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이사회가 여당 추천 이사만 참석한 가운데 사장 후보자를 5배수로 압축했다. KBS 야당 추천 이사 4명과 양대 노조는 이사회 결정을 규탄하며 후속 대책을 논의 중이다. 

KBS이사회는 21일 비공개 전체회의를 열고 강동순·고대영·이몽룡·조대현·홍성규 후보를 면접 대상 5배수 명단에 포함했다.

면접 후보 중 강동순·고대영·조대현·홍성규 후보 4인은 지난 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가 선정한 ‘사장 부적격 후보 6인’에 포함된 인물이다.

KBS본부는, 강동순 전 KBS 감사의 경우 파업에 참가했던 아나운서를 탄압하고 새누리당 의원과의 KBS 장악 방안을 모의하는 등 공정방송을 구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고대영 KBS 비즈니스 사장은 미 대사관 관계자에게 이명박 대통령 승리 이유를 분석해 전달했으며 술자리에서 공정방송을 요구하는 후배 기자를 폭행하기도 했다.
  
▲ KBS노동조합이 22일 발행한 노보 특보. @KBS노조
 

조대현 사장은 콘텐츠 경쟁력 위기를 심화시켰다는 평가와 함께 노조 탄압·방송 사유화 등의 비판을 받고 있으며 홍성규 전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은 KBS 2TV 무료 재전송 요구 및 숙명여대 석좌교수 급여를 SKT에 대납하도록 한 의혹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이밖에도 이몽룡 전 KBS부산방송총국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방송 특보로 활동하다 대선 후 스카이 라이프 사장으로 내려간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사회는 야당 추천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회의 1시간 여만에 면접 후보자를 결정해 불공정 절차라는 비판 여론을 자처했다는 평가다. 여당 추천 이사들은 1시간 동안 14명 후보에 대한 서류 심사 후 표결을 통해 면접 대상자를 압축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이사회 후 ‘검증도 여론수렴도 없는 최악의 면접 후보자 선정을 규탄한다’ 성명에서 “다수의 힘으로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려는 일련의 과정에 참여해 들러리 서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사장 선임 절차를 거부했다.

이들은 그동안 사장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및 좋은 사장의 자격 조건에 대한 토론회 개최, 청문회 제출 서류 검증을 위한 기한 연장, 현직 프리미엄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KBS 및 자회사 사장 사퇴 권고, 특별다수제 채택을 이사회에 제안하며 공정방송을 위한 사장 선임 과정과 절차를 제안했으나 7인 이사들이 거부했다.

야당 추천 이사들은 “최후의 제안조차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선정한 면접 후보자 5인을 어느 누구도 공영방송 KBS 사장 후보로 적합하다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이들을 면접 대상자로 올리기 위해 일방적으로 면접 후보자 선정 절차를 강행했느냐, 각본에 따른 선임 절차에 들러리 설 수 없다”고 맞섰다.

이들은 “사장 선임 절차를 강행한 모든 책임은 7인 다수 이사에게 있다”며 “이후 지속적으로 부적격한 후보가 KBS 사장으로 임명되지 않도록 검증 작업을 계속하는 등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KBS노동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21일 이사회 전체 회의에 앞서 부적격 후보 선정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KBS본부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KBS노조)은 22일 노보 특보에서 5인 모두 자질과 능력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KBS노조는 △이몽룡·홍성규 후보- 정치편향성 △강동순 후보-도덕성 △고대영 후보- 내부 불신임률 △조대현-경영 능력 낙제점으로 꼽았다. KBS노조는 여당 이사 단독 표결로 강행된 이번 이사회 결정을 비판하며 “특별다수제를 도입해 여야 추친 이사 합의로 사장 임명을 제청하라”고 촉구했다.

KBS본부는 22일 ‘여당 (추천) 이사만의 날치기 사장 선임, 반쪽짜리 KBS 사장 만들 셈인가’ 성명에서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 반쪽짜리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라며 “단독으로 최종 면접 대상자를 선정함으로써 사실상 ‘KBS 국영화’를 기도한 여당 추천 이사들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청와대 허수아비로 KBS를 장악할 청와대 낙하산 사장이 절대로 KBS에 몸들어오도록 할 것”이라며 “행여나 여당 추천 이사들이 청와대가 미는 특정 후보를 뽑기 위해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인다면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KBS본부와 KBS노동조합(위원장 이현진·KBS노조)은 이사회 전체회의에 앞서 ‘부적격 사장 후보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이사회에 앞서 선임 과정의 투명성 보장, 엄격한 사장 후보 심사 기준 수립·검증, 부적격 후보자 면접 대상 배제 등을 촉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KBS본부와 KBS노조를 비롯한 KBS 5대 노조는 지난 20일 임단협 파행으로 인한 파업 찬반 투표에서 투표율 87.5%(투표자 3291명), 파업 찬성률 89%를 얻어 합법 파업의 길을 열어놨다. 이번 임단협 파업이 사장 선임 과정과 맞물릴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