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기독교계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CBS는 지난 21일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단체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정광용 회장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나 기도회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일부 대형교회들이 중심이 돼 구국기도회를 준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극동방송 측은 "청와대 또는 박사모 등 특정인 및 단체에 의해 기도회를 요청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다.
▲ 박사모 회장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를 만났다는 CBS 보도가 미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 |
ⓒ CBS 보도화면 갈무리 |
사랑의교회 측은 21일 "CBS가 기사에서 언급한 교회는 우리 교회가 맞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가 준비하던 기도회는 기사의 내용과 다른, 정치색이 배제된 '순수한 기도회'였으며, 박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 정치인이나 정치세력을 위한 기도회가 아님을 천명한다"고 선을 그었다.
어느 쪽이 먼저 기도회를 요청했는지를 두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린다. 극동방송은 사랑의교회가 먼저 요청했다는 입장인데 반해, 사랑의교회 측은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 목사의 요청으로 준비했다고 주장한다.
박근혜 지지 집회, 교회 사람들로 채워진다?
▲ 24일 오후 서울 대한문 광장에서는 탄기국 주최로 박 대통령 지지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보수 대형교회 기독교인들도 눈에 띠었다. | |
ⓒ 지유석 |
▲ 24일 오후 서울 대한문 광장에서는 탄기국 주최로 박 대통령 지지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엔 보수 대형교회 기독교인들도 눈에 띠었다. | |
ⓒ 지유석 |
이들에게 다가가 '혹시 교회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이들은 서울 중구 A교회에서 왔다고 답했다. 이 교회는 국내최대 보수 장로교단인 예장통합 교단 소속 교회로 청빈을 강조했던 원로 목회자가 세운 교회다. 2000년 타계한 이 원로 목회자는 서북청년단 조직, 그리고 80년 롯데호텔에서 열린 '전두환 상임 위원장을 위한 조찬 기도회'에 참석한 전력으로 늘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A교회 성도들은 기자에게 '그 어떤 지시도 받지 않았고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강조했다. 이 교회를 다니는 다른 성도와 접촉해 교회 분위기를 물었다. 이 성도는 익명을 전제로 이같이 답했다.
"교회에서는 혼란에 빠진 나라를 위해 기도하라는 말 외엔 현 시국에 최대한 언급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촛불집회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반면 박 대통령 지지집회엔 권사, 집사 등이 삼삼오오 모여 참여하기도 한다."
▲ 보수 개신교단 목회자들이 주도하는 비상구국기도회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이 기도회가 박 대통령 지지 집회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 |
ⓒ 지유석 |
보수 기독교와 박근혜의 밀월관계, 끝내야
"진상조사는 정부에 맡기자. 특별법 제정은 국회에 맡기자, 책임자 처벌은 사법부에 맡기자, 진도 체육관에서 나오고 팽목항에서도 나오고 단식 농성장에서도 서명 받는 것에서도 나와 달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 돌아가 희생자 가족이 아니라 희망의 가족이 돼 달라.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 참사 피해자가 아니라, 안전의 책임자가 돼달라."
요약하면, 진상규명은 관련 기관에 맡기고 세월호 유가족은 일상으로 돌아가라는 주장이었다. 공교롭게도 최 목사가 광고를 낸 시기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정부 책임론이 비등하던 시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최 목사가 정부를 편들고자 광고를 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최 목사를 국민대통합위원장에 기용했다. 그것도 최순실 국정농단이 드러나고 탄핵 위기에 몰린 시점에 말이다. 저간의 상황을 종합하면 박 대통령은 보수 기독교계를 발판 삼아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 모양이다.
이 시점에서 기독교의 기본 가치는 생명, 평화, 정의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예언자들은 세속 권력의 패권주의와 종교의 타락을 준엄하게 꾸짖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며 사회적 약자들을 돌보다 죽음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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