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을 대한민국의 건국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는 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과 이승만 정부에 의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1948년 중 어느 해를 대한민국이 수립된 해로 볼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빚어지고 있는 '건국절 논란'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새로운 국민주권의 역사가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을 향해 다시 써지기 시작했다"며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인 내년이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현 대한민국 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은 것임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3·1 운동으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제이며, 나라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고 명백하게 새겨 넣었다"며 "그것이 지금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됐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우리에게 헌법 제1조뿐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화와 태극기와 애국가라는 국가 상징을 물려주었다"며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했다고 우리 헌법이 천명하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1940년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 최초의 정규 군대인 광복군을 창설했다"며 "모두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우리 군의 역사 역시 임시정부가 창설한 광복군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발언은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이 38선을 돌파한 날인 1950년 10월 1일을 기념하고 있는 현재의 '국군의 날'을 광복군 창설일인 9월 17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과 관련해 주목된다.
건국절 논란은 보수성향의 경제학자인 서울대 이영훈 교수가 2006년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교수는 지난 60년간의 '광복절'을 미래지향적인 '건국절'로 바꾸자고 주장했다.
이후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2007년 9월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광복절을 건국절로 개칭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제출했다.
이듬해 광복절을 전후해 건국절 논란은 정점에 올랐다. 그해 광복절 경축식은 '제63주년 광복절 및 건국 60년 중앙경축식'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치러졌다. '광복'이냐 '건국'이냐를 두고 논쟁이 가열되자 두 단어를 모두 집어넣은 것이다.
또 한국진보연대 등이 참여한 '8·15 민족통일대회 추진위원회'는 광복 63주년의 의미를 강조하는 '8·15 기념대회'를 열었고,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보수성향 단체들은 '건국 60주년 알리기' 행사를 열었다.
건국절 논란으로 국론이 분열되자 정갑윤 의원은 결국, 2008년 9월 '국경일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철회했다.
이후 건국절 논란은 어느 정도 사그라들었으나 논란의 불씨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3·1 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사업' 예산을 놓고 여야가 팽팽하게 맞섰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50억 원이 책정된 사업 예산의 전액 삭감을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왜곡된 정파적 역사관을 예산 심사에서 드러낸다며 비판했다.
결국, 이 예산은 예결위 조정소위에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해 여야 예결위 간사 3명이 참여한 예결위 소소위로 넘겨진 끝에 20억을 깎는 선에서 절충이 이뤄졌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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