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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day, October 30, 2011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①] `3非정치`가 분노 더 키웠다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①] `3非정치`가 분노 더 키웠다
무상급식 결정에 서울시민 투표만 3번…비효율, 비공감, 비타협 3비(非)정치
"기초단체장·의원선거 없애야" 61%
국민 5%만 "국회의원이 민의 대변"
국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공감 자본주의`가 해법
 
 
지난 2년간 서울시민은 초등학교ㆍ중학교 전면 무상급식이라는 이슈에 대해서만 3번이나 투표를 해야 했다.

지난해 6ㆍ2 지방선거, 지난 8월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 그리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 사퇴로 야기된 보궐선거. 선출된 주민 대표가 중요한 사안을 논의하고 타협하는 지방자치와 대의제 기본이 지켜지지 않은 탓이다.

국회는 더 심각하다. 현 야당이 자신들이 집권했을 당시 추진했던 한ㆍ미 FTA 처리를 놓고도 몇몇 조항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고, 여당 역시 진지하게 타협하거나 논의할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

비효율, 비공감, 비타협이라는 이른바 `3비(非) 정치`를 하고 있는 셈이다. `3비 정치`는 `분노 증폭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는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각 정당 지지자 간 이념적 간극보다 해당 정당 정치인 간 이념적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정치 엘리트의 이념 차이가 더 크다 보니 사회에서 올라오는 갈등이 정치에서 조정되지 못하고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30일 매일경제신문이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 20세 이상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정치에 대한 분노는 여지없이 드러났다.

`한국 정치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 중 48.7%가 `부정부패`를 꼽아 절반 가까운 사람이 정치가 썩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상호 비방 정치와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선거가 가장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은 20.8%로 나타났다. `이념에 치우친 정쟁`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꼽은 사람이 12.2%로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이런 분노를 제도적으로 표출하고 해소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이 귀하 의견을 대변해 주고 있느냐`는 질문에 `대체로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각각 4.8%와 0.7%에 불과했고, `국회의원 외에도 귀하 의견을 대변해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중 82%가 `없다`는 대답을 했다.

기성 정치권이 이처럼 국민을 대변해주지 못하다 보니 `선거 외에 정치적 의사 표현이 필요할 때 어디 혹은 누구를 찾아가느냐`는 질문에 `지역구 국회의원 혹은 정당`이라고 답한 사람은 2%에 불과했다.

가장 많은 비율을 보인 응답은 `가만히 있는다`(34%)였다. 민생 현안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기성 정치에 대한 분노가 해소되지 못한 채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인터넷이나 SNS를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는 응답자는 32.5%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는 28.5%가 `아무 입장이 없는 정치인`이라고 답했다. `북한에 적대적이면서 복지와 분배를 우선시하는 정치인`이라고 답한 비율이 5.7%로 가장 적어 최근 국민의 정치적 태도가 `안보는 보수, 경제는 진보`로 기울었음을 보여줬다.

◆ "기초단체장·의원선거 없애야" 61%

국민이 정치에 분노하고 있고, 정치는 사회 분노와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지만 국민의 관심이나 바람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30일 매일경제신문과 엠브레인이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단위 선거 중 가장 최근에 치러졌던 지난해 6ㆍ2지방선거 때 `투표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75.7%였고 `의무감 때문`이라는 답변이 투표자 중 절반(50.9%)을 넘었다.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서`라는 응답이 44.1%로 뒤를 이었다.민의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정치일지라도 국민은 여전히 의무와 권리 의식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현행 정치ㆍ선거 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도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자치단체장ㆍ의원 선거와 교육자치 선거에 대한 피로도가 특히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이슈화한 적 있는 주요 정치개혁 현안에 대한 찬반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초자치단체장ㆍ의원 선거를 없애자는 의견과 교육자치를 폐지하자는 의견이 각각 61.5%, 54%로 나타났다.

박효종 바른사회시민회의 대표(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현행 지자체ㆍ의회 선거와 운영에 문제가 많지만 애초에 도입한 이유와 앞으로 발전 가능성 등을 생각할 때 당장 폐지하기보다는 입후보자에 대한 자율적 혹은 제도적 규제장치를 만드는 방식으로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자치와 관련해 박 대표는 "백년대계인 교육이 정치바람을 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교육계 인사 중에서 제대로 검증해 간선제로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단임제 피로감`도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정치개혁 현안 중 국민이 시급하게 생각하는 사안은 기초단체장ㆍ의원 선거 폐지(24%), 분권형 대통령제(18.5%), 대통령 중임제(16.8%), 교육자치 폐지(14.5%) 순으로 나타났다.

