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의 정치 따라하면
재기의 꿈 물거품 될 것
국민의당 역주행 중단시키고
검찰의 칼 직접 받아야
재기의 꿈 물거품 될 것
국민의당 역주행 중단시키고
검찰의 칼 직접 받아야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 25년 전 정치판의 제3 후보였다. 대선에서 득표율 16.3%, 3등으로 패배하면서 피의 보복을 당했다. 정주영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탈당계 한 장만 달랑 우편으로 보내는 것으로 정치판을 떠났으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룹 경영을 맡은 패자의 친동생은 승자의 집무실에 공개리에 소환돼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많은 현대그룹 사람들이 옥고를 치렀다. 오너가 사라진 뒤 통일국민당도 곧 사라졌다. ‘정주영의 파트너’ 김동길 교수가 천막당사를 꾸렸지만 몇 달 안 돼 관심권에서 멀어졌다.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 공교롭다. 25년의 세월이 흐른 뒤 제 3후보 다크호스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그제 초라한 모습으로 사과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반성과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타이밍을 놓친 데다 회견 내용이 술에 물 탄 듯 밍밍해 여운이 없다. 정주영은 정계은퇴를, 2002년 대선에서 패한 이회창은 ‘선거자금 차떼기 사건’이 터지자 “나를 수사하라”라며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위기는 기회다. 스포츠처럼 정치도 위기를 잘 넘기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안철수는 배포도 전략도 보여주지 못했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
제3 후보의 실패사례는 많다. 정주영뿐 아니라 박찬종, 문국현 후보 등이 줄을 잇는다. 그중에서 안철수에 대한 국민의 아쉬움이 가장 클 듯하다. 안철수가 성공했다면 한국의 정치가 진일보했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복기해본다. 안철수는 갈림길에서 결정적 실수가 세 번 있었다.
첫째, 새정치 깃발을 너무 쉽게 버렸다. 그는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3김처럼 지역연고와 정치적 카리스마가 없다. 그렇다면 내세울 게 정치개혁이라는 대의명분뿐이었다. 어쭙잖게 프로꾼처럼 행세하다 국회의원 정원 감소, 지방선거 무공천 개혁을 철회하면서 정체성을 상실했다.
둘째, 양다리 전략은 과욕이었다. 호남을 집중 공략해 총선에서 이긴 것은 전투의 승리다. 대선이라는 전쟁에서 이기려면 호남을 뛰어넘어야 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퇴장하고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맥을 못출 때 전략을 대폭 수정했어야 했다.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통 큰 전략이 필요했다. 그랬다면 잃는 것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어 최소한 2위에는 올랐을 것이다.
셋째, 박지원과 손을 잡으면서 안철수는 낡은 정치인이 됐다. ‘재벌 정주영+정치초보 김동길’은 음양의 조화가 있었다. ‘김대중+김종필’이거나 ‘노무현+정몽준’도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주는 윈윈 커플이다. 안철수가 정치적 기술에 능한 박지원과 손을 잡으면서 얻은 것은 실전감각, 전투력과 임기응변이었다. 그러나 안철수의 참신성이 떨어진 것은 치명적이었다. 두고두고 ‘박지원 상왕론’에 시달리면서 리더십이 많이 손상됐다.
국민의 눈으로 볼 때 국민의당은 역주행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안철수가 사과 회견을 하는 시간 지방에서 천막을 치고 비대위 회의를 했다. 천막당사를 쳤다면 거기서 삼복더위를 보내는 정치쇼라도 해야 한다. 기껏 “대통령 아들 문준용의 취업특혜 의혹을 파헤쳐야 한다”며 특검을 요구했다.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려 “이유미 단독범행”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친 것에 이어 연속 헛발질이다. 후안흑심의 세상이지만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이런 물타기 수법을 들고 나오는 것은 참으로 졸렬하다.
‘내로남불’의 정치가 대세이긴 하다. 자유한국당 ‘홍준표+류석춘’ 조합의 등장, 추미애 집권당 대표의 독설 등 제 팔 제 흔들기가 유행이다. 현실이 이런데 “안철수만 나쁘냐?”고 억울해할 수 있다. 그러나 안철수는 50대다. 재기의 꿈을 버릴 때가 아니다. 그게 서울시장이든 아니면 다음 대선 때까지 백의종군이든. 그렇다면 국민의당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짓는 데 앞장서야 한다. 패장답게 검찰로 혼자 걸어 들어가든 아니면 파트너인 박지원 전 대표와 함께 손을 잡고 가든 사태를 주도적으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창업주로서 국민의당 역주행도 중단시켜야 한다. 검찰의 칼춤이 길어지면 안철수의 상처는 커지고 실패는 기정사실화된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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