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정부가 북한의 4차 핵실험에 이은 로켓 발사에 초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한국 정부가 원하는 결과는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지적했다.
통일부는 10일 오후 성명을 발표해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을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북한 당국에 통보하고 국민의 안전한 귀환 등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라 필요한 협력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통일부는 이같은 초강경 대응 카드를 꺼내는 것에 대해 “북한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와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을 외면한 채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는 극단적인 도발을 감행했다”며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계획을 꺽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통일부는 “지금까지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총6160억원의 현금이 유입됐고 작년에만에도 1320억원이 유입됐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총1조190억원의 투자가 이뤄졌는데 그것이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을 고도화하는 데 쓰여진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노력을 짓밟고 우리 국민들의 생명과 안위를 위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 홍용표 통일부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성공단 중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언론들에 따르면 개성공단 전면 중단 결정은 청와대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에 따르면 정부 당국자는 “이날 오전 청와대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결정됐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개성공단 관련)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있는지는 북한에 달려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03년 6월30일 개성공단이 착공식을 가진 이래 한국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중단을 선언한 것은 처음이다. 지난 2013년에는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및 최고 존엄 모욕’ 등을 이유로 남측 인원의 통행을 제한하고 북한 노동자들을 철수시킨 바 있다. 이후 한국 정부도 노동자를 모두 철수시켜 개성공단은 134일 동안 문을 닫았다.
정부의 이번 조치로 남북 긴장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개성공단은 지난 2008년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남북 관계를 잇는 마지막 상징물이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마지막 끈인 개성공단이 중단되면서 남북관계는 정확히 10년 전으로 되돌아갔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 교수도 “이번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남북관계는 끝났다”고 말했다.
나아가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갖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 교수는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북한의 비핵화와 중국의 대북 제재 동참인데, 이번 조치로 이 두 가지가 실현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내다봤다. 정 대표는 “이번 조치로 북한도 타격을 받겠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우리 기업들의 피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이같은 조치를 취한 것을 두고 ‘강박’ 이라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존재감을 과시하기 위해 핵실험을 하는 것이나 박 대통령이 ‘혹독한 대가’ 라는 강박에 의해 이런 조치를 강행하는 것은 똑같다”고 말했다. 정 대표도 “뭔가를 하겠다, 보여주겠다는 강박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번 조치로 철수하게 되는 남측 기업들에 대해서는 “정부합동대책반을 구성해 범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조치가 한반도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한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점에 대해서 국민 여러분들의 충분한 이해를 구한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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