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7일 대통령 대리인 측이 무더기로 신청한 증인 열다섯 명 중 8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로써 증인 신문으로만 2월 22일까지 변론 기일이 잡힌 셈이 됐다. 산술적으로 재판 결정문 작성까지 2주가 걸리기 때문에 최종 탄핵소추 결정은 빠르면 3월 8일께 나올 수 있다. 2월 말 탄핵 심판 결론은 사실상 물 건너 갔다.
하지만 최종 변론 기일을 비롯해 대통령 대리인 측에서 추가 증인을 신청하거나 출석하지 않은 증인을 다시 채택하는 등 앞으로도 재판 지연을 할 수 있는 여지는 남겨져 있어 헌재의 탄핵소추 결정일은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극우집회가 극성을 피우고 있는 상황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 측의 '노림수'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변호인단의 노골적 '시간 끌기' 전략, 일부 먹혔다
대통령 탄핵소추 11차 변론 기일에서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 사건에서 처음 신청한 이도 있고 탄핵소추 사실에 관련된 분들도 있다"며 지난 1일 대통령 대리인 측이 신청한 증인 열다섯 명 중 여덟 명을 증인으로 채택한다고 밝혔다. 이들 여덟 명 중에는 지난달 헌재에 출석한 안종범 전 수석과 최순실 씨를 비롯해 정동춘 K스포츠재단 이사장,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 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 등이 포함돼 있다.
이 밖에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등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날 건강상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헌재는 다시 증인으로 소환하기로 했다.
헌재는 다만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등 재벌 총수들에 대해서는 이미 국정조사에서 증언해 불필요하다는 판단,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았다. 아울러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수사 검사에 대한 증인신청도 "탄핵소추와 관련 없는 부분"이라며 채택하지 않았다.
그간 헌재에서 대통령 측에서 요구한 추가증인을 얼마나 채택하느냐는 초미의 관심이었다. 탄핵심판 결정일이 증인 신문기일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날 헌재가 이날 8명의 증인을 채택하면서 탄핵심판 결정일이 늦어지는 것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헌재는 정동춘, 이성한, 김수현, 김영수 등 4명을 2월 16일, 최상목, 반기선, 김기춘을 2월 20일, 최순실, 안종범 등은 22일에 각각 신문하기로 결정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일주일에 세 차례 변론 기일을 잡은 셈이다.
산술적으로는 22일 증인 신문이 끝난 2월 마지막 주가 되어야 국회 측과 대통령 측의 최종 변론이 진행된 뒤에야 탄핵심판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그럴 경우, 3월 13일로 예정된 이정미 권한대행의 퇴임 전 선고가 아슬아슬해진다.
이는 그나마 대통령 측에서 더이상 추가 증인을 신청하지 않을 경우, 그리고 이미 채택된 증인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재차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 한해서 나오는 전망이다.
이날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이 8명의 증인 채택을 두고 "재판부의 판단이니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채택된 증인이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채택된 증인을 취소해야 신속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점에서 재판부에서 명료한 입장을 이 자리에서 밝혀 달라"고 촉구한 이유다.
이정미 권한대행은 국회 측의 채택된 증인이 지정된 일시에 출석하지 아니할 경우에는 증인을 취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두고 "재판부도 생각하지 않은 바 아니다"라며 "말한 부분은 논의한 다음 다음번에 말하겠다"고 밝혔다.
최후 변론 기일도 생각해야 한다. 권 위원은 " 최후 변론은 모든 재판에서 하는 게 상례"라며 "이번 재판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위원은 "통상 양 당사자 중 어느 한 쪽이 별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일을 지정하면 최후 변론 일을 따로 정해서 하는 게 상례"라고 덧붙였다. 즉, 대통령 측이 딴지를 걸면 최후 변론에도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는 이야기다.
이런 흐름을 잘 아는 대통령 대리인 측은 이후에도 추가 증인을 신청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중환 대통령 대리인 측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에서 증인 추가 신청 관련 "현재까지는 최대한 절제해서 (증인을) 신청했다"며 "(앞으로도 증인 신청이) 없다고 볼 순 없다.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의 노림수, 탄핵 반대 여론 키워 재판관 2명만 돌려세우면 된다?
'정규재TV'와 같은 개인 미디어와 인터뷰를 해 대중에 공개하는 등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시도는 꾸준히 감지되고 있다. 극우 성향 인사들과 박근혜 대통령 팬클럽이 주도하는 탄기국(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 집회가 조직적인 성향을 띠고, 새누리당 대선 경선 출마 정치인들의 참여도 급속히 늘고 있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이 '최순실 불륜' 의혹을 제기하자, 최순실 씨 변호인도 자신의 의뢰인의 불륜 주장을 스스럼없이 제기했다. '교감'이 어느 정도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가짜 팩트' 들도 난무한다. 이같은 '여론전'이 노리는 것은 탄핵 기각이다. 박 대통령 측은 '태블릿PC 음모론'과 같은 명분을 극우 집회 참여자들에 제공하고, 그들을 자극하고 있다.
탄핵 반대 시위나 여론을 최대한 키워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에게 영향을 끼치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으로 이어진다. 3월 13일 전에 헌재가 탄핵 심판 결정을 하려면 헌법재판관 8명 중 3명만 돌려세우면 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 반대 지지율이 20%~30%로 오르면 재판관 2~3명 정도를 돌려세울 수 있지 않느냐"하는 일종의 '믿음'이 유통되고 있다.
만약 탄핵 심판이 3월 13일 이후로 넘어가면, 헌법재판관 7명 중 2명만 '탄핵 반대'로 돌려세우면 탄핵이 기각된다. 이같은 점을 노리고 있기 때문에 끊임없는 '지연 작전'을 펴고, 극우층을 자극할 '거짓 팩트'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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