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립선비대증치료제와 동일성분 탈모치료제로 대신 처방 '의혹'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전립선비대증(전립선증식증)은 남성 생식기관인 전립선의 크기가 비대해지면서 요도를 막아 소변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이다. 주로 40대부터 전립선이 커지기 시작하며, 60대 이상 고령층의 60∼70%가 전립선비대증으로 진단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노화와 남성호르몬 불균형이 주원인이다.
그런데 중·장년 이상에서 주로 발생하는 대표적 남성질환으로 알려진 전립선비대증이 최근 20∼30대 젊은 남성 사이에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와 그 이유가 주목된다.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질환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에서 전립선비대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2년 93만1천988명에서 2016년 117만3천259명으로 4년간 25.9% 증가했다.
특히 20대 젊은층에서 전립선비대증 치료환자 증가세가 뚜렷했다. 20대 환자는 2012년에는 1천317명에 불과했으나 4년 후인 2016년에는 64.1%나 늘어난 2천161명으로 급증했다. 이 연령대의 2012년 이후 연평균 증가율은 13.3%에 달했다.
통계상 2012∼2016년 기간의 20대 전립선비대증 환자 증가율은 80세 이상 환자 증가율(65.4%)과 맞먹는 수준이다. 물론 절대 환자 수는 80세 이상이 12만2천521명(2016년)으로 훨씬 많았다.
20대와 80대를 제외하고 이 기간 연령대별 증가율은 70대 31.3%(25만8천236명→33만9천18명), 30대 23.1%(9천215명→1만천340명), 60대 22.3%(30만4천237명→37만2천137명), 40대 19.1%(7만118명→8만3천500명), 50대 12.9%(21만4천700명→24만2천437명) 순이었다.
전립선비대증이 생기면 하루 8회 이상 비정상적으로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소변이 갑자기 마렵거나 참을 수 없는 '절박뇨', 아랫배에 힘을 줘야 소변이 나오는 '복압배뇨', 소변을 본 뒤에도 찜찜한 '잔뇨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학업이나 업무상 문제가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측면에서 삶의 질이 떨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증상을 방치하면 방광과 요도에 염증을 일으키고 요도협착, 방광결석, 혈뇨, 급성 요폐, 신부전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특히 젊은 나이에 발병한 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해 만성화되면 추후 수술 치료 등을 받더라도 방광의 수축력이 떨어져 스스로 소변을 보지 못하는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심각한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불편과 위험을 예방하려면 젊을 때부터 전립선비대증 증상을 바로 알고 조기에 검진을 받는 게 중요하다.
만약 ▲ 소변 줄기가 약하면서 가늘고 자꾸 끊기거나 ▲ 소변을 봐도 잔뇨감이 있고 ▲ 소변을 볼 때 힘을 주거나 한참 기다려야 하는 등의 전립선비대증 3대 의심증상이 있다면 초음파검사 등을 통해 전립선 크기를 확인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20∼30대 젊은층의 전립선비대증 급증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젊은층일지라도 서구화된 식습관이나 적은 운동량, 장기간의 좌식생활, 과도한 음주 등이 전립선비대증 조기 발병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이보다는 보험이 적용되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를 싼값에 처방받아 대머리치료에 쓰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현재 남성 탈모 치료제로 흔히 복용하는 의약품과 전립선비대증치료제는 같은 성분의 약물이다.
한 대학병원의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선비대증에 처방되는 약물은 보험이 적용되지만, 탈모치료제는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소비자의 약값 부담이 약 10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한다"면서 "이런 이유로 일부 탈모 환자들이 전립선비대증으로 약물을 처방받은 뒤 이를 소용량으로 쪼개 탈모 치료용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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