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
국민이 쓰는 박근혜 체포영장
대통령 박근혜가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는 뇌물수수, 직권남용, 공무상 기밀누설 등이다. 죄명도 죄명이지만, 의심받고 있는 죄의 내용을 보고 있자면 분노를 넘어 한숨과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피의자 박근혜는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기대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 헌법과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시하는 대통령을 헌법으로 보호하는 게 합당한 일일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를 바탕으로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가상의 체포영장을 국민의 이름으로 청구한다.
‘피의자 박근혜’는 내란이나 외환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헌법 84조에 따라 대통령 임기 중에는 재판을 받지 않는다. 검찰은 지난 20일 최순실씨와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기소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3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29일까지 대면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박 대통령은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검찰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낮다. 박 대통령은 이미 검찰의 여러 차례 조사 요구를 거부했고, 20일 중간수사 결과가 나온 뒤엔 “검찰 조사에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바 있다.
체포를 해서라도 박 대통령을 조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민단체와 국회, 심지어 검찰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이 재벌 회장들을 만나 재단 출연금 등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무언가를 언급했다면 직권남용이나 강요를 넘어 뇌물수수 피의자가 될 수도 있다. 검찰의 공소장엔 포함되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힘을 실어줬고 이후 삼성이 최순실 모녀에게 35억원을 지원했다. 이 과정에 대통령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반드시 밝혀야 할 대목이다. 세월호 참사가 벌어진 당일 7시간 동안 아무런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이유도 밝혀야 한다. 모두 박 대통령이 직접 대답해야 할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피의자 박근혜는 ‘불소추 특권’ 뒤에 숨어 퇴진은 물론이고 진실을 밝혀달라는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대통령으로서 자신이 누리는 권위와 특권들이 모두 국민들이 위임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다. 국민 위에 군림할 수 있는 특권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의 이름으로 피의자 박근혜의 체포영장을 쓰는 이유다.
아래 체포영장의 내용 중 ‘피의자의 지위’와 ‘피의사실’은 법원이 공개한 최순실·정호성·안종범의 공소장 내용을 옮겨 적었다. 검찰 공소장엔 포함되지 않은 내용으로 ‘체포를 필요로 하는 사유’를 추가해 국민의 ‘냉철한 분노’를 담았다. 검찰은 박 대통령 등이 미르와 케이스포츠 재단을 설립하면서 대기업들로부터 출연금을 받은 행위에 직권남용과 강요죄를 적용했으나, 체포영장에선 수뢰(뇌물) 혐의를 적용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지난 21일 발표한 ‘검찰의 최순실 등 3인 수사결과 발표에 대한 검토 의견서’를 참고했다.
피의자 박근혜의 체포를 필요로 하는 사유 및 범죄사실
Ⅰ. 피의자의 지위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인 피의자 박근혜는 2013년 2월25일부터 대한민국 헌법에 따른 국가원수 및 행정부의 수반이다. 피의자 박근혜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위하여 도시, 주택, 군사시설, 도로 등 사회 간접시설 등 대형 건설사업과 국토개발에 관한 정책, 기업의 설립, 산업의 구조조정, 대외 무역 등 기업 활동에 관한 정책을 최종 결정한다. 또한 물가 및 임금 조정, 고용 및 사회복지, 소비자 보호 등 국민생활에 관한 정책과 통화, 금융, 조세에 관한 정책 등 각종 재정, 경제 정책의 수립 및 시행을 최종 결정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소관 행정 각부의 장들에게 위임된 사업자 선정, 신규 사업의 인허가, 금융지원, 세무조사 등 구체적 사항에 대해 직간접적 권한을 행사한다. 따라서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체들의 활동에 대해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Ⅱ. 체포를 필요로 하는 사유
1. 조사(출석) 요구 불응
①‘박근혜-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는 11월13일부터 대통령 박근혜에게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다. 박근혜의 변호인 유영하는 15일 “대통령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②특별수사본부는 11월16일 “18일까지는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변호인 유영하에게 통보했다. 유영하는 17일 “이번주는 힘들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③특별수사본부는 11월20일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을 기소하면서 박근혜를 이들의 공범으로 지목했으며 “박근혜를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한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거듭 조사(출석)를 요구했다.
