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 3차 재판에 첫 증인으로 나와
박 “올바른 정책 판단” 발언 강하게 비판
“국민연금, 청와대 뜻으로 합병 찬성 말 들어
반대 의견 내는 과정서 삼성 쪽 압력 있었다”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i.co.kr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i.co.kr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했던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가 “국민연금공단 전문위원에게 청와대의 뜻으로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주 전 대표가 재직하던 한화투자증권은 삼성합병 당시 22개 국내 기관투자자 유일하게 반대의견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의 심리로 29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 3회 재판에서는 처음으로 증인신문이 열렸다. 증인으로 나온 주 전 대표는 2015년 당시 삼성물산 주식 7.1%를 가진 미국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에스케이(SK) 합병에도 반대한 국민연금공단(주식 11.2% 소유) 등의 반대로 삼성합병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은 2015년 7월10일 ‘국민연금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아닌 기금운영본부 투자위원회에서 삼성합병 찬성을 결정했다. 이에 대해 주 전 대표는 “결정 며칠 뒤 박창균 중앙대 교수(당시 국민연금 전문위원)에게 전화해 문의하니 ‘선배님, 그게 청와대의 뜻이라네요’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주 전 대표는 “청와대 뜻이라고 말할 때 굉장히 놀랐고 그런 말이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왜 이런 일에 청와대가 개입했는지, 반대급부로 얻는 게 무엇인지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대급부에 대해 주 전 대표는 “최근 언론을 보니 삼성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한 거액의 승마지원, 재단에 낸 돈 등이 반대급부가 아닐까 생각했다”고 특검 조사에서 진술한 내용을 시인했다. 앞서 주 전 대표는 특검 조사에서 삼성 합병은 “합병 시너지를 얻기 위한 합병이 아니라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전자 지분을 먹고 싶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욕심 때문에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합병 시너지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진술했고 이날 법정에 나와서도 “삼성전자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가 합병의 실제 목적”이라고 말했다.
주 전 대표는 한화투자증권이 삼성합병에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는 과정에서 삼성의 ‘압력’이 있었다고 밝혔다. 주 전 회장은 “2015년 6월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삼성과 한화 사이가 좋은데 부정적인 보고서를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거부했다”며 “1차 보고서 제출 뒤에도 금 부회장은 ‘당신 때문에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에게서 불평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주 전 대표는 장 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받은 적은 없지만 한화 경영진을 통해 압력이 들어왔고, 우리금융투자에서 함께 일했던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전 삼성증권 사장)도 삼성에서 부탁을 받았다며 “부정적인 의견서를 내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 뒤 황 회장은 2015년 7월6일 장 전 사장에게 ‘주진형과 한참 통화했어. 지난번 반대했고, 이번에도 또 반대할 필요 있냐. 도움이 안 된다고 했고. 주는 중요하고 애널이 쓰는데 말릴 이유 없다고 했어. 쓸데없는 가정 가지고 불필요한 소란 만들지 말라고 강하게 이야기했는데도 그대로 쓸 가능성이 70%이다. 큰 도움이 안 돼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한편 주 전 대표는 지난 1월1일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삼성합병 청와대 개입 관련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이 “정신 나간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삼성 합병은) 완전히 엮은 것”이라며 “저도 대통령으로서 국민연금이 잘 대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간에 국가에 올바른 정책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 전 대표는 특검에서 “한 마디로 정신 나간 주장이다. 대통령의 발언은 국제자본의 국내시장 불신만 초래하고, 향후 국제소송의 빌미도 제공할 수 있는 발언이다”라고 평가했다. “정신 나간 주장이라는 근거가 무엇이냐”는 박 전 대통령 변호인의 질문에 주 전 대표는 “(국민연금) 투자위의 결정에 정책 판단이 영향을 줬다는 점을 시사해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석에 섰다. 사진공동취재단
뇌물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417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 첫 정식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날 재판에는 함께 기소된 최순실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피고인석에 섰다. 사진공동취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