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누구인가. 1987년 민주화운동 당시 대학 새내기(87학번)가 지금 40대 중반(44세 안팎)이다. 당시 대학 3~4학년은 지금 40대 중후반이다. 과거 386으로 불렸던 이들이 지금 40대 중추 세력이라는 얘기다. 자녀 교육문제, 주택문제, 노후준비로 이중고 삼중고를 겪는 게 바로 40대다. 민심을 읽는 눈이 있다면 그들이 이명박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모를 수 없다. 그러나 언론은 오판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끝난 이후에 화들짝 놀랐다. 40대 민심을 읽지 못한 채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민심읽기에 실패했다는 얘기다. / 편집자 주
‘386세대’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보도했던 언론들은 자신들의 보도를 되돌아봐야 한다. 뒤늦게 성난 40대 표심의 의미를 전하고자 ‘분석기사’를 내놓는 모습이 처량하지 않은가. 40대 바닥정서를 정말 몰랐다는 말인가.
40대 표심에 대한 오판은 다수 언론에서 공통된 모습이었다. 근거는 바로 ‘정치 여론조사’였다. 문화일보는 10월 17일자 4면 <‘나 열세-초박빙’…40대 변심·보수결집이 판세 흔든다>는 기사에서 “박 후보 지지층이 많은 40대의 변심도 두 후보가 격차를 좁히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10월 19일자 5면 <나, ‘캐스팅 보트’ 40대 잡아라>라는 기사에서도 “나 후보 측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의 핵심을 무당파 40대층의 변화로 보고, 이들의 관심사인 일자리, 보육 정책을 연일 강조하면서 추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40대 표심이 나경원 후보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신문은 10월 18일자 5면 <흔들리는 40대>라는 기사에서 “박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본격화된 직후부터 40대의 지지 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나 후보에게 밀리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만의 분석이 아닌 셈이다. 서울신문은 “네거티브 전에서 박 후보가 미숙하게 대응했고, 서울시장으로 ‘적임자’라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아 40대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전문가 멘트를 기사에 담기도 했다.
한겨레 역시 10월 17일자 5면 <‘나경원 지지’ 강남 결집하고…‘박원순 지지’ 40대 흔들리고>라는 기사에서 “일주일 전 40대 지지율은 박 후보(58.2%)가 나 후보(32.3%)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나 후보(48.0%)와 박 후보(47.0%)가 경합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40대 표심을 진단했지만, 그 진단이 옳았는지 검증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여론조사 수치의 맹신’은 엉뚱한 해석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26일 오후 8시 발표된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의 추정 득표율은 박원순 66.8%, 나경원 32.9% 등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 박원순 69.3%, 나경원 30.1%의 추정 득표율을 보인 것을 고려할 때 40대 표심이 20대 못지않게 일방적으로 박원순 후보 쪽에 쏠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과 선거 일주일 전 언론이 분석한 내용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40대 표심이 박원순→나경원→박원순으로 요동쳤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이 맞을까. 10·26 이후 쏟아지는 언론의 ‘40대 표심’ 분석 결과를 보면 40대의 전반적인 정서는 원래부터 여권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10월 28일자 1면 <2040의 분노>라는 기사에서 “이 정권은 출범 초부터 ‘부자들을 위한 정권’이란 이미지를 심어줬고, 끝내 그 딱지를 떼지 못했다”면서 “결국 20~40대의 불안 심리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하나의 성향’으로 묶이기 힘든 30년 차이가 나는 세대들을 하나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10월 28일자 34면 <2040 표심>이라는 칼럼에서 “몇 해 전부터 자녀의 사교육비 급등과 비싼 대학등록금으로 고통을 겪으며 노후 대비를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해졌다. 중년 이후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에 표를 던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40대 정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선거 일주일 전에 언론이 내보냈던 ‘40대 표심’과 관련한 분석기사는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40대 표심을 오판한 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이 바닥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관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바로 정치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결과와 괴리되는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은 한나라당의 수도권 선거공포를 현실로 입증할만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민주당 쪽이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지막이었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등 이후로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출마=당선’이라는 공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에 공포 그 자체였다. 서울지역 48개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분석해볼 경우 한나라당은 불과 7곳의 당선자를 내고, 41곳을 야권에 내주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분명한 바닥정서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사필귀정’이지만, 서울시민의 현명한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는 국민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엄정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20∼40대의 일방적인 표심과 서울 지역 대부분(48개 국회의원 지역구 중 41개 야권 승리)의 야권 지지성향 등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저변에 깔린 민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언론이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분석은 바닥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 번 망신을 자초했다. 언론이 ‘정치 여론조사’ 수치 등을 근거로 민심을 해석해온 기존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은 “(선거 전부터) 40대 유권자의 기본적인 흐름은 반 MB, 반 한나라당이었다. 선거결과도 그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면서 “선거 상황이 되면 언론은 당이나 후보 중심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경우 착시에 빠질 수 있다. 소비자인 정치유권자의 실제 여론이 어떻게 흐르는지 일관성 있는 잣대로 꾸준하게 살펴야 여론조사에 매몰되지 않고 민심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386세대’들이 이명박 대통령과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구세주나 되는 것처럼 보도했던 언론들은 자신들의 보도를 되돌아봐야 한다. 뒤늦게 성난 40대 표심의 의미를 전하고자 ‘분석기사’를 내놓는 모습이 처량하지 않은가. 40대 바닥정서를 정말 몰랐다는 말인가.
