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형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론화 결과를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원전 찬성-반대 진영 모두가 승복할 수밖에 없는 절묘한 결론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내놓은 정부 권고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공론화위가 종합공정률 29.5%(시공률 11.3%)에, 건설 중단 시 매몰비용까지 포함해 최대 2조8000억원(추정)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는 신고리 5·6호기의 건설을 재개할 것과 원자력 발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것을 함께 권고한 것이 ‘실리’와 ‘명분’ 사이에 절묘한 균형을 맞췄다는 평가다. 시민들의 숙의를 통해 결론을 도출한 데 대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87년 6월 뜨거웠던 거리의 민주주의, 지난겨울 온 나라를 밝혔던 촛불 민주주의에 이어 공론화위가 또 하나의 민주주의를 보여줬다”고 크게 의미를 부여했다.
공론화위의 이러한 권고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은 이행되지 못하게 됐다. 야당은 이에 “탈원전 약속을 지체없이 이행하라”(정의당), “건설 중단 소동을 일으킨 점에 사과하라”(자유한국당·국민의당)고 엇갈린 시각에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이미 여러차례 “어떤 권고안이 나와도 따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청와대는 원전 건설의 찬성-반대를 두고 극렬히 갈렸던 국론분열 양상을 시민들의 숙의 과정을 통해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데 크게 안도하는 분위기다. 특히 건설 중단-재개가 팽팽한 접전 양상이었던 일반 여론조사와는 달리 공론화위의 최종 결과가 오차범위(±3.6%포인트)를 크게 벗어난 19%포인트 차이가 난 점에 가슴을 쓸어내리는 기류다. 청와대 관계자는 “만일 적은 격차로 권고안이 나왔다면 원전 찬반 어느 진영도 결과에 쉽사리 승복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공사 재개 결정과 함께 탈원전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라는 권고 모두 큰 격차로 결정돼서, 찬반 양쪽 모두가 결과를 받아들일 명분이 생겼다”고 말했다.
시민참여단 53.2%의 압도적 의견으로 ‘원자력발전을 축소하자’는 권고안이 나온 만큼, 문 대통령은 향후 탈원전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전환 정책을 추진하기도 용이해졌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기반한 단계적 원전 감축, 에너지 가격체계 개편을 통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 공급을 100대 국정과제로 제시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것은 산업 투자 등과 맞물려 당장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만일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권고가 나왔다면 원전 찬성 진영에선 당장 탈원전에 따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신고리 5·6호기 건설로 전력 수급에 여유가 확보돼, 노후 원전 가동 중단이나 신규 원전 건설계획 백지화 등을 힘있게 추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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