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2시 원세훈 전 원장 결심 공판
파기환송심 재판만 2년… ‘편파재판’ 논란도

수사하다 좌천된 윤석열은 서울중앙지검장
‘댓글’ 최대 수혜자 박 전 대통령은 ‘법정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9월 25일 오전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해 9월 25일 오전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으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이 10일 오후 열린다. 검찰이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긴 지 4년2개월여 만이다.
탄핵으로 조기에 막을 내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임 기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진행된 원 전 원장의 재판은, 그 긴 기간 만큼이나 재판부의 판단도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 사이 이 사건을 둘러싼 핵심 인물들의 운명도 그야말로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 재판의 핵심과 왜 재판이 이렇게 길어졌는지 등을 간단히 짚어본다.
대법원 ‘파기환송’ 핵심은
대법원이 이 사건을 파기 환송한 것은 2년 전인 2015년 7월16일이다. 1심과 달리 2심은 원 전 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징역3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국정원 직원 김아무개씨의 전자우편에 첨부된 ‘425지논’과 ‘시큐리티’ 파일을 증거능력을 인정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425지논 파일에는 2012년 4월25일부터 그해 12월5일까지 원 전 원장이 내린 지시가 들어있었다. 시큐리티 파일엔 김씨 것을 포함해 트위터 계정 269개가 나왔다. 김씨는 재판에서 “이 파일들이 자신의 메일계정에 나온 건 맞지만, 파일을 작성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겠다”며 ‘모르쇠’로 버텼다. 형사소송법 313조는 작성자의 진술이 없으면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돼 있지만, 315조2호는 ‘업무상 통상적인 문서’는 작성자의 인정 없이도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했다. 2심은 이 부분을 따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두 파일은 여행이나 경조사 일정 등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내용도 포함돼 있으며 그 양도 상당하다”며 업무상 문서로 보기 어렵다며 ‘증거능력 오인’ 이유를 들어 사건을 다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 4년2개월간 진행된 까닭
검찰이 2013년 6월 원 전 원장을 기소해 이 사건 재판은 1·2·3심을 거쳐 파기환송심이 진행 중이다. 가장 긴 시간을 잡아먹은 건 파기환송심으로, 2년간 진행됐다. 1심과 2심 선고가 나는데 각각 약 3개월, 5개월 정도 걸렸던 데 비하면, 상당히 긴 시간이다. 그동안 파기환송심 재판에선 ‘편파재판’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파기환송된 사건을 처음 맡았던 김시철 재판장은 원 전 원장 쪽에 유리해 보일 수 있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해서 구설에 올랐다. 국정원 직원의 댓글 활동을 북한의 대남 심리방송 차단 활동에 빗대며 “국정원법을 엄격하게 해석하면 다른 활동들도 불법이 되는데, 그럼 국정원이 북한 대남 심리방송을 차단한 것도 직무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헌법에 반국가단체로 규정돼 있는 북한에 대한 행위와 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행위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그 자체로 논리적 비약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1년 7개월 동안 끌던 재판은 올해 2월 법원 정기인사로 재판장이 바뀌고 나서야 빠른 진행이 이뤄졌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김대웅)는 10일 오후 2시 원 전 원장의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을 연다고 밝혔다.
뒤바뀐 운명
이번 사건에서 주목받는 것은 국정원 댓글 사건 관련한 인물들의 뒤바뀐 운명이다. ‘국정원 댓글’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에 구치소에 수감돼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 당사자인 원 전 원장은 정권 재창출에 기여한 탓인지, 검찰의 집요한 수사를 피한 뒤 석연찮은 법원 판결마저 이어지며 불구속 상태로 ‘면죄부’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그사이 ‘촛불’로 인해 세상이 뒤바뀌었고 더는 안심할 수 없는 처지에 몰렸다. 실형을 받으면 다시 구치소에 들어가야 한다.
댓글 사건 수사를 이끌었던 윤석열 현 서울중앙지검장의 운명도 널뛰기했다. 당시 여주지청장이던 윤 지검장은 이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으로서 ‘윗선’의 지시를 거부하고 제대로 수사하려 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차례 연속 좌천 인사를 당해야 했다. 한직으로 밀려났던 윤 지검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뒤 특검의 수사팀장을 거쳐 이제 전국 최대 규모의 서울중앙지검장이 돼서 이 재판의 결심을 지켜보게 됐다. 윤 지검장과 함께 수사를 했던 박형철 전 부장검사는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동안 좌천성 인사로 지역으로 발령이 난 국정원 공소유지팀은 그동안 재판 때마다 꼬박 서울을 오가며 힘겹게 공소유지를 해왔다. 재판이 진행되던 동안 특검 파견과 유학 등으로 공소팀 인원이 줄어 김성훈 부장검사가 묵묵히 혼자 재판을 이끌기도 했다. 현재는 특검 파견을 갔던 이복현 검사가 복귀하면서 김 부장검사와 이 검사·서영배 검사 등이 공소유지를 하고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