④피의자 박근혜는 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 발표 직후 변호인을 통해 “검찰 조사엔 일절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⑤형사소송법 200조의 2(영장에 의한 체포) “피의자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음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2. 강한 혐의 부인
피의자 박근혜는 11월20일 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 발표 직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객관적 증거는 무시한 채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3. 증거 인멸 우려
‘증거 인멸 및 도주의 우려’는 구속의 사유에 해당하나, 사안의 중대성과 대통령이라는 피의자의 지위를 고려할 때 조속히 피의자 박근혜를 체포해서 수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의자 박근혜와 공범인 안종범의 경우 검찰 조사를 전후해 자신의 휴대전화와 이메일을 삭제하라고 시키거나 관련 참고인(피의자)에게 허위 진술을 요구하기도 했다. 피의자 박근혜 역시 자신의 범죄행위와 관련된 증거들을 인멸할 가능성이 크다. 청와대는 검찰의 압수수색에도 비협조로 일관하면서 ‘국가 기밀’을 이유로 검찰의 진입을 막기도 했다.
4. 대국민 약속 파기
피의자 박근혜는 ‘박근혜-최순실 의혹’이 제기된 11월4일 대국민 담화에서 “필요하다면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라고 밝혔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중간수사 발표로 인해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조사 필요성은 더 커졌으나 오히려 검찰의 수사 결과를 부인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며 말을 바꿨다.
5.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가 수뢰(뇌물) 혐의로 바뀔 가능성
①수뢰(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을 경우의 문제점
검찰은 피의자 박근혜의 피의사실 1~4에 모두 직권남용과 강요 혐의를 적용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다른 사람의 권리 행사를 방해한 경우”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따라서 직권남용죄가 인정되면 돈을 낸 기업들은 ‘일방적으로 출연을 강요당한 피해자’가 된다.
②왜 수뢰(뇌물) 혐의가 적용돼야 하는가
우선 대통령이 직무와 관련해 돈을 수수하면 ‘대가성의 유무’와 무관하게 뇌물죄가 성립한다. 이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에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내린 결론이다. “뇌물은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공여되거나 수수된 것으로 족하다. 개개의 직무행위와 대가적 관계에 있을 필요가 없다.”(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1997년 4월17일 선고) 대통령은 “정부 수반으로서 중앙행정기관의 장을 지휘 감독하여 정부의 중요정책을 수립 추진하는 등 모든 행정업무를 총괄하는 직무를 수행하며 기업체들의 활동에 직무상 또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르재단과 케이스포츠재단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제공한 행위는 ▲피의자 박근혜가 퇴임 후 실질적인 관여 및 소유를 위해 재단을 조성했다면 수뢰(뇌물) 혐의가 ▲피의자 박근혜와 재단이 무관한 관계라면 제3자 뇌물제공 혐의가 적용되어야 한다.
③기업의 출연 전후 상황
피의자 박근혜가 재벌 회장들을 만나 미르와 케이스포츠 출연금을 요구하고(범죄사실 1, 2) 현대차그룹에 케이디코퍼레이션, 플레이그라운드와의 계약을 강요한(범죄사실 3) 시기는 박근혜 정부가 이른바 ‘노동개혁법’ 등을 추진하던 시기와 일치한다. 피의자 박근혜는 2015년 후반기 내내 대국민 담화, 국무회의 등에서 ‘노동개혁법’과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돈을 낸 기업들 대부분이 “노사 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거나 “오너 총수가 수감중이라 경영 전략 수립이 힘들다”는 등 정부에 ‘바라는 점’들이 많았다.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대기업들이 출연금을 낸 이후, 재벌 회장의 특별사면이 시행되고 원샷법 통과 등 규제완화가 실제로 이뤄졌다.
미르에 125억원, 케이스포츠에 79억원을 출연한 삼성그룹의 경우 지난해 5~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로 곤란을 겪고 있었는데, 국민연금이 손실을 무릅쓰고 삼성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이 커졌다. 삼성은 합병이 이뤄진 후인 지난해 9, 10월 최순실 모녀가 독일에 세운 비덱스포츠에 35억원을 지원하기도 했다.(제3자 뇌물제공 혐의로 추가 수사가 진행 중)
이처럼 미르와 케이스포츠에 적게는 수십억, 많게는 수백억을 낸 대기업들 역시 강요에 의한 ‘피해자’가 아니라 일정한 대가를 바라고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수사를 받아야 마땅하다.
또한 피의자 박근혜가 최순실의 부탁을 받고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을 만나 75억원을 요구하고 결국 70억원을 수수한 시기(2016년 3~5월)는 검찰이 총수 비리와 관련해 롯데그룹을 내사하던 때였다. 또한 이 시기 정부는 서울 시내에 4곳의 면세점을 추가로 선정하기로 해 다음달 심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는데, 이 추가 결정에 따라 신규 특허 취득에 실패했던 롯데와 에스케이가 다시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피의자 박근혜가 신동빈에게 ‘수사 무마의 대가’로 75억원을 요구했거나 면세점 추가 결정에 관여했다면 수뢰(뇌물) 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의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직접 조사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다.
