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사건과 관련해 정부 공식 백서의 해도에 함수 침몰 표기가 잘못된 것으로 드러나자 7년 째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위원(현 서프라이즈 대표)이 국방부에 천안함 사건 주요 기록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송영부 국방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냈다.
신상철 전 위원은 합조단 활동 전후로 천안함 정부발표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가 군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7년 째 법정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신상철 전 위원은 지난 12일자로 국방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한데 이어 16일엔 송영무 국방장관에게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신 전 위원이 국방부에 청구한 공개 대상 기록은 다음과 같다.
(1) 2010. 3. 26 천안함 교신기록
(2) 2010. 3. 26 천안함 항적기록
(3) 2010. 3. 26 백령도 서쪽 및 남쪽 해안 모든 초소 TOD영상
(4) 2010. 3. 26 ∼ 27 국방부(합참.해작사 포함)와 해경간 통신기록 전부
(5) 2010. 3. 27 해경501함과 해경253호정 교신기록 전부
(6) 2010. 3. 26 ∼ 31 군 상황일지 (합참, 2함대, 작전사령부)
(7) 천안함 생존자 통신기록 전부
(8) 국방부 조사 생존자 육성증언 및 기록 전부
(9) 국군수도병원 천안함 생존자 관련 기록 전부
(10) 천안함 사망자 시신 검안 기록 전부
(11) 해군2함대 천안함 거치후 수리내역 전부
(12) 합참 및 해군2해역사령부 KNTDS 천안함 이동경로 기록 전부
▲ 지난 2010년 5월15일 오전 쌍끌이어선이 수거해 올렸다는 이른바 1번어뢰 수거직후 동영상. 추진후부와 프로펠러 사이의 축에 남아있는 녹의 모양이 무언가에 감겼던 흔적처럼 보인다. 사진=검찰의 법원제출 동영상 갈무리 |
이 가운데 천안함 교신기록의 경우 알려진 것이 거의 전무하다. 생존자의 보고로는 김광보 천안함 포술장(대위)가 2010년 3월26일 21시28분경(26~28분설도 있음) 휴대전화로 2함대 상황 반장에게 “천안인데 침몰되었다. 좌초다”라고 보고했다고 진술(최초보고)한 것과 곧이어 21시30분경(28~30분설도 있음) 정다운 전투정보관이 역시 휴대전화로 2함대 당직사관에게 “천안함이 백령도 근해에서 조난당했으니 대청도 235편대를 긴급 출항시켜 주십시오”라고 한 것 등이 있다.
이에 반해 최원일 천안함장이 이원보 2함대 22전대장(대령)과 그날 밤 22시32분부터 42분까지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용에서 “뭐에 맞은 것 같습니다…어뢰 같은데요, 함미가 아예 안 보입니다”라고 보고한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모두 휴대전화로 통화한 내용이라 통화내용이 어디까지 녹음돼 있는지 아직 파악돼 있지 않다.
교신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은 허순행 통신장(상사)이 공군 레이더기지 무선병과 나눈 교신이다. 천안함 피격사건 합동조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허 통신장은 21시51분부터 1분간 교신에서 ‘침몰사유 통보할 것’을 요구한 공군 레이더기지에 “본국 어뢰, 어뢰, 어뢰로 사료됨, 어뢰로 사료됨 이상”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나온다. ‘어뢰가 정확한가’라는 재차 질문에 허 통신장은 “어뢰피격으로 판단됨”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이 보고서엔 1분간 통화한 것으로 나오지만, 허순행 통신장은 2012년 8월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부(재판장 박순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신상철 전 위원 명예훼손 사건 재판 증인으로 출석해 1분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최소 30분 이상 통화했다고 증언했다.
