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이 북한 어뢰 폭발로 절단됐다고 판결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서프라이즈·민진미디어 대표) 명예훼손 사건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대해 그동안 천안함 진실을 추척해온 기자와 블로거들도 반박하고 나섰다.
천안함 사고 직후 서프라이즈에서 논객 ‘뉴요코리안’(당시 미국 뉴욕 거주)으로 진실추적을 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미 해군자료 등을 첫 보도하는 등 심층취재해온 김원식 민중의소리 전문기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제가 인터뷰한 윤덕용 합조단장 자신도 그 어뢰 설계도 원본을 본 적이 없다고 실토했다”며 “원본도 공개 안하는 어뢰 설계도에 관한 한국 국방부 발표는 믿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5년 여 전 KBS 추적60분에서 흡착물질 부분도 함께 제작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재판부가 흡착물질과 관련해 지금까지 진행된 과학 논쟁을 무시하고 이 사건을 처음 접한 일반인의 시각 정도로 내린 결론”이라고 비판했다.
김경석씨는 “자동차 충돌사고조차 똑같은 사고는 이세상에 하나도 없다는 가정하에 조사하듯이 천안함 침몰도 이런 기본 상식에서 출발해서 조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재판부가 자신의 능력에서 벗어난 무리한 판단을 했을 뿐 아니라 그 결론 역시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비판했다.
천안함을 공격한 어뢰추진체가 북한 것임을 증명하는 ‘어뢰설계도’의 출처에 대해 재판부가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것이 도마에 올랐다. 재판부는 어뢰설계도면과 관련해 “국방부가 CD 형태와 도면으로 보관하고 있고, 어뢰(CHT-02D)의 제원이 기재된 판매 광고서면(브로슈어)을 보관하고 있다”며 “CD형태에 보관된 설계도면 파일은 국산 워드프로세서 프로그램인 아래아 한글프로그램의 ‘hwp.파일’로서, 국방부가 설계도면 파일을 입수하기 전 또는 입수한 이후 아래아 한글프로그램으로 변환된 형태의 파일을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이를 두고 5년 여 전 KBS <추적60분> ‘천안함 편’을 제작하고 지난해엔 어뢰설계도 출처 문제를 취재했던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어뢰의 도면이 실물과 같다 그렇지 않다를 논하기에 앞서, 그 출처부터 정확히 밝혀져야 한다”며 “이번 재판에서 그 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프라이즈에서 논객 ‘지수바라기’로 천안함 진실을 추적해온 김경석(자영업·김해거주)씨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어뢰설계도는 출처가 북한이라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해야 인정할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어떤 컴퓨터에나 아래아한글이 깔려 있는데, 이 환경에서 누구나 만들어서 재판부에 보내도 ‘북한 설계도’가 된다고 인정할 것인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재판부가 어뢰 추진체 부식상태를 정밀감식하지 않고도 천안함 선체의 철 부분과 어뢰추진체 철 부분의 부식상태가 유사하다고 판단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김경석씨는 “천안함 선체의 부식정도와 피격어뢰의 부식상태를 ‘유사하다’는 표현은 지극히 포괄적이며 개인적인 표현”이라며 “또 재판부가 ‘정밀분석하더라도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정밀감식을 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인 재판의 태도”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정밀감식이 필요 없다는 중대 결정을 내린 근거가 사실상 없다”며 “정밀감식은 진실의 문과 같은데 진실의 문을 닫고 재판했다는 고백”이라고 평가했다.
재판부는 토머스 에클스 미군측 조사단장이 흡착물질과 관련해 ‘부식환경에서도 비결정질 알루미늄 산화물이 존재할 수 있다’며 보고서에서 빼거나 부록으로 돌리라고 권유한 이메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흡착물질을 폭발로 인해 생성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 사건 폭발과 관련이 없다해도 천안함이 어뢰의 폭발에 의해 침몰 된 것임을 인정함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를 두고 김원식 전문기자는 “천안함 침몰을 이른바 ‘1번 어뢰’ 폭침으로 몰고 가려 하니 이러한 일이 생긴 것”이라며 “에클스는 알루미늄산화물이 부식에 의해 발생했을 수 있다는 점을 주변 전문가들로부터 듣고 한국에 이 대목 삭제를 요구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김 기자는 미군 뿐 아니라 호주 조사단의 예도 들었다. 미국 잠수함 전문가 안수명 전 안테크 대표가 미해군을 상대로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받은 미 해군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대목이 나온다. 호주의 해군 안전시스템 소장은 “과학적인 조사 관점에서 본다면, 북한이 이 무기를 사용했다는 100%의 증거는 아직 없다고 믿는다”며 “가해자에 관한 이러한 (명확한) 기재(caveat)와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다른 노력마저 퇴색시킬(diminish)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나온다.
▲ 2010년 5월20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을 당시 어뢰추진체. 사진=인터넷공동취재단. |
▲ 지난해 10월 재판부 현장검증 때 1번 어뢰. 사진=신상철 |
심 기자는 “이 부분에 대한 첨예한 과학적 논쟁은 국방부의 자료 공개 및 공개 실험 거부로 인해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그러한 상황에서 과학자들의 견해를 무시하고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폭발재가 맞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 것은 재판부의 능력을 넘어서는 무리한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천안함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가 모두 함수 방향으로 심하게 휘어진 것이 ‘관성에 의한 축밀림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인정한 재판부 결론에 대해서는 “궤변”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김경석씨는 “폭발의 영향으로 인한 급정지 효과로 그런 변형이 발생했다는 설이, 가장 해괴하다”며 “가장 근거가 없으며 실제의 변형 가능성도 제로에 가까운 형태이고, 변형의 방향도 반대인데도 이런 궤변을 왜 인용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타 물체에 부딪혀서 이렇게 됐다고 판단하면 더 쉽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을 왜 이렇게 판단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선박이나 잠수함 등과의 충돌설은 설득력이 없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도 정보를 더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 나왔다.
김원식 기자도 “이 사고 자체가 군사작전 중에 일어난 것”이라며 “당시 한미간 잠수함 운행이 어떻게 됐는지를 포함해 군사비밀로 공개되지 않은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충돌가능성에 대해 온전히 판단하기 어렵다. 특히 재판부가 추론하는 수준의 분석만 갖고는 잠수함 충돌 가설을 배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 기자는 “다른 잠수함이 KNTDS(해군전술지휘시스템)와 AIS(선박자동식별시스템) 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며 “KNTDS가 식별하는 것은 레이더를 통해서인데, 수상선박만 감지할 뿐 수중에 있는 것은 안잡힌다”고 말했다. 그는 “역으로 1번 어뢰를 발사하고 도망쳤다는 연어급 잠수정도 전혀 못잡은 것 아니냐”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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