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자금 명목 ''청구권'' 논란 재연 불가피, "경제개발 사용" 밝히기도
지난 65년 체결된 한일협정 관련 문서 일부가 공개됐다.
문서를 통해 일본 정부가 한국인 강제 동원 등에 대한 피해 보상금을 경제협력자금이라고 주장한 사실과 우리 정부가 이들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스스로 포기한 사실이 밝혀졌다.
日, 파해보상금이 아니라 경제협력자금 주장
1965년 6월 22일 체결한 `한일협정'' 관련 문서의 일부가 17일 공개됐습니다.
이날 공개된 문서는 일제 강점시대 강제 동원돼 숨지거나 실종된 한국인 피해자들의 대일 청구권 문제를 집중 논의한 6차와 7차 한일회담 기간에 작성된 회의록과 정부 훈령, 공문 등을 포함한 5권이다.
이날 공개된 문서를 통해 당시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에 주기로 한 자금은 보상금이 아닌 경제협력자금이라고 주장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리 정부가 일제 강점으로 피해를 당한 만큼 보상 차원의 ''청구권''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에 맞서기 위해 이같은 논리를 개발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일제 피해에 대한 피해국 한국의 ''청구권''은 해결되지 않은 셈이어서 이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이번 문서를 통해 당시 우리 정부가 피해자 개개인의 청구권은 협정체결과 함께 소멸된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드러났다.
개개인 청구권은 협정체결과 함께 소멸 입장 밝혀
일본측이 나중에 개인보상 문제가 제기될 것을 우려해 구체적인 협의를 하자고 주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을 스스로 포기하면서 조기 종결하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또 이번 문서를 통해 당시 우리 정부가 일본측으로부터 받은 보상금을 피해 보상에 사용하지 않고 경제개발에 사용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정부측에는 한국인 피해자 103만2684명의 피해 보상분으로 3억6400만달러의 보상금을 요구했으면서도 막상 75년부터 2년간 사망 피해자 8552명에게 보상한 금액은 25억6560만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의 보상금을 가로챘다는 그동안의 주장을 입증하는 대목입니다.
독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우리 정부는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거듭 제기하자 ''제3국에 의한 조정''이라는 타협안을 제의했지만 일본은 국제사법재판소를 통해서 해결하자는 주장으로 맞서면서 결국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협정이 조인됐다.
3억6400만달러 요구하고 지급한 보상금은 25억6천여만원
한일협정 문서가 공개되면서 협정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 작업과 함께 일제하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보상 요구가 거세지는 등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날 공개된 문서를 통해 당시 우리 정부는 일제하 징병과 징용 피해자 103만 여명에 대한 피해보상금으로 3억6400만달러를 일본측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결과 우리 정부는 개인 피해자의 청구권을 포기하는 조건으로 무상 3억달러를 받는 것을 비롯해 유상 2억달러, 상업차관 3억달러 등 8억달러를 받았다.
정부는 그러나 징용사망자 8500여명에 대해서만 사망자 1인당 30만원씩 25억6000여만원을 보상한데 그쳤으며 유가증권에 대해서도 9700여건에 대해 1엔에 30원씩 환산해 지급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로부터 보상을 받지 못한 징용, 징병 피해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한 배상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사망자에게만 일인당 30만원씩 지급, 배상 요구 잇따를 듯
특히 이번에 공개된 문서에서 당시 외무부가 재무부와 경제기획원 등에서 개인 청구권에 대한 문의를 받고 "개인의 청구권이 정당하다면 보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그러나 "일본을 상대로 피해 보상의 근거로 100만명의 피해 보상금을 제시했을 뿐이며 그 액수가 피해자 개인에 대한 보상 금액의 근거 자료는 될 수 없다"며 ''보상은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문서 공개를 통해 협상 과정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남에 따라 당시 국내의 강력한 반발 속에 강행된 한일협정의 굴욕적 성격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도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일제 강점의 역사적 성격 규명을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민사적인 채권 채무를 청산하는 형식으로 청구권 협상을 진행했으며 그 결과 피해 배상이 아닌 일본측 주장대로 경제협력자금 명목으로 8억달러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일제하 우리 민족의 고통과 피해를 일본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지 않은 채 8억 달러와 맞바꾸는 격으로 민족의 자존심이 훼손됐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책임 소재 명확히 하지 않은 채 돈과 맞바꾼 격
정부는 한일협정문서 공개에 따라 강제징용 피해자의 보상 요구 등이 거세질 것으로 보고 이를 전담할 기구를 설치해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주 안으로 국무조정실에 `한일수교회담 문서공개 등 대책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대책기획단은 한일협정문서 공개에 따라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정부의 대응책을 총괄 협의,조정하는 창구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국조실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들이 한국이나 일본 정부를 상대로 민원을 집중 제기하게 될 것"이라며 "다양한 민원이 예상되는 만큼 이를 수집,정리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책기획단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보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피해보상요구에 대한 대응책 마련작업이 될 전망이다.
국조실측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피해 보상금을 받아달라거나 한국정부가 받은 `보상금''을 피해자에게 돌려달라는 요구, 피해자의 실질적인 생활보장을 해달라는 요구 등이 집중 제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양한 민원 예상, 이번 주 안에 대책기획단 구성
정부는 물론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피해보상 문제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보상은 이미 끝났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 103만명에 대한 보상을 국가가 처리하겠다면서 일본으로부터 보상금을 일괄적으로 받았지만 실제 보상은 징용사망자 8500여명에 대해 사망자 1인당 30만원씩을 유족에게 지급한 것이 전부였다.
또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포항제철 설립이나 고속도로 건설 등 경제재건에 사용했다는 점에서 이같은 피해보상 요구를 외면할 수 만은 없다.
정부는 대책기획단과는 별개로 공개된 문서의 내용분석과 이에 따른 한일간 외교적인 문제를 처리해 나가게 될 ''외교부 문서공개 실무기획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CBS정치부 권민철/감일근/박종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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