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18년 신년 특별사면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킹크랩 2마리 절도범
유아 데리고 수형생활한
모범 부녀자 2명도 혜택
중국 출신의 귀화자 리모(58)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새벽 서울 금천구의 한 슈퍼마켓에 몰래 들어가 소시지 17개와 과자 1봉지를 주머니에 넣어 갖고 나왔다. 모두 합쳐 8900원어치였다. 리씨는 곧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특수절도 혐의가 붙었다.
한밤중에 망치로 슈퍼마켓 셔터문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게 문제였다. 양형기준 권고형은 징역 8개월∼1년6개월이었다. 재판부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으나 절취품이 소액이고 범행 직후 회수된 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리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징역 8개월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는 29일 정부가 발표한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생계형 절도 사범으로 분류됐다. 식도암에 걸려 교도소 의료실에 수용돼 있는 리씨는 남은 형기(4개월7일)의 절반을 감경받는 혜택을 받는다.
현 정부는 서민생계형 사면을 단행키로 하고 리씨와 같은 사례를 발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를 “장발장 사면”이라고 표현했다.
전체 피해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생계형 절도사범 3명, 고령자 및 중증환자 10명, 초범인 외국인 등 모두 18명이 불우 수형자로 분류돼 특별사면·감형을 받았다.
생계형 절도사범 중 이모(21)씨는 해산물 식당 수족관에서 킹크랩 2마리 등을 훔쳤다가 징역 1년이 확정됐으며, 곽모(39·여)씨는 남이 분실한 휴대전화(중고시세 5만원 상당)를 갖고 갔다가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이씨는 이번 사면 조치로 남은 형기 2분의 1이 감경됐으며, 곽씨는 1개월27일의 잔형 집행 면제를 받았다.
법무부는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산범죄를 중심으로 서민들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면 대상에는 유아를 데리고 수형 생활을 하는 부녀자 가운데 수형 태도가 좋고 재범 위험성이 적은 2명도 이름을 올렸다. 한모(28)씨는 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뒤 옥중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법무부는 한씨가 출소 후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면서 현재 생후 7개월 된 딸을 양육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남은 4개월18일의 집행을 면제했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 2명도 명단에 들었다. 이모(53)씨는 30년간 남편의 폭력에 당해오다가 술에 취한 남편의 얼굴을 쿠션으로 눌러 사망하게 해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상태다. 선처해 달라는 유가족의 탄원 등이 참작돼 잔형 9개월8일의 집행을 면제받고 30일 석방된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가 생계형 절도사범 등을 가리켜 “특별히 억울하게 수형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 불쾌해하는 반응도 나왔다. 재판 당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조항, 재판에 응하는 태도, 과거의 범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인데 “억울한 수형”이라며 법원이 잘못 선고한 것처럼 비칠 수 있는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킹크랩 2마리 절도범
유아 데리고 수형생활한
모범 부녀자 2명도 혜택
중국 출신의 귀화자 리모(58)씨는 지난해 11월 22일 새벽 서울 금천구의 한 슈퍼마켓에 몰래 들어가 소시지 17개와 과자 1봉지를 주머니에 넣어 갖고 나왔다. 모두 합쳐 8900원어치였다. 리씨는 곧 경찰에 붙잡혀 재판에 넘겨졌다. 특수절도 혐의가 붙었다.
한밤중에 망치로 슈퍼마켓 셔터문 자물쇠를 부수고 들어간 게 문제였다. 양형기준 권고형은 징역 8개월∼1년6개월이었다. 재판부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으나 절취품이 소액이고 범행 직후 회수된 점,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리씨는 항소하지 않았고 징역 8개월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그는 29일 정부가 발표한 특별사면 대상자에 포함됐다. 생계형 절도 사범으로 분류됐다. 식도암에 걸려 교도소 의료실에 수용돼 있는 리씨는 남은 형기(4개월7일)의 절반을 감경받는 혜택을 받는다.
현 정부는 서민생계형 사면을 단행키로 하고 리씨와 같은 사례를 발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를 “장발장 사면”이라고 표현했다.
전체 피해금액이 100만원 미만인 생계형 절도사범 3명, 고령자 및 중증환자 10명, 초범인 외국인 등 모두 18명이 불우 수형자로 분류돼 특별사면·감형을 받았다.
생계형 절도사범 중 이모(21)씨는 해산물 식당 수족관에서 킹크랩 2마리 등을 훔쳤다가 징역 1년이 확정됐으며, 곽모(39·여)씨는 남이 분실한 휴대전화(중고시세 5만원 상당)를 갖고 갔다가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이씨는 이번 사면 조치로 남은 형기 2분의 1이 감경됐으며, 곽씨는 1개월27일의 잔형 집행 면제를 받았다.
법무부는 “죄질이 상대적으로 가벼운 재산범죄를 중심으로 서민들이 조속히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재기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면 대상에는 유아를 데리고 수형 생활을 하는 부녀자 가운데 수형 태도가 좋고 재범 위험성이 적은 2명도 이름을 올렸다. 한모(28)씨는 1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은 뒤 옥중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법무부는 한씨가 출소 후 자신의 부모와 함께 살면서 현재 생후 7개월 된 딸을 양육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 남은 4개월18일의 집행을 면제했다.
지속적인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수형자 2명도 명단에 들었다. 이모(53)씨는 30년간 남편의 폭력에 당해오다가 술에 취한 남편의 얼굴을 쿠션으로 눌러 사망하게 해 징역 4년형이 확정된 상태다. 선처해 달라는 유가족의 탄원 등이 참작돼 잔형 9개월8일의 집행을 면제받고 30일 석방된다.
한편 청와대 관계자가 생계형 절도사범 등을 가리켜 “특별히 억울하게 수형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한 것과 관련해 법원 내부에서 불쾌해하는 반응도 나왔다. 재판 당시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법조항, 재판에 응하는 태도, 과거의 범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인데 “억울한 수형”이라며 법원이 잘못 선고한 것처럼 비칠 수 있는 표현을 썼다는 지적이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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