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전(全) 부서장회의 발언록 입수
원 전 원장의 '정리' 독려 발언 이후 정국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정원 회의 일주일 만인 같은 달 26일 전국 시도 부교육감 회의를 열어 시국선언에 참여했던 전교조 소속 교사 1만7000명 전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요청했다. 또 정진후 당시 전교조 위원장 등 88명에게 해임 또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같은 달 29일에는 전·현직 대학총장 400여 명이 기자회견을 갖고 “현실 정치에 매몰돼 일부 과격하고 선동적인 주장에 동조한다면 나라를 위해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며 교수들에게 시국선언 자제를 호소했다.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은 오는 30일 열린다. 검찰의 구형량은 징역 4년이다.
전(全) 부서장회의 발언록 입수
국가정보원 내부 문서에 따르면 원세훈(69) 전 국가정보원장이 원장 재임 시절에 간부 회의에서 시국선언을 한 교수들을 겨냥해 “다 정리하라”는 발언을 했다. 문서에는 그가 “인터넷이 종북좌파들에게 점령됐다.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는 자세로 다 끌어내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런 내용은 중앙일보가 23일 입수한 ‘국정원 전(全) 부서장회의’ 회의록에 있다. 이 회의록은 지난달 24일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이 내용의 일부를 공개하며 증거로 제출한 것이다.
2009년 6월 19일자 부서장 회의 ‘모두 말씀’ 녹취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각 부문 대학에서 교수들이나 전교조까지 이제 나서서 시국선언 한다는데 …정당을 자기가 만들어 가지고 정치 이야기를 해야지”라며 “여러분들이 다 정리하는 맨 앞장서는 일을 해주셔야 된다”고 말했다.
당시 교수, 종교계 인사,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잇달았다. 회의 전날인 18일에는 전교조 소속 교사 1만7000여 명이 “이명박 정권의 독단ㆍ독선적인 정국운영에 따라 민주주의, 서민 생계, 남북관계, 교육 등 국가의 미래가 총체적인 위기에 놓였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했다. 이틀 전에는 조계종 승려들이 ‘이명박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의 발전을 염원하는 대한불교조계종 승려 1447인 시국 선언’을 했다. 불교계 시국선언 중 역대 최대 규모였다. 같은 달 3일에는 서울대 교수 124명, 중앙대 교수 68명 등이 이명박 정부의 반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했다.
2011년 10월 21일 부서장회의 발언록에는 원 전 원장이 “지금 인터넷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았는데 점령하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세우고 있었다 …전 직원이 어쨌든간에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해서 그런 세력들을 끌어내야 됩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지난달 24일 서울고법 공판에서 검찰이 공개한 내용도 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2009년 6월 19일자 회의록에 따르면 원 전 원장은 “내년 11월 지방자치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지부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이라든가 의원들 앞으로 후보들 있잖아요. 이런 부문도 지금부터 잘 검증해서 정말 어떤 사람들이 돼서 정말 국민들한테 도움 되겠나 …본인들이 안 나가려는데도 ‘당신 나가라’ 해 가지고 시의원, 구의원 나가고 95년 선거 때도 구청장도 그냥 뭐냐 본인들이 원해서 이쪽에 민자당 후보로 나간 사람들은 별로 없어. 그때 국정원에서 다 이렇게 이렇게 나가라해서 한 것이지”라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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