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대행 김원홍이 열쇠
5~6개사 추가 압수수색
5~6개사 추가 압수수색
최태원(51)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의 회삿돈 횡령 의혹을 수사중인 검찰이 8일 에스케이 본사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공개수사에 나서기까지는 오랜 ‘예열’의 시간이 있었다. 최 회장의 선물투자 관련 의혹을 내사하는 데 1년 남짓 걸렸고, 에스케이 계열사가 수천억원을 투자한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를 수사한 지 6개월 만이다. 검찰은 끈질긴 계좌추적을 통해 베넥스에 들어간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대행한 김원홍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의 계좌에 꽂힌 사실을 확인했다.
■ 추적 규모만 1500개 계좌-25조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중희)의 수사 대상인 최 회장의 선물투자 규모는 5000억원대, 베넥스에 투자된 에스케이 계열사 18곳의 투자 총액은 2800억원이다. 특히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에는 1500개의 계좌가 동원됐고, 이 계좌를 거쳐간 돈을 단순 합산하면 25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돈의 행방을 일일이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그래서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속도’를 강조했다. 수천만원, 수억원을 따라다니느라 시간을 허비할 게 아니라 훨씬 큰 규모의 의심 가는 자금 흐름을 살펴, 거기서 혐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번 수사는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을 찾는 게 아니라, 한강물에 떠내려가는 소를 건져 올리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 김준홍-김원홍 ‘잘못된 만남’?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소를 건져 올릴’ 단서를 찾았다고 한다. 에스케이 계열사 자금 500억여원이 김준홍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에서 김원홍 전 에스케이해운 고문의 계좌로 건너간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외형상 독립적으로 보이는 최 회장과 에스케이 계열사의 투자행위 사이에 ‘접점’이 드러났고, 에스케이 투자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과 ‘섞여서’ 사용됐을 가능성도 커진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에스케이에서 투자받은 500억원을 개인적인 투자 목적으로 김원홍씨에게 빌려줬고 (나중에) 다시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에스케이 쪽도 “투자운용 과정에서 생긴 일을 우리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태도다. 그러나 베넥스의 김 대표가 에스케이에서 투자받은 자금을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도맡아 한 김 전 고문에게 융통해줬다는 것 자체가 공교로운 사실이다. 이 돈이 최 회장의 선물투자금으로 사용됐는지가 중요한데, 김 전 고문은 계좌로 받은 자금을 현금으로 바꾼 뒤 선물투자를 한 경우가 많아 검찰이 추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중국에 머물고 있는 김 전 고문의 강제송환을 검토하고 있는 이유다.
한편 검찰은 9일 베넥스의 자금운용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베넥스가 에스케이 계열사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투자한 콘텐츠업체 ㅋ사와 ㅅ사 등 회사 5~6곳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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