④출석요구 불응, 증거 인멸이 지속될 가능성 증가
수뢰(뇌물)죄의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에 따라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반면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된다. 수뢰죄가 적용되면 집행유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반면 직권남용죄가 적용돼 3년 이하 징역형이 선고되면 집행유예도 가능하다.
6. 헌법(이 규정한 대통령의 의무) 위반
①피의자 박근혜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기소)를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84조에 기대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중이다. 헌법에서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보장한 이유는 “국가 원수로서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라는 특수한 직책의 원활한 수행을 보장하고, 그 권위를 확보해 국가의 체면을 유지할 실제적인 필요성 때문”이지 “일반 국민과 달리 대통령 개인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다”.(헌법재판소 1995년 1월20일 선고)
②피의자 박근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대통령으로,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된 죄 중 죄질이 나빠 처벌 수위가 높은 수뢰(뇌물)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를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면서 출석(조사)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 또한 11월12일 100만명(서울 기준, 주최 쪽 집계), 11월19일 50만명 등 전 국민적인 퇴진 요구에도 전혀 답하지 않고, “탄핵하려면 해보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③피의자 박근혜의 이런 행위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헌법 11조 1항을 부정하는 것이며, “공무원은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 헌법 7조 1항, “헌법을 준수하고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선서”한 헌법 69조에 반하는 것이다.
7. 법치주의와 헌법 수호는 피의자 박근혜의 강조 사항
피의자 박근혜는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거듭 법치주의와 헌법 수호를 강조했다. 동시에 이를 어길 시엔 엄정하고 예외 없이 법률이 정한 바에 따라 응당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원칙 아래 공정하고 엄정한 법집행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합니다. 보다 성숙한 법치주의를 구현해서 국민이 행복한 희망의 새 시대를 열어갑시다.”
<2013년 4월25일 법의 날 축사>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세력에게는 엄정한 법 집행을 해주기 바랍니다. 법의 권위가 바로 설 때 진정한 사회 통합과 국가발전이 가능합니다.”
<2015년 10월21일 경찰의 날 축사>
대한민국 검찰은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위와 같은 지시사항을 예외 없이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Ⅲ. 피의자 박근혜의 피의사실
1. 재단법인 미르 출연금 486억원 수수
*적용 법조: 형법 129조 수뢰(뇌물) 또는 130조 제3자 뇌물제공,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 1항 1호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미르재단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미르재단 입구.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피의자 박근혜는 2015년 7월24일과 25일 삼성그룹 부회장 이재용, 현대차그룹 회장 정몽구, 씨제이그룹 회장 손경식, 한화그룹 회장 김승연 등 7개 대기업 회장, 부회장 등과 돌아가면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재벌 회장들에게 ‘문화, 체육 관련 재단법인을 설립하려고 하니 적극 지원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기업인들과 면담을 마친 뒤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걷어 각 300억원 규모의 문화, 체육 관련 재단을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최순실(최서원)에게는 “전경련 산하 기업체들로부터 돈을 걷어 문화재단을 만드는데 운영을 맡아달라”고 말했다.
그 뒤 두달 가까이 진척이 없자 최순실은 청와대 부속비서관 정호성에게 “오는 10월말 리커창 중국 총리가 방한하는데, 한중 문화재단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것이 좋겠다. 문화재단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고, 정호성은 이 내용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호성의 보고를 받은 박근혜는 안종범에게 “리커창 방문시 양해각서를 체결해야 하니 재단 설립을 서둘러라”고 지시했다.
안종범은 2015년 10월19일께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에게 “급하게 재단을 설립해야 하니 전경련 직원을 청와대 회의에 참석시켜라”고 지시했고,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최상목에겐 “300억원 규모의 문화재단을 즉시 설립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안종범의 지시를 받은 최상목과 청와대 행정관, 전경련 직원 등이 주도해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 엘지 등 9개 그룹에 출연금 분배 등을 준비하던 중 “출연금 규모를 30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증액하라”는 안종범의 지시에 의해 16개 그룹으로부터 486억원을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고 모금했다.
2. 재단법인 케이스포츠 출연금 288억원 수수
*적용 법조: 형법 129조 수뢰(뇌물) 또는 130조 제3자 뇌물제공,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 1항 1호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피의자 박근혜는 2015년 12월 안종범에게 “사무실은 강남 부근으로 알아보라”며 재단의 정관과 조직도, 이사장 및 사무총장 등의 명단을 전달했다. 박근혜가 언급한 임원진 명단과 재단 사업계획서 등은 모두 최순실(최서원)이 작성해 전달한 것이었다.
