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뉴스=김성덕 기자)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의 지난 11일 ‘좌파적출론’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 산하 공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기제 정무직에 대한 퇴출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 10년 김대중, 노무현 추종세력들이 각계 요직에 남아 새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이들 기관장들의 사퇴를 강력 요구했고, 여기에 장관들 까지 나섰다.
이윤호 지식경제 장관은 “코드가 다른 사람들이 임기가 남았다고 해서 전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있는 것은 곤란하다”며 구 정권 인사들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 또한 연일 “정치색을 가진 문화예술계 단체장들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산하 단체장들의 사표를 요구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이유를 들면서, 임기가 보장된 기관장들의 사퇴를 거칠게 압박하고 있다.
◇‘업무보고 참석하지 마!’=이번 주 초부터 시작된 대통령에 대한 부처 업무보고는 안 대표의 발언 직후 이들 산하 기관장들을 아예 업무보고 자리에 부르지 않는 방법으로 ‘퇴출 몰이’를 하고 있다.
13일 노동부 업무보고에서는 산하 기관장들을 전원 불참시킨데 이어 14일 문광체부 업무보고 현장에는 오지철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정순균 한국방송광고공사 사장 등 2명을 참석 대상에서 배제시켰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있을 지식경제부, 환경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등 다른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산하 기관장들의 불참사태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주 정부 각 부처에 퇴출대상 기관장 명단을 제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문은 14일 여권 핵심 관계자의 말을 인용 “청와대가 지난주 말 정부 각 부처에 산하 공공기관장 현황과 함께 이들의 교체 여부에 대한 각 부처의 의견을 청와대에 제출토록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각 부처는 최근 산하기관장 및 임원들의 임기와 경영실적, 임면절차 등을 담은 자료와 함께 기관장·임원 교체 여부에 대한 의견을 청와대에 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자료에는 참여정부 기간 이들의 경력과 구여권 핵심부와의 관계 등에 대한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MB식 인치의 시작’=청와대와 여권의 이 같은 쌍끌이 기관장 퇴출 압박은 법과 제도에 따르기 보다는 전리품을 챙기려는 점령군의 태도를 엿보게 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MB식 인치의 시작’이라는 비판이 대두되고 있다.
경실련은 “임기가 법적으로 보장된 공공기관장에 대해 일방적으로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주장”이라며 “코드 인사라며 사퇴를 종용했던 그 자리에 또 다른 코드 인사를 앉히는 자가당착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14일 성명서를 통해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법적으로 보장하게 된 것은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 책임 경영을 위한 것”으로 “(임기를) 보장받지 못하면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를 보게 되면서 전문적인 업무 수행과 안정적 조직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인사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은 14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직접 글을 올려 청와대를 반박했다.
정 부총장은 “임기제를 존중하는 것이 법치”라며 “임기제를 존중하는 것이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임기제 정무직의 교체비율은 문민정부 73%, 국민의 정부 23%, 참여정부 26%와 같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공공기관 임원의 경우도 문민정부 53%, 국민의 정부 51%에서 참여정부 10%로 현저히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게 뿌리내리고 있는 제도를 과거 관행을 이유로 다시 흔드는 것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자는 것”이라며 “임기를 존중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기획재정부는 학계와 회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공기업 경영평가단’을 구성, 16일부터 101개 공기업을 상대로 경영평가에 착수할 방침이어서 산하 기관장들에 대한 전방위 퇴출 압력이 계속될 예정이다.
[먼저 본 세상 바꾸는 미래, 고뉴스TV] kimsd@g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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