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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November 9, 2011

이명박 정부 한·미 FTA’ 힘의 논리로 강행처리해선 안 된다

이명박 정부 한·미 FTA’ 힘의 논리로 강행처리해선 안 된다이명박 정부 FTA는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환경 변화 못 쫓아가
절차적 비민주성, 이익 불균형, 이행법문제 등 국익훼손 위험

▲ 2007년 4월 2일 청와대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한미 FTA 타결에 대한 상세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선진통상국가’ 실현의 일환으로 추진된 FTA
부족한 자원과 많은 인구를 가진 우리나라가 짧은 기간 내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능동적인 개방전략이었다.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해외시장에서는 중국 등이 우리나라 수출 주력상품을 위협하였고, 내부적으로는 성장잠재력이 위축되어 연평균 5%의 성장률 유지가 어려워졌으며, 새로운 시장을 찾는 것도 갈수록 한계에 부딪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참여정부는 대한민국의 경제구조와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하여, 한국경제가 대외부문에서 지향해야 할 비전으로 ‘선진통상국가’를 제시하였다. 이는 능동적 통상전략을 경제시스템의 개선과 산업구조 조정의 동력으로 활용함으로써 개방정책과 발전정책을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전략이었다.
유럽, 미국, 싱가포르, 칠레를 비롯한 여러 무역상대국들과 FTA를 추진한 것은 선진통상국가 실현이라는 능동적 대외경제정책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방편이었다. 한국경제가 필요로 하는 산업의 고부가가치화와 선진기술의 전수를 위해서도 서비스·투자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높은 수준의 FTA 추진이 필요하였다.

한·미 FTA의 최우선 원칙은 ‘국익’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이 FTA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제일 중시한 것은 국익 우선이었다. 이는 특히 우리와 무역량이 많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국력이 강한 국가들과의 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에 있어 “100% 국익 기준으로 하라. 우리가 이익이 되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하는 거다. 협상과정에서 국익에 배치되면 안 해도 좋다. 조건이 맞지 않으면 언제든 중단해도 좋다”라는 점을 늘 강조하였다.
또한 협상에 있어서 정치적 요소 등은 배제하고 철저하게 경제적 논리에서 접근할 것을 강조하였다. 즉, 노무현 대통령은 “철저하게 장사꾼 논리로 협상하고 한미동맹 관계나 정치적 요소들은 절대로 의식하지 말라”고 강조하였다. 참여정부는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하였기 때문에 미국과 대등하게 협상해서 최대한 한국의 이익을 지켜낼 수 있었다.

미국의 재협상 요구와 이명박 정부의 ‘밀실협상’

그러나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오바마 정부가 자국 내 이해집단의 요구를 추가로 반영하기 위해 재협상을 요구하자 이명박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기존의 합의 중 일부를 수정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는 민주적 절차와 국민과의 소통을 외면하였다. 참여정부는 2004년 6월 대통령령으로 ‘자유무역협정체결절차규정’을 제정하여 추진 단계마다 국민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만들어 FTA 추진과정에서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추가협상은 없다”며 국민들을 속이고 밀실에서 재협상을 진행함으로써 국민의 신뢰를 저버렸을 뿐만 아니라 민주적 절차와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였다. 즉, 굴욕적 재협상을 진행하고, 한·미 FTA 합의내용을 국민적 동의 없이 임의로 수정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국익을 손상시킨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로 한·미 FTA 재검토 필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는 세계경제 시스템을 그 근본부터 흔들었다. 이러한 세계 금융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에 있으며, 현재 대두되고 있는 유럽의 심각한 재정위기와 결합되어 국제경제 체제와 질서를 바꿀 역사적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미 FTA는 현재 진행 중인 선진국들의 금융 및 재정위기 이후 오게 될 새로운 경제·사회 정책기조 및 국제경제 질서와 모순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세계적인 경제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한·미 FTA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선진경제의 중요한 국가경쟁력 원천으로 인정받았던 첨단 금융시스템이 금융·재정위기로 인해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아닌 국가 경제를 일시에 파탄으로 몰고 갈 수 있는 불안정 요인으로 바뀐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금융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변화를 전망하고 그것이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충분히 분석하고 검토한 후, 한·미 FTA에 대한 손익계산서를 재검토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퇴임 이후 금융위기로 인한 상황 변화를 한·미 FTA에 반영하기 위한 재협상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한·미 간 협정을 체결한 후에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발생하였다. 우리 경제와 금융제도 전반에 관한 점검이 필요한 시기이며, 한·미 FTA 안에도 해당되는 내용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고, 고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은 고쳐야 한다.”
▲ 2008년 5월 22일 청와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 촉구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이명박 대통령