박근혜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전경련 부회장 이승철에게 “예전에 말한 대로 300억원 규모의 체육재단도 설립해야 하니 미르 때처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재단법인 미르 설립 과정에 참여했던 16개 그룹으로부터 288억원의 출연금을 모금했다.
3. 케이디코퍼레이션, 플레이그라운드(최순실 및 지인 이권 챙기기) 관련
*적용 법조: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형법 324조 강요
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최씨는 이날 사복을 입고 검찰에 출석했다.공동취재사진
직권남용으로 구속된 최순실씨가 4일 오전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최씨는 이날 사복을 입고 검찰에 출석했다.공동취재사진
①피의자 박근혜는 최순실로부터 “딸 정유라의 초등학교 친구의 학부모가 운영하는 회사가 해외 기업이나 대기업에 납품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4년 11월27일께 안종범에게 “케이디코퍼레이션이라는 흡착제 관련 기술을 가진 훌륭한 회사가 있는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하니 현대자동차에게 기술을 채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후 안종범은 대통령과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정몽구가 만난 자리에 동석해 “케이디코퍼레이션이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현대차에서 채택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5년 2월3일께 케이디코퍼레이션과 10억원 상당의 납품계약을 체결했다. 최순실은 이 계약 성사의 대가로 딸 친구의 부모이자 케이디코퍼레이션 대표 이아무개에게서 1162만원 상당의 샤넬백과 현금 4000만원을 받았고, 2016년 5월 대통령의 프랑스 순방에 이 대표를 동행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②피의자 박근혜는 최순실이 설립하고 그의 측근 등이 이사인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의 자료를 전달받은 뒤,
2016년 2월15일 안종범에게 “이 자료를 현대자동차 쪽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2월 중순 8개 그룹 회장들과 단독 면담이 마무리될 무렵 “플레이그라운드는 아주 유능한 회사로 미르재단 일에도 도움을 주고 있어 기업 총수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으니 잘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안종범은 대통령과 정몽구 회장의 면담에 동행한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 김용환에게 자료를 전달하며 “이 회사가 현대자동차 광고를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봐 달라”고 말하며 광고 수주를 요구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2016년 4월부터 5월 사이 플레이그라운드와 70억6627만원 상당의 광고 5건을 계약해, 9억1807만원의 수익을 올리게 했다.
4. 롯데그룹으로부터 70억원 수수
*적용 법조: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형법 324조 강요, 형법 129조 수뢰(뇌물) 또는 130조 제3자 뇌물제공,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2조 1항 1호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피의자 박근혜는, 재단법인 케이스포츠의 이권에 개입하기 위해 최순실이 설립한 주식회사 더블루케이의 사업계획(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을 위해 전국 5대 거점에 체육시설을 세우고 관리를 더블루케이가 맡는다는 내용)을 정호성을 통해 전달받은 뒤,
2016년 3월14일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을 만나 “하남시 체육시설 건립과 관련해 75억원을 부담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후 최순실의 지시를 받은 더블루케이 이사들은 3월 중순과 하순 두 차례 롯데그룹 상무 등을 만나 “75억원을 후원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케이스포츠 사무총장, 롯데그룹 관계자들과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면서 75억원의 지원 여부와 진행상황을 점검했다. 이후 롯데그룹은 6개 계열사를 동원해 2016년 5월25일부터 31일 사이에 케이스포츠에 70억원을 송금했다.
5. 부동산 개발 정보 등 국가기밀을 최순실에게 유출
*적용 법조: 형법 127조 공무상 비밀 누설
피의자 박근혜는 2013년 1월부터 2016년 4월까지 청와대 부속비서관 정호성에게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4·1 부동산 종합대책’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 등 직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문건 47건을 최순실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가 2013년 10월에 작성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대상지 검토 문건’엔 “수도권에 조성할 복합생활체육시설 후보지로 경기 하남시 미사동, 경기 남양주시 마석우리, 경기 양평군 용문면 등 3곳을 검토했고, 그중 경기도 하남시 미사동이 최상의 조건을 갖추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최순실은 2008년 6월 하남시 미사동 ‘복합생활체육시설 대상지’에서 500m 떨어진 곳에 건물과 토지를 사들였다가 지난해 4월에 팔아 18억원의 이익을 얻었다.
