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ㆍ“정치 경력 일천한 1인이 공당을 웃음거리 만들어” 지적
ㆍ한국당 인사 검증 시스템 붕괴…윤리위, 26일 징계 결정
ㆍ최고위 봉쇄 등 ‘홍준표 사당화’에도 독주 막을 인물 전무
ㆍ한국당 인사 검증 시스템 붕괴…윤리위, 26일 징계 결정
ㆍ최고위 봉쇄 등 ‘홍준표 사당화’에도 독주 막을 인물 전무
자유한국당이 최근 류여해 최고위원의 파동을 겪으면서, 추락한 당의 현실을 밑바닥까지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류 최고위원은 연일 당무감사·조직강화특별위원회(조강특위) 구성 등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홍준표식 당 개혁’에 반기를 들면서 당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인지도도, 정치 경력도 일천한 최고위원 한 명이 제1야당을 뒤흔들고 있는 것이지만 ‘홍준표 사당화’의 징후들도 명확해졌다.
당은 난장판이 되고 있지만, 중심을 잡을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 무너진 제1야당의 체계
특히 ‘여자 홍준표’로 불린 류 최고위원은 돌출 발언과 행동으로 당을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다. 지난 18일 당협위원장직 박탈에 항의하는 기자회견 중 오열하는 자신의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생중계하고, 22일 최고위 회의장에 ‘라이언 인형’을 들고 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류 최고위원은 경북 포항 강진을 두고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라고 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는 ‘1 대 1 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지난 20일 류 최고위원에게 ‘절제된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사 요청을 드린다’며 성명을 냈을 정도다.
그럼에도 홍 대표는 “주막집 주모의 푸념”이라고 했을 뿐 류 최고위원의 돌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대선 때 돼지발정제 논란을 일으킨 이후에도 각종 막말을 거듭해온 홍 대표가 과연 자제를 요청할 자격이 있느냐는 말도 있다. ‘막말 대표’에 류 최고위원이 돌출하면서 자칫 당 최고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가 ‘봉숭아학당’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류 최고위원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당의 인물 검증 시스템 자체가 무너졌음을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 가속화된 홍준표 사당화
반대로 류 최고위원의 일탈은 ‘홍준표 사당화’의 징후도 분명하게 드러냈다. 홍 대표는 류 최고위원의 반발이 가시화된 이후 최고위를 열지 않았다.
이를 두고 ‘홍준표 저격수’로 돌변한 류 최고위원의 발언 기회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목적이란 해석이 나왔다. 선출직 최고위원 한 명을 배제하기 위해 아예 공식회의를 막은 셈이 된다.
반발 가능성을 제거하기 위한 징계 논의도 빠르게 진행 중이다. 당 윤리위원회는 품위유지 의무 규정 위반 등을 들어 26일 류 최고위원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류 최고위원의 ‘언행에 동조·공모했다’는 이유로 정준길 전 대변인 징계도 추진하고 있다. 홍 대표 맘대로 당이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당의 무질서가 심화되고 있음에도, 견제하고 중심을 잡을 인물이나 세력이 없다는 것이다. 각종 막말 등으로 한계가 뚜렷한 홍 대표가 당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나, 정치 경력이 일천한 류 최고위원의 목소리만 들리는 것은 결국 고질적인 인물 부재와 직결돼 있다.
실제 당 중심을 잡아줄 영향력 있는 대선 주자나 중진들이 없다시피 하다. 또 과거 한나라당이나 새누리당 시절 당 대표의 독선·독주를 견제한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 ‘민본21’ 등과 같은 소장파의 부재도 도드라진다.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오만과 독선의 홍 대표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처럼 납작 엎드려 있는 당을 보고 있자니 참으로 걱정”이라고 말했다.
<허남설 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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