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난 지 한 달 남짓 되어간다. 한 여론조사 결과, 국민 84%가 문재인 대통령이 현재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국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소통과 국민 공감 노력에 가장 큰 점수를 주었다. 반면 동일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8%에 불과한 한자리수 동률을 이뤘다. 특히 바른정당이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자유한국당을 4% 차이로 꺾은 것을 두고 바른정당 대변인은 "한국당은 조만간 소멸할 정당임이 명백해졌다"고 힐난했다. 하지만, 정작 현재 TK 지역의 정당 지지율 선두는 다름 아닌 민주당이고, 그것도 2위를 차지한 바른정당을 무려 12%나 앞서고 있다.
보수정당을 자처하고 보수적자 경쟁을 벌인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는 두 정당이 대선 이후 지금까지 보여준 모습은 시대흐름 뿐 아니라, 국민들이 원하는 바와 한참 동떨어져 보인다. 국민 관심과 시야 속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두 정당 모두 대선과정과 결과에 대한 진지한 반성뿐 아니라, 앞으로 국민들에게 내보일 정책의 방향성조차 보여주지 못하는 데 기인할 것이다.
두 당 모두 연찬회 또는 토론회를 거쳐 결의문을 내놓고, 새로운 지도부 구성을 위한 당내 일정을 마련한 게 전부다. 하지만 그마저도 구심점이 될 사람조차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나고, 지역구 민심에 귀만 기울여도 알 수 있을 텐데 두 당만 애써 외면하는 듯하다. 아전인수격 반성으로 자가당착식 행태를 또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국민들은 이제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대립에 지쳤을지 모른다. 오히려 내 삶에 직결된 정책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미세먼지 대책, 육아휴직 공약, 일자리 공약 등이 이념성향이나 지지정당과 관계없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와 주목을 받은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더하여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에도 많은 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소통과 공감에는 더 많은 기대를 한다. 보수정당이라고 하는 두 당이 해야 할 일도 명확해졌다.
북한 당국의 다양한 위협들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국가안보와 대북제재는 보수가 포기할 수 없는 분명한 과업이다. 이러한 책무를 다하는 가운데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정책 마련에는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 확립에 앞장서고 확산시키는 일에도 보수가 먼저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보수도 국민눈높이에서 함께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을 실천해야만 한다. 국민생활 가까이, 나의 삶 속에 보수정당이 함께 고민하고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지금도 육아 이슈를 선점하여 전국 투어를 다시 시작했다. 국민의당 역시 농심(農心) 현장을 찾았다. 하지만, 한국당은 정부인사 실패에 초점을 맞춰 인사청문회에 올인하지만 이마저도 국민 지지를 그다지 받지 못하고 있다. 바른정당 역시 전 대선주자의 행보와 완전 분리되어 민생에서의 존재감은 없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과거 참여정부가 키운 내부 인재들은 지금의 문재인 정부에서는 어느새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 이뿐 아니라, 국가 지도자 선상에서 국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과감한 인재 발탁, 내부 인재 육성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그간 보수정당들이 보여준 행태는 늘 외부인사 영입, 그것도 학자, 법률가, 자산가 등
네임밸류를 먼저 따졌다.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느냐 안 달았느냐가 인재 평가의 주된 요소였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래서는 보수정당이 살 길이 없다.
국민 관심과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고 있는 보수정당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는 인사에서부터 다시 출발해야 한다. 새술은 새부대에 담으라 했다. 타산지석이라고 했듯이 이 부분에서 만큼은 보수가 진보를 배워야 한다.
글/이창근 서울대학교 연구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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