6. KT 인사 개입 및 광고 발주 압력
*적용 법조: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형법 324조 강요
피의자 박근혜는, 대기업 등의 광고계약을 수주할 목적으로 모스코스와 플레이그라운드를 설립하고 자신의 측근을 대기업 광고업무 책임자로 채용되게 하려는 계획을 세운 최순실의 부탁을 받은 뒤,
2015년 1월과 8월 안종범에게 “이아무개라는 홍보 전문가가 있으니 케이티에 채용될 수 있도록 케이티 회장에게 연락하고 신아무개도 이아무개와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이아무개는 차은택의 지인, 신아무개는 최순실 측근의 아내였다.
피의자 박근혜의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케이티 회장 황창규에게 “윗선의 관심사항이다. 이아무개와 신아무개를 케이티에서 채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후 케이티는 이아무개를 브랜드지원센터장으로, 신아무개를 IMC본부 그룹브랜드지원담당으로 채용했다.
피의자 박근혜는 2015년 10월, 2016년 2월 안종범에게 “이아무개, 신아무개의 보직을 케이티 광고 업무를 총괄하거나 담당하는 직책으로 변경해 주라”고 지시했고, 안종범은 황창규에게 연락해 이아무개를 본부장으로 신아무개를 본부 상무보로 인사발령해줄 것을 요구했다.
피의자 박근혜는 이후 안종범에게 “플레이그라운드가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안종범은 황창규와 이아무개 등에게 이를 그대로 전달·요구하였고, 케이티는 심사 결격 사유가 발견되었음에도 2016년 3월 플레이그라운드를 케이티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최종 선정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2016년 8월까지 케이티의 광고 7건을 수주해 5억16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7.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 압력
*적용 법조: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형법 324조 강요
피의자 박근혜는, 포스코에 배드민턴팀을 창단한 뒤 매니지먼트를 맡아 이익을 취하기로 마음먹은 최순실로부터 기획안을 전달받은 뒤,
2016년 2월22일 포스코그룹 회장 권오준을 만나 “포스코에서 여자 배드민턴팀을 창단해주면 좋겠다. (최순실이 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자문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요구했다.
포스코는 당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여건이 어려워 46억원에 이르는 여자 배드민턴팀 창단이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 최순실은 포스코가 자신들의 요구를 거절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인 2월26일 케이스포츠 직원들을 시켜 안종범에게 “포스코에서 우릴 잡상인 취급했다”고 전했다.
안종범은 다시 포스코 경영지원본부장 황은연에게 전화해 “청와대 관심사항이니 더블루케이와 잘 협의하라”고 말했다. 이후 포스코는 최순실 쪽과 협의 끝에 3월15일 ‘2017년부터 비용 16억원을 들여 펜싱팀을 창단하고 그 매니지먼트를 더블루케이에 맡기기로’ 최종 합의했다.
8.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더블루케이의 계약 압력
*적용 법조: 형법 123조 직권남용, 형법 324조 강요
피의자 박근혜는, 신규 스포츠단을 만들어 운영을 대행하면서 이익을 취하기로 마음먹는 최순실의 부탁을 받은 뒤,
2016년 1월23일 안종범에게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서 장애인 스포츠단을 설립하는데 컨설팅 기업으로 (최순실이 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적당하다. 더블루케이와 대표이사를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소개해주라”고 지시했다.
안종범은 그랜드코리아레저 대표 이아무개에게 전화해 더블루케이 직원의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스포츠팀 창단 및 운영에 관한 업무대행 용역체결을 협상하라고 지시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다.
피의자 박근혜는 그 무렵 안종범에게 “케이스포츠 사무총장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종에게 소개해주라”고 지시했다. 안종범은 2016년 1월26일 김종과 케이스포츠 사무총장 정현식을 서로 소개시켰다. 최순실 쪽은 그랜드코리아레저에 배드민턴 및 펜싱 선수단 창단과 운영 관련 매년 80억원 상당의 업무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할 것을 요구했으나, 그랜드코리아레저는 계약 규모가 너무 커 선뜻 이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김종은 2016년 2월25일 계약금액을 줄인 장애인 선수단 창단 운영에 대한 용역계약을 체결하는 조정안을 제시했다. 이 조정안에 따라 2016년 5월11일께 더블루케이가 선수의 에이전트 권한을 갖는 ‘그랜드코리아레저-선수-더블루케이’ 사이의 3자 계약이 체결되었다.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이 계약에 따라 2016년 5월24일께 선수 3명의 전속계약금 명목으로 모두 6000만원을 지급했고, 더블루케이는 에이전트 비용 명목으로 그 절반인 3000만원을 가져갔다.
박현철 기자 fkco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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