40대 표심에 대한 오판은 다수 언론에서 공통된 모습이었다. 근거는 바로 ‘정치 여론조사’였다. 문화일보는 10월 17일자 4면 <‘나 열세-초박빙’…40대 변심·보수결집이 판세 흔든다>는 기사에서 “박 후보 지지층이 많은 40대의 변심도 두 후보가 격차를 좁히는 주요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문화일보는 10월 19일자 5면 <나, ‘캐스팅 보트’ 40대 잡아라>라는 기사에서도 “나 후보 측은 최근 지지율 상승세의 핵심을 무당파 40대층의 변화로 보고, 이들의 관심사인 일자리, 보육 정책을 연일 강조하면서 추격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박원순 당선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안국동 캠프에서 꽃다발을 받고 환하게 웃은 반면 나경원 후보는 이날 저녁 태평로 프레스센터 선거 캠프에 들러 굳은표정으로 지지자들에게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한겨레 역시 10월 17일자 5면 <‘나경원 지지’ 강남 결집하고…‘박원순 지지’ 40대 흔들리고>라는 기사에서 “일주일 전 40대 지지율은 박 후보(58.2%)가 나 후보(32.3%)를 압도적으로 앞섰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나 후보(48.0%)와 박 후보(47.0%)가 경합하는 양상”이라고 보도했다.
언론은 여론조사를 근거로 40대 표심을 진단했지만, 그 진단이 옳았는지 검증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여론조사 수치의 맹신’은 엉뚱한 해석을 부르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26일 오후 8시 발표된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40대의 추정 득표율은 박원순 66.8%, 나경원 32.9% 등으로 나타났다. 20대에서 박원순 69.3%, 나경원 30.1%의 추정 득표율을 보인 것을 고려할 때 40대 표심이 20대 못지않게 일방적으로 박원순 후보 쪽에 쏠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불과 선거 일주일 전 언론이 분석한 내용과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그렇다면 40대 표심이 박원순→나경원→박원순으로 요동쳤어야 한다. 이러한 해석이 맞을까. 10·26 이후 쏟아지는 언론의 ‘40대 표심’ 분석 결과를 보면 40대의 전반적인 정서는 원래부터 여권에 부정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선일보는 10월 28일자 1면 <2040의 분노>라는 기사에서 “이 정권은 출범 초부터 ‘부자들을 위한 정권’이란 이미지를 심어줬고, 끝내 그 딱지를 떼지 못했다”면서 “결국 20~40대의 불안 심리와 현 정권에 대한 불만이, ‘하나의 성향’으로 묶이기 힘든 30년 차이가 나는 세대들을 하나로 만든 것”이라고 분석했다.
동아일보 송평인 논설위원은 10월 28일자 34면 <2040 표심>이라는 칼럼에서 “몇 해 전부터 자녀의 사교육비 급등과 비싼 대학등록금으로 고통을 겪으며 노후 대비를 못하는 사람이 수두룩해졌다. 중년 이후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변화에 표를 던진 듯하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40대 정서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선거 일주일 전에 언론이 내보냈던 ‘40대 표심’과 관련한 분석기사는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만 본 것일 수 있다는 얘기다.
40대 표심을 오판한 것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언론이 바닥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관성적인 접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행이 바로 정치 여론조사가 실제 선거결과와 괴리되는 원인일 수 있다는 얘기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나타난 표심은 한나라당의 수도권 선거공포를 현실로 입증할만한 내용이었다. 지금의 민주당 쪽이 한나라당 후보에 맞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은 1998년 제2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지막이었다. 2002년 제3회 지방선거, 2006년 제4회 지방선거, 2010년 제5회 지방선거 등 이후로 서울시장 선거는 ‘한나라당 출마=당선’이라는 공식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선거 결과는 한나라당에 공포 그 자체였다. 서울지역 48개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분석해볼 경우 한나라당은 불과 7곳의 당선자를 내고, 41곳을 야권에 내주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심판이라는 분명한 바닥정서가 존재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용섭 민주당 대변인은 “박원순 후보의 승리는 ‘사필귀정’이지만, 서울시민의 현명한 선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면서 “이는 국민의 목소리에 눈과 귀를 닫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시민들의 엄정한 심판”이라고 주장했다.
20∼40대의 일방적인 표심과 서울 지역 대부분(48개 국회의원 지역구 중 41개 야권 승리)의 야권 지지성향 등은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저변에 깔린 민심이 무엇이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언론이 선거를 앞두고 내놓은 분석은 바닥민심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지방선거에 이어 다시 한 번 망신을 자초했다. 언론이 ‘정치 여론조사’ 수치 등을 근거로 민심을 해석해온 기존 관행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종필 내일신문 정치팀장은 “(선거 전부터) 40대 유권자의 기본적인 흐름은 반 MB, 반 한나라당이었다. 선거결과도 그 흐름을 반영한 결과”라면서 “선거 상황이 되면 언론은 당이나 후보 중심으로 분석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럴 경우 착시에 빠질 수 있다. 소비자인 정치유권자의 실제 여론이 어떻게 흐르는지 일관성 있는 잣대로 꾸준하게 살펴야 여론조사에 매몰되지 않고 민심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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