◆ 국민 5%만 "국회의원이 민의 대변"
정치가 민의 추스리기는 커녕 왜곡·부패
정치적 의사 표출통로 SNS 33%·정당 2%

분노는 펄펄 끓는 에너지다. 제대로 다스리면 변화와 발전의 계기가 된다. 위태위태한 역사의 변곡점을 대한민국은 그렇게 극복해왔다. 지난 26일 서울 20~40대 유권자들은 무소속 시민운동가를 새 서울시장으로 선출함으로써 기성 정치판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하지만 당장 달라질 것은 없다. 분노의 배출구는 여전히 꽉 막혀 있기 때문이다.

30일 매일경제신문이 리서치 전문업체 엠브레인과 공동으로 전국 20세 이상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정치의식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인들은 기존 정치판과 정당이 자신들 분노를 해소해줄 것으로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흐르는 톱다운(topdown) 방식의 소통을 고집하면서 국민과 정치권 간 `공감(共感)`이 결여된 탓이다. 한나라당 민주당 등 기존 정당이 유권자들에게 갈수록 외면받는 이유다.

`지역구 국회의원은 귀하 의사를 대변해주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중 59.4%는 `전혀 그렇지 않다` 또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했다. 이에 비해 `대체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5.5%에 불과했다.

또 기초단체장ㆍ기초의회 의원 선거제도에 대해서는 폐지하자는 의견이 61.5%에 달했고, 정치 바람에 흔들리고 정작 교육의 질 문제는 놓치는 교육자치제에 대해서도 54%가 폐지 의견을 내놓았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하게 정당에서 내리꽂는 선거에 국민이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회의원 외에도 귀하의 의견을 대변해주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2%가 `없다`는 대답을 했다. 특히 월소득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층은 87.3%가 `없다`고 답한 반면 월소득 800만원 이상인 경우에는 67.6%만 `없다`고 답해 사회경제적 소외계층이 정치적 의사 표출에서마저 소외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선거 외에 정치적 의사 표현이 필요할 때 어디를 찾느냐`는 질문에는 `가만히 있는다`가 34%, `인터넷ㆍSNS`가 32.5%로 높게 나타났고,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정당은 2%에 불과했다. 기존 제도권 정치에 신물이 나면서도 달리 대안을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인 셈이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아무 입장이 없는 정치인`(28.5%)이었다. 대신 가장 덜 싫어하는 정치인은 `북한 정권에 적대적이고, 성장보다는 분배ㆍ복지를 우선시하는 정치인`(5.7%)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민의를 추스르기는커녕 왜곡하고, 부패했으며, 지극히 비효율적이어서 비용만 발생시키는 한국 정치판을 뜯어고칠 때가 됐다고 충고한다.

`대리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밑에서 위로 민의가 수렴되는 보텀업(bottomup) 방식으로 한국 정치 지배구조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기초단체장 선거와 교육자치제 폐지, 대통령 중임제와 분권제, 전자(인터넷)투표 도입 등을 신중하게 검토해봐야 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의 역할은 갈등을 모아서 해결해야 하는 것인데 한국 정치는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며 "자기 진영의 논리에 빠져 있는 게 국민적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 국민 모두가 승복할 수 있는 `공감 자본주의`가 해법
교육·고용·복지 동시 개혁 급선무…경제정책도 수출·내수 균형맞춰야

"`아무리 정직하게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한다는 인식은 기존 기득권자들에겐 자기 것을 놓지 않으려는 경쟁적인 지대추구 행위로 나타나고 있고, 다른 사람들에겐 이런 행위가 쓰라린 좌절감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에 매우 공감한다. `삶의 질 개선`이라는 어젠더에 어떻게 힘을 실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생각이다."(네티즌 Hye*********)

"사회 곳곳에서 분노가 넘쳐난다. 대책을 세워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국민 각자의 각성? 물론 그것도 분명 필요하지만 뭔가 꼬여 있는 듯한 느낌을 늘 갖게 되는 이 사회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네티즌 tre*********)

방치된 분노는 자칫 큰 화(禍)를 부를 수 있다.

지난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실히 드러난 분노도 마찬가지다. 이제 이 같은 이유 있는 분노에 대해 국가와 사회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매일경제신문은 `분노의 시대를 넘어서` 시리즈를 통해 한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분노를 해소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전문가 20여 명에게 협조를 구해 △공감(共感) 자본주의 △21세기형 소통 정치 △선진형 균형경제 △자정형 건전 생태계 등 4가지 테마를 주로 다루게 된다.


