 (안 했다)”라고 답했다. 중국의 비협조를 지적하는 발언이었지만 외교적으로는 섬세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송 장관은 또 정부가 최근 밝힌 800만 달러 규모 대북 인도적 지원 조치에 대해 “통일부에서 지원 시기는 굉장히 늦추기로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해 파문을 일으켰다.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대북 지원을 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입장과 미묘한 차이를 보인 것이기 때문이다.
송 장관의 설화는 인사청문 단계부터 어느 정도 예고됐던 바다. 그는 장관 취임 전 법무법인에서 2년 9개월간 매달 3,000만원씩 10억여원을 고문료로 받은 데 대해 “그 세계에는, 그런 세계가 있어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죠, 일반 서민들한테는”이라고 답해 공분을 샀다.
장관 취임 후에도 설화는 끊이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2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5ㆍ18 광주 민주화운동을 ‘광주사태’라고 표현했다 지적을 받고 정정하기도 했다. 또 북핵 위협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군사적 소신을 굽히지 않아 논란을 자초했다. 송 장관은 특히 지난 4일 국방위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 깊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가 여당 국방위 간사인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현 정부의 방향과 다르다. 정부 내에서 검토된 바가 있느냐”라며 질책을 들었다. 7월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임시 배치를 두고 엇갈리는 답변을 했다 역시 여야 의원 모두에게 지적을 받았다.
송 장관의 오락가락 행보는 군인으로서의 소신과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참모로서의 존재가 부딪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외교안보 사안에서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키는 송 장관의 처신은 현 정부에 부담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국방위원은 “야당의 안보 공세에 대해선 ‘취지는 이해하겠지만 이런 게 오히려 국민을 불안하게 할 수 있으니 정부는 중심을 잡고 가겠다’는 식으로 정리를 해야 하는데 무조건 ‘의원님 말씀이 옳다’고 하니까 상호 충돌이 일어난다”며 “순발력이 떨어지다 보니 논리적 혼선이 생기고 무능해지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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