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우리 민족의 큰 명절이다. 이는 정치권에도 마찬가지이다. 추석엔 팔도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현 정치상황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게 마련이고, 그 과정에서 원래의 정치적 의견이 강화되기도, 혹은 바뀌기도 하는 그런 때이다.
그런 만큼 추석은 여론, 혹은 민심이 크게 출렁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시기여서 여야 정치권 모두 '추석민심' 잡기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곤 한다.
그런 추석연휴를 앞두고 몇 개의 여론조사 결과와 그를 바탕으로 한 또 몇 개의 언론 보도가 있었다.
먼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9월 28일 목요일 리얼미터가 공개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대비 3% 상승한 68.6%로 나타난 반면 29일 금요일 한국갤럽이 공개한 문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대비 5% 하락한 65%로 나타났다.
거의 같은 시점의 조사에서 하나는 상승, 하나는 하락으로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추석을 앞둔 지지율 분석 관련 기사는 아래와 같이 5%P 크게 하락한 한국갤럽의 조사치를 근거로 한 것이 많았다.
당시 언론의 공통된 논조는 정치적으로 아주 중요한 시기인 추석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계속 하락중이며, 추석을 계기로 하락이 더욱 가속화하여 정치적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식이었다.
이런 논조의 연장선상에서 연휴가 막 끝난 10월 10일 국민일보는 아래와 같은 기사를 낸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말을 빌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하향추세이긴 하겠으나 연말까지 60%대는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그러나, 이 보도가 있은 후 바로 직후 리얼미터는 69.5%로 70%에 아주 근접한 지지율 수치를, 3일 뒤인 10월 13일에 한국갤럽은 70%를 훌쩍 뛰어 넘는 73%의 국정지지도 수치를 발표하였다.
전문가의 입을 빌린 전망이 고작 사흘 만에 무참히 틀리고 만 셈이다.
지난 금요일인 13일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에 대해 많은 시민들, 특히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기뻐하면서 한편으론 놀라기도 했을 것이다.
추석 연휴를 전후하여 무려 9%P나 오른데다가 애초 한국언론은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정반대의 보도를 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필자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왜냐하면 추석 연휴 시작되기 직전 주에 이미 문대통령의 지지율은 상승세로 전환되기 시작했고, 70%대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조사 자료가 존재하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 자료가 바로 그것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72.6%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여러분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는 한국갤럽이 5%P 급락한 수치를 발표한 날의 바로 다음날인 9월 30일에 경향신문의 의뢰로 (주)한국리서치가 수행한 것으로써, 지금도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에 들어가면 누구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필자는 알고 있었던 이 조사결과를 대다수 많은 시민들이 모르고 있었다는 데에 있다.
그리고 많은 시민들이 이 사실을 몰랐던 이유는 이 조사를 의뢰한 경향신문이 이 조사결과를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래 이 여론조사는 경향신문이 창간 71주년을 맞이하여 기획기사를 쓰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총 12개의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던 것이며, 경향신문 홈페이지에는 아래와 같이 기사화 되었고, 이 기사는 그대로 네이버 메인 페이지에 노출되기도 하였다.
어떤 이유에선지 경향신문은 문재인 대통령이 그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다시금 70%라는 상징적 숫자를 훌쩍 뛰어넘는 국정 지지율을 기록한 사실을 크게 기사화하지 않았고, 그 결과 많은 시민들이 그 사실을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 한국의 언론들은 '추석을 앞두고 지지율 추락, 비상 걸린 문재인정부' 류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의 언론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했던 것일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다시금 말하거니와 경향신문이 의뢰한 위 조사의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필자 또한 너무나 쉽게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 사실을 한국의 언론 그 누구도, 한국의 여론조사 전문가 그 누구도 확인을 하지 않았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경향신문은 왜 대통령 지지율이 70%대를 다시 넘긴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을까? 뉴스 가치가 없다고 생각해서?
왜 한국의 언론들은 경향의 조사결과를 모른 체 했을까? 추석을 앞두고 너무 바빠서?
설마 추석을 앞두고 크게 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발표함으로써 추석 이후 국정 지지도 고공행진이 이어지는 그런 결과를 경향을 포함한 한국의 모든 언론들이 원하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 것으로 필자는 굳게 믿는다.
한국의 언론이 그 정도로 망가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필자는 여전히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시민들이 “언론도 적폐다”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이 틀린 말이 될 수 있도록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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