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루 위험 큰 고소득 자영업자 소득 43% '깜깜'…근로소득자 원천징수율 90% 이상
국세 고액 체납(일러스트)제작 최예린(미디어랩)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여자골프 세계 1위 유소연 아버지인 유모 씨는 자녀 명의로 사업장을 운영해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수십억 원대 아파트 2채도 자녀 이름으로 보유하고 부인과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그는 2001년부터 무려 16년간 서울시에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그가 내지 않은 지방세만 3억1천600만원.
가산세까지 포함하면 내야 할 세금은 더욱 산더미였다.
유 씨는 서울시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매번 납부 능력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방세 체납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지난달 30일 그는 그때야 비로소 체납액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이후 유소연이 나서서 공식 사과도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선 뒤였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국세청이 탈루 위험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96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신고한 총소득은 1조5천585억원이었으나 세무조사 결과 새롭게 드러난 소득은 1조1천741억원에 달했다.
원래 정상적으로 신고됐어야 할 소득(신고소득+세무조사 결과 드러난 소득)이 2조7천326억원인데 43.0%를 신고하지 않은 셈이다.
정상적으로 신고됐어야 할 소득 대비 세무조사로 추가로 밝혀진 소득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적출률은 2011년 37.5%였으나 2012년 39.4%, 2014년 47.0%까지 치솟았다가 43%대로 내려왔다.
소득 적출률이 높다는 것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철저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신고하지 않고 숨긴 소득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고소득 자영업자 중 고소득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으로 한정하면 탈세율이 다소 줄어들지만 그래도 20%를 넘는다.
국세청이 2015년 탈루 위험이 큰 고소득 전문직 20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신고하지 않은 소득은 총 1천499억원으로, 소득 적출률은 25.1%로 파악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 적출률은 탈루 위험이 큰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조사 실적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전체의 탈세율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탈루 위험이 큰 대상만 추출해 국세청이 조사했기 때문에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으로 확대하면 탈세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납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는 월급쟁이들의 조세 저항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세의 특성상 직장인들의 세금은 대부분 국세청에서 파악하고 있다.
신고를 기반으로 세금을 내는 자영업자, 전문직과 비교하면 직장인들이 세금을 피할 여지가 많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받은 급여 등을 통칭하는 국민 계정상 피용자의 임금·급여는 2015년 기준 594조3천383억원이었고 같은 해 국세청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으로 잡은 총 급여는 562조5천96억원이었다.
직장인의 근로소득 94.6%를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루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부가 만만한 월급쟁이 주머니만 털어간다는 인식으로 이어져서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뒤흔들어 월급쟁이들이 세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 정부 첫 세제개편에서 조세정의 바로 세우기에 신경 쓰고 있다.
현 정부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평균 35조6천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그중 연 5조9천억원을 탈루세금 과세 강화로 얻어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가 탈루소득 과세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것 중 하나는 부가가치세 과세 방식 변화다.
탈루율이 높은 유흥주점 등의 부가세를 카드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직접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부가세 과세를 위한 전산 구축, 인력 채용 비용 때문에 난색을 보여 제도 도입이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가 카드사는 물론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부가세 징수 방식 변경을 위해 협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탈루소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납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전 정부들도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매번 강조했지만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초기 지하경제 양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경제·정치 현안에 밀려 지하경제 양성화 과제는 정권 중반 이후 흐지부지됐다.
실제 2013년∼2016년 국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을 보면 2조828억∼4조3천377억원에 머물렀다.
현 정부의 목표와 견주면 적게는 1조2천억원, 많게는 4조1천억원 가까이 부족한 셈이다.
porque@yna.co.kr
국세 고액 체납(일러스트)제작 최예린(미디어랩)
(세종=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여자골프 세계 1위 유소연 아버지인 유모 씨는 자녀 명의로 사업장을 운영해 상당한 수입을 올렸다.
수십억 원대 아파트 2채도 자녀 이름으로 보유하고 부인과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며 호화생활을 누렸다.
그러나 그는 2001년부터 무려 16년간 서울시에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그가 내지 않은 지방세만 3억1천600만원.