◆ 공감 자본주의(Empathic Capitalism) =

애덤 스미스는 이기적 존재들이 사회를 이뤄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원리로 `공감(sympathy)`을 꼽았고 제러미 리프킨도 저서 `공감의 시대`에서 공감(empathy)을 바탕으로 한 3차 산업혁명을 예고한 바 있다.

`공감 자본주의` 또는 `공감 성장`이란 사회 구성원 간 합의와 공감을 전제로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의미다. 낙오자도 인정할 수 있는 경쟁, 패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승부, 실패자도 수긍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주는 자본주의다.

공감 자본주의는 경제적 약자 보호에 초점이 맞춰진 `온정적인 자본주의` `인간미 있는 자본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고비용ㆍ저효율`인 사회를 `저비용ㆍ고효율`로 바꾸자는 뜻도 함께 담겨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그 해법으로 교육ㆍ고용ㆍ복지 부문에 대한 동시 개혁을 핵심적인 해법으로 꼽았다. 600만명에 육박한 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취업난, 신분 상승을 위한 사다리를 걷어버린 기존 대학입시제도, 복잡하고 방만한 복지전달체계 등에 대한 정면돌파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를 위해 전면적인 정부조직 개편도 필요하다는 충고다.

◆ 21세기 소통 정치 =

분노를 다스려야 할 최종 주체는 정치권이다. 분노하는 지구촌도 경쟁적으로 정치 개조에 승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에서 찍어 누르는 톱다운(top-down) 방식인 정치ㆍ소통 시스템부터 뜯어고치라고 주문한다. 이제는 밑에서 위로 민의가 흐르는 보텀업(bottom-up) 소통 시대라는 설명이다. SNS가 큰 힘을 발휘한 4ㆍ27과 10ㆍ26 보궐선거가 생생한 증거다. 기초지자체장 선거와 교육자치 선거를 폐지해 고비용ㆍ저효율인 정치구조를 개편하고, 전자(인터넷)투표와 대통령 중임제 등을 적극 검토함으로써 국가 지배구조 개편을 모색할 시점이 됐다는 설명이다.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60일 전에 선거공약을 공포하게 함으로써 실질적인 공약 검증을 보장하도록 하고, 지방자치권을 남용해 막대한 재정 부담을 초래한 지자체에 대해서는 파산 처분을 내릴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개진됐다.

◆ 선진형 균형 경제 =

수출 주도 경제 성장은 한계에 봉착했다. 수출 대기업 실적이 아무리 좋아도 일반 국민은 `온기`를 느낄 수 없다. 일자리 증가와 내수 진작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가 경영목표 자체를 수출에서 수출ㆍ내수 균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저성장 시대에 내수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서비스 부문에 대한 대대적 개방과 개혁을 통한 지대추구 행위 혁파가 불가피하다. 또 전문가들은 전면적인 세제 개편을 통해 지하경제를 최소화함으로써 사회적 형평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성장 시대나 저성장 시대 모두 부동산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갈라놓는 마법의 성이자 정치적 모멘텀의 핵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나타난 민심도 전세금 폭등에 따른 20ㆍ30대 이반과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40대의 분노가 빚어낸 합작품이다. 임대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다주택 소유에 대한 사회적 페널티를 줄이는 등 저성장 시대에 새로운 주택시장 안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자정형 건전 생태계 =

반복된 위기는 우리 사회 곳곳을 리스크 회피형 기생구조로 만들어 놓았다. 일단 살아남고 봐야 한다는 원칙에 공정경쟁은 뒷전으로 밀렸고 대기업과 금융사 위주로 짜인 산업 생태계는 또 다른 분노를 생성시키는 원천이 됐다. 결국 해법은 공정과 경쟁, 두 축을 다시 바로 세우고 이를 토대로 동반성장을 이루는 일이다. 대ㆍ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상생(相生)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업윤리와 양식에 맡겨 두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또 만연한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기 위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형량을 대폭 높이고, 보수적이고도 엄격한 금융감독을 통해 반복되는 경제위기를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중소ㆍ자영업자를 무조건 보호해서는 곤란하다. 목표는 산업생태계의 원활한 신진대사다. 전문가들은 `좀비기업`을 솎아내는 상시 구조조정 체제와 함께 인수ㆍ합병(M&A) 시장을 신설해 중소기업 퇴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될 세대교체가 우리 경제의 활력을 다시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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