이익균형이 무너진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
이명박 정부는 재협상 과정에서 금융위기로 인한 상황 변화나 우리의 입장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오히려 미국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하였다. 국익을 도외시한 밀실협상의 결과, 한·미 FTA에서 한국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는 자동차 분야에서 많은 양보를 하였고, 또 미국산 쇠고기 및 쌀 수입 논란을 비롯해 개성공단 제품 문제 등 한국의 주요 이익은 관철하지 못하였다. 반면, 우리가 얻은 것은 단지 냉동 돼지고기 및 의약품 허가·특허연계 부분에서 적용시기 유예 정도일 뿐이다. 결론적으로 양국 간의 이익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양자 협정에 있어 이익균형은 매우 중요하다. 전체적인 이익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한 국가에게 다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큰 틀에서 사고하여 수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은 어렵게 성사시킨 한·미 양국 간의 이익균형을 무너뜨려 버렸다. 그러다 보니 참여정부가 큰 틀에서 어렵게 수용했던 부분들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특히, ISD는 참여정부에서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였으며, 내부에서 많은 논쟁이 있었다. 그러나 전체 이익균형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은 자동차 분야를 비롯해서 많은 것을 얻었고 또 대응력을 키워나가면 ISD에 관한 문제는 충분히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그러나 이제 양국 간의 이익균형이 무너졌으므로 ISD에 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새롭게 제기되는 미국 측의 한·미 FTA 이행법

한편,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불평등한 요소를 담고 있어, 한·미 양국 간의 상호주의를 침해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참여정부 당시에는 미국 측의 이행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였으므로 이에 대한 구체적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행법으로 인한 문제 발생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해외 사례 등을 통해 세밀하게 살펴보지 못한 한계가 존재한다.
특히, 이행법은 “미국의 현행 법률과 일치하지 않는 한·미 FTA 협정의 어떤 조항이나 그것의 적용은 어떠한 법적 효력도 가질 수 없다”며 “법률과 협정 상충 시 미국 법률 우선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 결과 동일한 한·미 FTA 협정이 한국과 미국에서 상이한 법적 지위와 효력을 갖게 되는 구조적 불평등 문제를 초래하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미국의 연방법과 주법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상세히 파악하고 이해관계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제기되는 우려들이 조금이라도 사실이라면, 이는 참여정부가 추진한 한·미 FTA의 근본 취지를 퇴색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한·미 FTA와 이행법과의 관계 그리고 미국법과의 관계 등에 대해 조문 하나하나를 검토·분석하여 따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은 매우 복잡하고 힘든 일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를 소홀히 하거나 서둘러서는 결코 안 된다. 미국 이행법에 대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검토와 대응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후속조치의 미흡

FTA를 추진한다는 것은 그만큼 외부와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FTA를 추진함으로써 국가 전체에는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취약한 분야의 기업이나 관련 종사자들은 이러한 경쟁에서 낙오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경쟁에서 탈락한 기업과 사람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여 이들을 보호하고 재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럴 때만이 개방정책으로 인한 과실이 국민 전체에 돌아갈 수 있는 것이며, 성공적인 개방정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참여정부는 사회복지 지출을 획기적으로 늘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또 ‘비전 2030’ 등을 수립하여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체계를 갖추고자 하였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상황 변화와 새로운 재협상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이명박 정부가 다시 평가했다는 보고를 우리는 아는 바 없다. 산업구조 조정으로 인한 실업자와 그에 대한 대책도 들은 바가 없다. 이명박 정부는 새로운 한·미 FTA로 인하여 발생할 사회적 부작용 최소화에 철저히 무관심한 것이다. 복지정책은 실종되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경쟁지상주의를 외치고 있으며, 사회적 강자만을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오고 있다. 이 상태에서 우리는 한·미 FTA의 비준을 매우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익을 위해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는 지지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의 한·미 FTA는 세계경제 상황의 변화, 절차상의 비민주성, 내용상 이익의 불균형, 이행법의 상세한 분석 부재, 후속조치의 미흡 등 결정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향후 우리의 국익에 큰 손해를 끼칠 위험이 크다. 이에 우리는 한·미 FTA의 비중에 동의할 수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반대 여론과 국민적 우려를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강행 처리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도 이행법과 관련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분석과 논의를 거친 후, 여야 간 합의는 물론 국민적 동의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2011년 11월 9일
노무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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