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국가정보원이 온라인 여론조작과 별도로 ‘오프라인 심리전’을 위해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이 만든 단체인 ‘국가발전미래교육협의회’(국발협)에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도 2013년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때 이런 사실을 파악했지만 추가 수사를 진행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져 향후 검찰의 행보가 주목된다.
21일 <한겨레> 취재 결과, 국정원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10년부터 사무실 임대료와 상근자 월급 등의 명목으로 약 1년간 국발협 한 지회에 5천만원 안팎을 지원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 출처는 온라인 여론조작과 마찬가지로 국정원 특수활동비였다. 국발협은 2010년 8월 안보교육 등을 목적으로 만들어져 서울사무소와 대전·부산·경남 등 11개 지회를 두고 있었고, 국정원은 다른 지회에도 비슷한 수준의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정원 전직 직원은 “당시 (위에서) 지역의 명망 있는 (보수 성향) 교수를 지회장으로 섭외하고, 안보강사를 관리할 사무국장을 물색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국정원 담당관들이 국발협에 보수 성향 교수, 탈북자, 예비역 장성 등 안보강사를 지정하고, 학생과 예비역 등을 상대로 한 안보강연 일정을 조율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이 예산 지원뿐 아니라 안보강사와 일정 등 사실상 대부분의 활동을 관리했다는 것이다. 그는 돈 지원과 관련해 “통상 정보비(특수활동비)에서 현금으로 지급했다. (임대료와 상근자 월급 외에) 안보강사들이 강의를 한번 할 때마다 20만~30만원씩 별도의 강의비를 지급해 사실상 상당한 돈이 들어갔다”고 말했다.
당시 국발협 안보강연은 내용이 노골적으로 편향돼 여러 차례 논란이 됐다. 국발협 강사들은 예비군 동원훈련 등에서 “김대중·노무현 당선은 북한의 정치적 도발이 성공한 사례”, “광우병 촛불시위는 종북세력의 선동” 등의 발언으로 물의를 빚었다.
국발협을 만든 박승춘씨는 설립 이듬해인 2011년 2월 국가보훈처장이 됐다. 그가 국가보훈처장이 된 뒤에도 국정원과 은밀한 커넥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국가보훈처는 2012년 1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고 민주화운동을 ‘종북’으로 헐뜯은 영상자료(DVD)를 예비군 교육 등에 배포해 야당 등의 반발을 샀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부서장회의 녹취록에는 “예비군 교육 잘해주고, 자료를 잘 못 만드니까 너희들이 신경 쓰라”고 말한 사실이 포함됐다고 한다. 박 전 처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국정원의 국발협 예산 지원 사실 등을 묻자 “답변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전화를 끊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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