-변호인 : “천안함 백서(합조단 조사결과 보고서임-괄호는 기자 주)를 보면, 교신 시각이 21시51~52분으로 1분간으로 돼있는데, 증인이 통화한 시간이 대략 몇 분 정도 되는가요”
=증인(허순행 천안함 통신장·상사) : “최소 30분 이상 통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허 통신장은 합조단 보고서에 나온 허 통신장의 보고내용 외에도 법정에서 “최초 상황보고, 귀국사유보고, 생존인원들, 구조상황에 대해 이야기했다”며 “다른 사유에 대해 보고하라고 해서 침몰사유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대화한 기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이 얘기는 지금까지 국방부가 공개하지 않은 허 통신장과 공군 레이더기지 사이의 30분 이상 분량의 교신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언이다.
이밖에도 천안함 항적기록은 이른바 KNTDS(해군전술지휘체계) 상 천안함이 어떻게 이동했는지를 밝혀줄 기록인데도 극히 일부 인사들에게만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이 어느 시간대에 어느 지역으로 운항했으며, 특히 저수심 지대로 이동했는지 여부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 천안함 백서의 함수 이동경로. 사진=천안함 피격사건 백서 |
TOD 동영상의 경우 천안함이 반파되는 순간의 장면이나, 폭발했다면 생겨야 할 물기둥과 같은 급격한 침몰과정이 담긴 장면은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그런 동영상은 없다고 했으나 아직 공개된 동영상은 한 종류의 동영상 뿐이어서 다른 TOD 동영상의 존재여부도 관심사이다.
이와 함께 신 전 위원은 천안함을 두동강 냈다는 1번 어뢰의 추진체와 잔해를 일반에 공개할 것도 요청했다. 신 전 위원은 “천안함을 폭침시킨 소위 ‘1번 어뢰’는 2010년 5월 20일 공개 및 공식발표이후 용산의 전쟁기념관에 유리케이스에 담아 공개를 한 바 있다”며 “그러나 일반인들이 정밀사진을 찍어 과연 그것이 천안함을 침몰시킨 어뢰가 맞는지 여부에 대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되자 국방부는 전쟁기념관에 비치된 1번어뢰를 국방부 조사본부의 창고로 이송하고 대신 모조품을 비치하였다”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은 “이러한 행위는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노력을 현저히 저해시킬 뿐만 아니라 2함대에서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천안함 선체와의 형평성 논리에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신 전 위원은 송영무 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정보공개를 요구한 항목들을 보면 사고 당일 천안함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에 반드시 필수적인 내용들이라는 사실을 아실 것”이라며 “문제는 이러한 필수 내용들이 ‘군사기밀’이라는 이유로 한 번도 공개되거나 제출된 적이 없으며 지난 8년간의 재판을 통해서도 논의 자체가 의도적으로 기피되어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위원은 “이번 청구 역시 국방부 사건 관련자 및 실무자들이 ‘군사기밀’을 앞세워 공개를 거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이렇게 특별히 서한을 작성하고, 우편서신으로도 보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전 위원은 “문재인 정부의 국방부는 거짓과 은폐로 가득한 이명박 정부의 국방부와는 달라야 한다”며 “은폐시도에 대해 과감하고 냉철하게 대처해달라”고 요청했다.
신 전 위원은 교신기록의 의미에 대해 “오죽하면 천안함 희생자 가족분들 조차 ‘편집하지 않은 교신기록’ 공개를 요구하며 ‘만약 보안에 문제가 된다면 가려서 마킹한 다음에 달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겠느냐”며 “합참은 2002년 연평해전 당시 교신기록은 물론 군 작전내용까지도 일반에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많은 국민들이 아직도 의구심과 함께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2010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이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객관적인 과정을 통해 명명백백히 밝혀져 또 다시 그러한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소중한 반면교사의 교훈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 지난 2016년 1월25일 오후 천안함 관련 명예훼손 사건 1심 재판에서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신상철(왼쪽) 전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서프라이즈 대표)이 재판종료후 법원을 나서고 있다. 이치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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