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란 오명을 얻은 광화문광장의 전면적인 개선(재구조화)안이 31일 공개됐다. 광화문광장의 좌우에 각각 5개씩 자리잡고 있는 총 10개 차로를 모두 없애는 파격적인 방안이다. 세종문화회관부터 맞은편 미국 대사관까지 세종대로를 전면 공원화하는 구상이 서울시 토론회에서 발표됐다.
서울시는 31일 오후 박원순 시장이 참석한 가운데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토론회를 열어 그동안 이 문제를 다뤄온 '광화문포럼' 등 관련 기구의 논의 결과를 공개했다. 핵심은 광화문광장의 양쪽 차로를 다 막고 이 구간의 세종대로 전체를 광장화한다는 것이다.
당초 한쪽 차로만 막아 세종문화회관 쪽 인도까지 광장을 넓히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으나 결국 양쪽 차로를 다 막는 '과감한' 개선안이 선택됐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선언한 ‘광화문 시대’와도 맥이 닿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부터 "집무실을 광화문으로 옮기겠다"고 공약했고, 취임사에서도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광화문광장은 그동안 “도심의 섬"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 등의 오명을 얻었다.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를 역임한 승효상(65)씨는 지난해 6월 '광화문포럼' 토론에서 이 같이 말하며 광화문광장의 문제를 지적했다.
2009년 8월, 1년2개월여의 공사를 마치고 조성된 광화문광장은 서울의 중심에 위치한 상징성 때문에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시민들이 광장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추진했다. 왕복 16차로 도로를 10차로로 줄이고 중앙에 광장을 조성했다.
5호선 광화문역과 연결된 지하공간엔 서울의 상징 해치를 안내한 해치마당도 만들어졌다. 지하공간을 지나 경사로를 오르면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였고 그 뒤로 광화문광장이 펼쳐지는 구조다.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으로 분수대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징하는 ‘역사물길’도 생겼다. 공모를 통해 ‘세종대왕 동상’을 세웠고, ‘이순신 장군 동상’과 나란히 광장을 지키는 상징이 됐다.
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광장이 대형 행사 위주로 활용됐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엔 세월호 유가족 등을 위한 공간으로도 쓰이면서 다양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지난해 국정농단 사태 때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23차례 열리면서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광화문광장은 그동안 보행공간 부족, 과다한 시설물 등에 대한 지적을 받아 왔다. 광장 개장 직후 운영방향을 정하는 토론회에서 서울시정개발원(현 서울연구원) 등에서는 보행공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보행자 중심 광장을 표방했지만 좌우엔 10차로 도로가 여전히 존재하고 지나치게 많은 시설물이 '걷기'를 방해했다.
‘세계 최대의 중앙분리대’라고 지칭한 승씨뿐 아니라 여러 건축·도시계획 전문가가 입을 모아 10차선 도로 한 가운데 위치해 시민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광화문 대통령’을 약속했을 때 “광화문광장 재구성도 필요하다”면서 “도로 한 복판 중앙분리대 같은 광화문광장을 시민이 쉽게 접근하게 위치를 재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당선 이후 집무 공간이 광화문 일대로 옮겨지면 자연스럽게 광화문광장도 변모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었다.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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