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 '저작권자'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에 이 개념을 명시하자 논란이 뜨겁다.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특별한 제한 또는 의무부과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보수 진영’은 즉각 여기에 ‘빨갱이 딱지’를 붙였다. 자유한국당은 이 내용이 발표된 지난 21일 “자유시장경제 포기 선언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정권의 방향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인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주의에 맞추어져 있음을 재확인시켜주는 충격적인 내용”이라고 밝혔다.
아이러니다.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법제화한 정부는 노태우 정부다.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민정당(민주정의당)· 민자당(민주자유당)이 집권하던 시절 과감하게 밀어붙인 정책이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선배들은 일찌감치 사회주의로 전향했던 것인가.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법제화한 박승(82)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물었다.
아이러니다.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법제화한 정부는 노태우 정부다. 자유한국당의 뿌리인 민정당(민주정의당)· 민자당(민주자유당)이 집권하던 시절 과감하게 밀어붙인 정책이다. 노태우 당시 대통령을 비롯해 자유한국당의 선배들은 일찌감치 사회주의로 전향했던 것인가. 노태우 정부에서 경제수석으로 토지공개념을 도입해 법제화한 박승(82) 전 한국은행 총재에게 물었다.
-토지공개념은 사회주의 정책인가.
“토지공개념을 처음 도입해 법제화한 게 노태우 정부다. 그럼 노태우 정부가 사회주의 정부라는 얘긴가. 노태우 대통령이 사회주의자인가. 허허허.”
박 전 총재는 당시 “부동산값 상승이 국민생활 빈곤화의 근본원인이라는 생각에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대통령에게 누차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보수적 군인이었지만 민생에 필요하다는 개혁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토지가 특정세력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 지가를 올리고 빈부격차를 키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노태우 대통령도 강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박 전 총재는 당시 “부동산값 상승이 국민생활 빈곤화의 근본원인이라는 생각에 토지공개념의 도입을 대통령에게 누차 말씀드렸다”고 회고했다. “노 대통령은 보수적 군인이었지만 민생에 필요하다는 개혁엔 적극적”이었다고 한다. “토지가 특정세력이나 부유층의 전유물이 되어 지가를 올리고 빈부격차를 키우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건 노태우 대통령도 강하게 주장했다”는 것이다.
-토지공개념은 왜 필요한가.
“두가지 측면이 있다. 우선 토지는 재생산이 불가능한 것이다. 천부적으로 모든 이들이 함께 이용하라고 하늘이 내려준 자산이다. 따라서 투기나 특정인의 치부 대상이 되면 안된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경제학에서 토지는 시장경제 개념에서 일반상품과 다르게 취급한다. 두번째, 한국사회 불평등의 근본원인이 토지에 있다는 점이다. 1989년 법제화 당시 조사해보니 소득 상위 5%가 전체 토지의 65%를 차지하고 있었다. 지난 50년간 물가는 30배 올랐는데 토지는 3000배 올랐다. 소수의 계층이 재미를 본 것이고, 전체적으로는 내집 마련이 어려워 불행을 겪은 것이다. 불평등의 근본원인, 최대요인이 토지다.”
-시장경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은 어떤가.
“근원적 불평등 요인인 토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지 않도록 규제하는 것은 시장경제에서 당연한 정책이다. 오히려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시장경제의 건전성과 균형성을 강화하는 보호막이라고 봐야 한다. 이 걸 사회주의라며 문제삼는 이들에게 그렇다면 땅투기는 해도 좋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 당시 법제화한 것이 결국 위헌 결정이 나지 않았나.
“그 때 개발이익환수법, 택지소유상한법, 토지초과이득세, 소위 토초법 등 네가지 조치가 나왔다. 애초 나는 개발이익환수제는 찬성했으나 택지상한제와 토초세는 반대했다. 위헌소지가 있었다. 시장경제질서와 상충된다고 봤다.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택지소유상한제의 경우 몇평 이상 차지하면 굉장히 무거운 세금을 물려서 그 이상을 못갖도록 했는데, 정원이 넓은 집을 갖고 있는 사람은 팔지도 못하고 고통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보유세 강화라든가 토지에서 나오는 이익에 대해 환수하는 개발이익환수제 같은 것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작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 참여하셨다.
“토지공개념을 강력히 주장하기는 했지. 그렇다고 ‘내 작품이다’라고 할 수는 없다. 거기(캠프) 계신 분들도 다 좋다고 했어. 수십년전부터 부동산은 함께 국민이 나눠서 활용해야 하는 국민 생활편익수단이지 치부수단이 아니다, 투기해서 돈 버는 이재수단이 돼서는 안된다는 게 내 생각이고, 그래서 지금까지 줄기차게 주장하는 건 그런 것을 위해서 보유과세를 무겁게 부과하자는 것이다. 불필요한 토지를 소유하려 하지 않도록”
-토지공개념은 어떤 정책으로 연결되어야 하나.
“개헌 전이라도 당장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 복지증대와 소득증대를 위해 부동산에 대한 보유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회고록 ‘하늘을 보고 별을 보고’에 “부동산 중심사회에서 벗어나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쓰셨다. 부동산 중심사회는 무엇이 문제인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넓은 땅과 큰 집을 차지하려 하기 때문에 땅과 집이 부족하게 되고 땅값, 집값이 오르게 된다. 이는 생산소득이 아니고 후세들의 부담으로 이뤄지는 비생산적 소득인 만큼 오를수록 삶의 질은 나빠진다. 부동산 중심사회에 머물러 있는 한 어떤 경제성장에도 삶의 질 선진화는 기대할 수 없다.”
류순열 선임기자 ryoo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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