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29일 정부가 발표한 4대강의 ‘6개 보 개방 추진’ 방안을 놓고 “대통령의 지시에 꼼수로 화답했다”(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단 ‘보 개방’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을 만큼 보 수위를 살짝 낮추는 것에 불과한 점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계획에 따르면 6개 보 가운데 죽산보를 제외한 나머지 보 수위는 고작 2~9%(전체 수위 대비) 낮아지는 수준이다. 정부는 이렇게 소량의 물을 방류해 도달하는 ‘수위’가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한도라면서 이를 ‘양수 제약수위’라고 했다. 4대강 보 안의 물을 길어올려 농업용수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 수위 아래로 떨어뜨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방안은 올 3월 국토교통부가 녹조 저감을 위해 발표한 방안보다도 후퇴한 것이다. 국토부는 당시 “상류에 비축된 물을 1~5일간 하류의 보로 흘려보내고 보 수위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시범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유지하게 될 보 수위는 ‘양수 제약수위’ 혹은 이보다 더 낮은 ‘지하수 제약수위’가 될 거라고 했다. 당시 국토부 관계자는 “보 수위를 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췄을 때 인근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고까지 말했다.
그런데 이날은 ‘양수 제약수위’만 고집해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정부는 ‘찔끔’ 개방의 이유로 “원활한 농업용수 공급”을 대면서 구체적 근거도 내놓지 못했다.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양수 제약수위’보다 수위가 더 낮아질 경우 생기는 6개 보 주변지역의 ‘농업용수 부족량’을 묻자 자료를 제시하지 못했다. 그저 “모내기철이라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정부는 농번기 이후 10월부터는 수위를 더 많이 낮추겠다고도 했지만 그렇게 되면 올 여름철 ‘녹조’는 한바탕 지나고 난 후가 된다.
전문가들은 관료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는 “(양수장과 연결된) 농수로는 보통 폭 10m, 깊이 2~3m 수준으로 10km가 넘는 경우 수백만톤은 저장할 수 있는 저수지 역할을 할 수 있다”면서 “당장 폭염이 닥치고 녹조가 심각해질 텐데 이럴 때는 잠시 수위를 낮추는 대신 농수로에 미리 물을 저수해뒀다가 농업용수로 쓰는 방안도 있는데 관료들은 ‘안되는 쪽’으로만 말하고 있다”고 했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보 개방 지역은 당장 농업용수가 부족한 가뭄지역이 아니”라면서 “지자체들이 4대강에 배를 띄우는 등 레저시설을 잔뜩 갖춰놓은 것이 높은 수위 유지 결정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정부가 가뭄대책도 함께 발표했는데 마치 가뭄 때문에 수위를 더 낮추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게끔 만들었다”고도 지적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함안보 사례를 들어 정부 논리를 반박했다. 박 교수는 “함안보는 최근 수년간 주변 농경지 침수 여지가 있을 때는 1m씩 수위를 낮췄다”면서 “그런데 이번엔 20㎝밖에는 못 낮춘다고 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4대강 정책감사를 앞두고, ‘대통령 말대로 수문 열어봤지만 녹조 저감이 없더라’는 논리 개발을 위해서 꼼수를 부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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