가산세까지 포함하면 내야 할 세금은 더욱 산더미였다.
유 씨는 서울시의 요구가 있을 때마다 매번 납부 능력이 없다는 핑계를 댔다.
세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담당 공무원에게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지방세 체납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인 지난달 30일 그는 그때야 비로소 체납액을 한꺼번에 정리했다.
이후 유소연이 나서서 공식 사과도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게 돌아선 뒤였다.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를 막론하고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외치고 있지만,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는 여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16일 국세청에 따르면 2015년 국세청이 탈루 위험이 높은 고소득 자영업자 960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신고한 총소득은 1조5천585억원이었으나 세무조사 결과 새롭게 드러난 소득은 1조1천741억원에 달했다.
원래 정상적으로 신고됐어야 할 소득(신고소득+세무조사 결과 드러난 소득)이 2조7천326억원인데 43.0%를 신고하지 않은 셈이다.
정상적으로 신고됐어야 할 소득 대비 세무조사로 추가로 밝혀진 소득의 비율을 뜻하는 소득 적출률은 2011년 37.5%였으나 2012년 39.4%, 2014년 47.0%까지 치솟았다가 43%대로 내려왔다.
소득 적출률이 높다는 것은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철저히 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신고하지 않고 숨긴 소득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해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고소득 자영업자 중 고소득 전문직(변호사, 세무사, 의사 등)으로 한정하면 탈세율이 다소 줄어들지만 그래도 20%를 넘는다.
국세청이 2015년 탈루 위험이 큰 고소득 전문직 209명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벌인 결과 신고하지 않은 소득은 총 1천499억원으로, 소득 적출률은 25.1%로 파악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소득 적출률은 탈루 위험이 큰 일부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조사 실적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 전체의 탈세율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탈루 위험이 큰 대상만 추출해 국세청이 조사했기 때문에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으로 확대하면 탈세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전체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지 납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세는 월급쟁이들의 조세 저항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원천 징수되는 근로소득세의 특성상 직장인들의 세금은 대부분 국세청에서 파악하고 있다.
신고를 기반으로 세금을 내는 자영업자, 전문직과 비교하면 직장인들이 세금을 피할 여지가 많지 않은 셈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직장인들이 받은 급여 등을 통칭하는 국민 계정상 피용자의 임금·급여는 2015년 기준 594조3천383억원이었고 같은 해 국세청이 근로소득 과세대상으로 잡은 총 급여는 562조5천96억원이었다.
직장인의 근로소득 94.6%를 국세청이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
고소득 자영업자·전문직의 탈루가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정부가 만만한 월급쟁이 주머니만 털어간다는 인식으로 이어져서다.
소득이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는 조세 기본 원칙을 심각하게 뒤흔들어 월급쟁이들이 세금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될 수도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새 정부 첫 세제개편에서 조세정의 바로 세우기에 신경 쓰고 있다.
현 정부는 복지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평균 35조6천억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고 그중 연 5조9천억원을 탈루세금 과세 강화로 얻어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다.
정부가 탈루소득 과세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것 중 하나는 부가가치세 과세 방식 변화다.
탈루율이 높은 유흥주점 등의 부가세를 카드가맹점이 아닌 카드사가 직접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부가세 과세를 위한 전산 구축, 인력 채용 비용 때문에 난색을 보여 제도 도입이 순탄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제를 주관하는 기획재정부가 카드사는 물론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과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부가세 징수 방식 변경을 위해 협의하고 있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탈루소득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납세 당국이 제대로 파악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이전 정부들도 탈루소득 과세 강화를 매번 강조했지만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다.
앞서 박근혜 정부도 초기 지하경제 양성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다른 경제·정치 현안에 밀려 지하경제 양성화 과제는 정권 중반 이후 흐지부지됐다.
실제 2013년∼2016년 국세청의 지하경제 양성화 실적을 보면 2조828억∼4조3천377억원에 머물렀다.
현 정부의 목표와 견주면 적게는 1조2천억원, 많게는 4조1천억원 가까이 부족한 셈이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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