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전 홍보수석 입김, 공공연한 비밀" … "비판 기사 쓸 수 있겠나"
[미디어오늘 김상만 기자]이명박 정부 들어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기업과 정부, 협회가 주관하는 각종 언론인 해외연수 프로그램에 선발되는 경우가 늘어나 주목된다.
미디어오늘이 현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각 기관의 언론인 해외연수 선발인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청와대 출입기자 12명이 해외연수를 다녀왔거나 앞으로 다녀올 예정인 것으로 집계됐다.회사별로는 조선일보 2명, 동아일보 1명, 문화일보 1명, 연합뉴스 1명, MBC 1명, SBS 1명, MBN 1명, CBS 1명, 한경와우TV 1명, 한국경제 1명, 서울경제 1명 등이었다.
청와대에 등록된 출입기자는 지역과 인터넷매체들을 포함하면 수백 명에 이른다. 그러나 고정으로 청와대를 출입하는 언론은 신문과 방송을 합쳐 50여 군데에 불과하다. 이 가운데 전국을 커버하는 매체는 20여개 안팎으로 다시 압축된다. 일반적으로 해외연수 선발이 이른바 '중앙언론'에 집중되는 성격을 감안하면 한 출입처에서 12명이라는 인원은 적지 않은 숫자다.
▲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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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 프로그램에는 삼성언론재단·LG상암언론재단 등 기업체가 직접 운영하는 것과 한국기자협회가 선정하는 SK펠로와 같은 기업후원 형태, 한국언론진흥재단, SBS문화재단 등 언론·유관단체가 주관하는 것이 있다. 각 기관에서는 연간 10~20명의 기자들을 선발해 항공료와 현지 체류비용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 정부에서 청와대 출입기자의 해외연수자가 늘어난 배경과 관련해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입김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후문이다.
청와대를 출입했던 한 언론사 기자는 기자들이 이 전 수석에게 먼저 해외연수에 선발될 수 있도록 손을 써달라고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부 기자들은 이 전 수석에게 청탁해서 됐다는 말을 공공연히 하고 다닐 정도였다"며 "실력으로 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기자들이 정치권 실세를 동원해 청탁전화를 넣고 있는 상황에서 나만 가만있으면 바보 된다는 정서가 밑바닥에 깔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이 전 수석이 정권의 대국민 홍보와 기자관리를 맡고 있었던 고위관료였다는 점에서 일부 기자들의 사적 청탁은 비판을 비켜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언론인 출신인 이 전 수석이 기자들의 심정을 잘 알고 별다른 뜻 없이 도와준 것이라고 하더라도 기자 스스로 청탁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정권을 비판하는 기사를 마음대로 쓸 수 있겠느냐는 점에서 기자사회가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전 홍보수석은 이에 대해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모두 각사를 대표하는 중견기자들로 연수자격이 충분한 사람들"이라며 "나 뿐만 아니라 여러군데 같이 부탁하고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전규찬 공공미디어연구소 이사장은 "언론인 해외연수는 기자들의 휴식이나 충전이 될 수 있는 기회인 동시에 지원하는 정부나 기업과의 이해관계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지금까지는 심각한 일탈이 있을 경우에만 문제가 됐지만 심사위원이나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는 것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시스템적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까지 온 만큼 문제를 드러내고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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