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기획부동산과 형질 변경에 대한 설명 부족…현장취재 없었고, 당사자 반론 없어
[미디어오늘 이하늬 기자]
JTBC ‘뉴스룸’이 5월31일자 리포트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의 기획부동산 매입 의혹을 제기한 뒤 온라인상에서는 JTBC 리포트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의 지점을 짚어봤다.
1. 기획부동산?
JTBC 보도의 핵심은 강 후보자 가족이 기획부동산을 매입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획부동산은 법적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정의가 애매할 수 있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장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땅의 가치를 잔뜩 부풀려 주변에 매매를 부추기는 행태”를 말할 때 쓰이는 용어다.
부동산 전문가인 최광석 변호사는 “보통 큰 땅을 싸게 사서 가치를 부풀려 쪼갠 다음 비싸게 파는 것을 기획부동산 이라고 말한다”며 “(강 후보자 매입의 경우) 전 주인이 네 조각으로 나눠서 팔았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획부동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냈다.
2. 강경화는 오히려 피해자다?
기획부동산 보도 논란은 크게 두 측면이다.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기획부동산은 개발사업과 연관돼 있다. 개발 사업을 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실제로는 개발을 하지 않을 거면서 시간을 끈다. 그러면 피해자가 더욱 많이 양산된다”고 지적했다. 일종의 사기인 셈이다. 김 팀장은 이를 “치고 빠지기”라 표현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일부에서는 “기획부동산이었다면 강 후보자는 오히려 피해자”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물론 전문가 사이에선 반론도 있다. 개발을 한다는 말을 믿고 땅을 구입했다면 개발 이후에 되팔아 이득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이 경우 ‘투기성’ 매입이 된다. JTBC 보도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3. 어떻게 임야가 대지로 변경됐을까?
JTBC는 강 후보자의 두 딸이 갖고 있는 주택을 설명하며 “주택이기는 하지만 산을 깎아 만든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있는 구조”라며 “애초 이곳은 임야였지만 이 건물로 인해 지난해 9월 대지로 변경됐다”고 보도했다. 임야에서 대지로의 형질 변경은 일반인에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를 두고 최경영 기자는 “형질변경이 됐을 때 정당한 법적 절차를 거쳤느냐 안 거쳤느냐가 문제가 된다”며 “형질변경에 탈법적 요소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찾아서 보도를 했다면 팩트가 된다”고 설명했다. JTBC 리포트에선 이 같은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최 기자에 따르면 형질 변경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임야를 산 뒤 관청에 신고도 하지 않고 소나무를 다 베어버리고 객토를 바꾼 뒤 관청에 애걸하거나 압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만약 강 후보자 가족이 이런 식으로 형질을 변경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형질 변경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다. 최 변호사는 “임야 상태에서 지을 수 있는 건물에 한계가 있는데, 거기에 맞춰서 주변에 나무가 없어지고 하다보면 경사도 등을 감안해서 형질 변경이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 변호사는 “이런 과정을 아는 사람이 (형질 변경을) 처리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4. 투기성 여부는 강 후보자만이 알고 있다
기획부동산과 형질 변경은 모두 ‘투기성’ 여부로 초점이 맞춰진다. 이에 대해 JTBC는 “주택이기는 하지만 산을 깎아 땅 위에 컨테이너 두 동만 올라가 있는 구조”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만 보면 허술하게 주택을 지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면 투기로 연결된다.
이에 누리꾼들은 강 후보자 배우자인 이일병 교수가 직접 컨테이너를 구입한 다음 싱크대 등을 직접 조립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실제 이 교수가 이전에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한 사진을 보면 거제도 바다가 보이도록 창을 냈고 내부 역시 거주 목적으로 지어진 것이 분명해 보일 정도다.
하지만 투기냐 거주냐는 강 후보자 가족이 아니고서야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 변호사는 “집을 지어놓고 거주하지 않으면서 내다파는 경우에는 투기 의도가 짙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살면서 내다팔면 투기 의도가 얕은 것이지, 그걸 딱 잘라서 ‘있다 없다’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5. JTBC 보도, 이래서 문제였다
여러 측면에서 해당 주택은 단순하게 ‘기획부동산’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하지만 JTBC는 이를 너무 쉽게 단정한 측면이 있다. 그리고 이 ‘섣부름’을 뉴스에서 그대로 보여줬다. 먼저 기획부동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없었다. 땅을 나눠 판다고 다 기획부동산인 건 아니다.
무엇보다 현장에 가지 않았다. 이 때문에 JTBC는 기본적인 사실관계도 틀렸다. JTBC는 해당 주택이 컨테이너 두 동이라고 보도하며 포털사이트의 ‘로드뷰’를 방송화면으로 내보냈다. 하지만 실제 주택은 컨테이너 5동으로 구성됐다.
그리고 이 같은 의혹제기에 대한 강 후보자 측의 반론도 들어가지 않았다. 외교부는 1일 해당 보도에 대해 “은퇴 후 노후생활을 위해 바닷가 근처에 토지를 구입해 컨테이너 주택을 건축한 것으로 시세차익 등을 의도한 투기목적의 구매가 아니”라고 밝혔다.
한편 해당보도를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자 JTBC는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하는 등 내부에서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JTBC는 내부 논의를 통해 입장을 낼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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