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부터 처절하게 반성해야”
당 안팎서 비판 터져나와
호남 인사들은 탈당 이어가
安, 다음주 입장 표명 전망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가 대선 뒷날인 지난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박지원 전 대표의 말을 듣고 있다. 서재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칩거가 길어지면서 국민의당이 대선 제보 조작 사태의 수렁에 더 깊이 빠져들고 있다.
“안철수를 포함해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비판 탓에 중앙당의 대여 투쟁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호남 내 일부 인사들도 사태를 방치하는 안 전 대표에 대한 실망감 등으로 탈당을 이어가고 있다.
안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은 당 안팎을 가리지 않고 터져 나오는 형국이다.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대선평가위원회 토론회에서 “(안 전 대표 등 대선 지도부가) 조작을 몰랐다면 면죄부야 받겠지만 그게 무슨 조직이라 할 수 있냐”며 “(안 전 대표부터) 처절한 반성을 할 일이지 당원 혼자 꾸민 일이고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가이드라인을 줬다며 비판할 일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대선 후보였던 안 전 대표가 먼저 정치적 책임을 통감하지 않는 이상 추 대표를 향한 당의 전면전은 명분에서 밀린다는 취지다.
강경태 신라대 교수는 사태 대응 실패를 이유로 안 전 대표의 정계 은퇴까지 주장했다. 강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공직은 위로 올라갈수록 책임도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팔이 썩어가고 있는 상황에선 몸이 아프더라도 팔을 자를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젠 안 전 대표가 결자해지(정계 은퇴)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전 대표의 장시간 칩거는 호남 내 기초 조직의 이탈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나유인 국민의당 전북도당 부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 전 대표가 강조해왔던 새정치는 고사하고 공당으로 책임 있는 모습조차 찾아보기 힘들다”며 “김제 지구당 일부 당직자와 400~500명의 당원들도 7월 중 탈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태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지만 안 전 대표의 칩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 수사가 다음 주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 때쯤 (안 전 대표가 입장 표명을)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을 자주 비웠던 안 전 대표는 이날 강원 속초의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선 후 측근들 대부분이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난 상태라 안 전 대표가 혼자 움직이는 일이 많다”며 “안 전 대표가 지난 해 리베이트 수사 초기 공동대표직을 사퇴한 뒤 오히려 ‘너무 성급하게 빠져 나갔다’는 비판을 받아 힘들어 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칩거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재호 기자 next88@hankookilbo.com
대선 다음날인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안철수(오른쪽) 전 공동대표가 박지원 전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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