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야단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후 당을 바꿔야 한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당명을 바꿔야 한다, 중당당사를 폐지해야 한다,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거기에다 기어코 한 의원은 이명박 정권이 지금처럼 계속하면 함께 갈 수 없다는 협박(?)에 가까운 주장까지 내놓는다.
당명을 고치고 중앙당사를 폐지하고, 참 많이 듣던 레퍼토리다. 한나라당이 위기에 처하면 늘 하는 고전적인 수법이다. 민정당이 어느 날 신한국당으로 바뀌더니 또 한나라당으로 간판을 갈아치웠다. 노무현 탄핵으로 위기에 몰렸을 때도 당명을 바꾸자며 아우성이었고 중앙당사를 팔아치우고 천막당사를 꾸리는 쇼까지 해댔다. 그리고는 꿈에 그리던 집권까지 했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악화되기만 했다. 그런데 그들은 그때의 그 단맛이 새삼 그리운 모양이다.
한나라당의 본질은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카멜레온처럼 그때그때 위기 때마다 색깔이 바뀌었지만 저들은 여전히 이 나라 최상위 1%를 위한 정당이며, 미국의 이익을 충실하게 대변하는 정당이고, 북한에 대해서는 극단적인 대결을 추구하고, 시장주의라는 해괴한 용어를 쓰며 재벌과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정당이다. 그리고 아직도 개발만능주의에 사로잡혀 토목사업이 경제를 살린다는 환상과 기만에 사로잡힌 거짓 선지자들의 정당이다.
저들은 선거 때만 되면 서민들과 가난한 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손을 잡고, 땅바닥에 엎드려 절까지 하고 눈물을 흘리며 표를 긁어모은다. 그리고 당선이 되고 집권을 하면 그들의 눈에서 피눈물을 흐르게 한다. 저들은 용산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상인들을 불구덩이 속으로 차 넣었다. 이명박과 오세훈 두 서울시장은 집권 9년 만에 온갖 토목사업으로 서울시의 부채를 5조원에서 25조원으로 늘려놓았다.
저들은 4대강 개발에 국민의 세금 30조원을 쏟아 붓고 한강르네상스다 디자인서울이다 하는 데는 시민의 세금을 마구잡이로 쏟아 부으면서 초등학교 무상급식은 국가를 파탄 낼 파렴치한 포퓰리즘이라고 매도한다. 저들에게 부자들의 세금을 100조원 깎아주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일이고 가난한 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포퓰리즘이다. 저들은 아직도 선거 때만 되면 반대세력을 ‘빨갱이’라고 매도하며 이 국민을 분열시키고 증오심을 키우는 비열한 행태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저들이 지금 쇄신을 부르짖는다. 그걸 누가 믿겠는가?
지금 한나라당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쇄신은 선거를 앞두고서 살아남기 위해 치는 발버둥에 불과하다. 그들은 지금 이명박이라는 ‘꼬리’를 자르고 싶어 안달이다. 저들에게는 진정한 쇄신의 의지가 없다. 아마 그 혹세무민으로 다음 선거에서 살아남는다면 저들은 다시 오만하게 고개를 쳐들고서는 서민들을 짓밟고 그 위에서 군림하며 1%의 나라를 위해 뛸 것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이라면 그들이 쇄신파이든 아니든 근본적인 차이점이 없다. 쇄신을 부르짖는 저들 역시 지난 4년 동안 단 한 번도 쇄신을 하지 않았고 권력의 단물만 빨아먹었기 때문이다. 저들이 정말 쇄신을 원했다면 출당을 각오하고, 의원직을 내놓고라도 쇄신을 하려고 투쟁했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의 진정성을 믿어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의원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지금 우리 정치에서 필요한 것은 한나라당의 혁신이 아니라 해체이다. 한나라당과 같은 정당은 사라지는 것이, 그리하여 이 나라의 정치가 새롭게 조직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저들이 변한 것 하나 없이, 변할 능력도 없이 걸핏하면 간판을 뜯어고치고 얼굴에 화장을 새롭게 하고 우리에게 표를 달라고 하는 것은 정치적 매춘행위와 다를 것이 없다. 그것은 이 나라의 변화를 막고 미래를 인질로 삼는 짓이다.
사라져야 할 정당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나라를 위해 불행한 일이다. 한나라당이 진정 국가를 위한다면 해체를 하기 바란다. 그리고 무엇이 진정한 보수인지, 이 나라의 현재와 미래가 필요로 하는 보수적 가치가 어떤 것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해보기 바란다. 그러지 않는 모든 혁신은 거짓이다. 미국과 일본에 대한 맹목적 추종, 이념적 증오로 얼룩진 극우세력과 결별하지 않는 이상 이 나라 보수 세력에게 희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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