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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day, February 26, 2018

"군인 피하려고 딸들을 김칫독에 숨겼어요"

[박만순의 기억전쟁] 8사단 군인들이 충주 살미면에서 자행한 성폭행과 가축 약탈
[오마이뉴스 박만순 기자]
"아그들아 빨리 여기 숨어라."
진씨는 당신의 딸 둘을 김칫독에 숨기느라 정신이 없었다. 진씨 처녀들은 겁이 잔뜩 난 얼굴로 김칫독으로 들어갔다. 진씨는 항아리 뚜껑을 덮었다.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대나무광주리를 올려놨다. 다른 사람이 보면 영락없이 김칫독으로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진씨가 간신히 숨을 돌리자 8사단 군인들이 들이닥쳤다.
"잠시 집안 좀 살펴 보겠소."
진씨가 사시나무 떨 듯 하면서 "무슨 일이십니까?"라고 물었다. 군인들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방문을 열며 집안을 샅샅이 살폈다. 부엌도 뒤지고, 심지어 솥도 열어보고, 아궁이까지 살펴보았다. 하지만 집안에는 쥐새끼 한 마리 없었다. 모두 뒤져본 후에야 "빨갱이들이 이 집으로 들어왔다는 첩보가 있어 수색했소. 잠시 실례했소"하며 옆집으로 이동했다.
진씨는 등에 식은땀이 흐르며 한숨을 쉬었다. 딸들을 구했다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군인들이 다시 집으로 올까봐 여전히 가슴은 쿵쾅거렸다. 겨울 난리 때 군인들이 마을 곳곳에 천막을 설치해 숙식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몇 시간이 지나고 마을에 돌아다니는 군인들이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야 진씨는 마루에 털썩 주저앉았다. 몇 시간동안 긴장했던 마음이 일순간에 녹아내리며, 다리는 후들거리고, 머리는 핑 돌았다. 순간 김칫독에 숨겨놨던 딸들이 생각났다. 진씨는 사방을 둘러보며 뒤꼍으로 갔다. 광주리를 치우고 김치독 뚜껑을 여니 딸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기진맥진해 있었다. "아그들아 군인들이 물러갔다. 아직 안심이 안 되니 불편해도 더 있어라" 딸들은 파란 입술을 떼지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가느골에서 1951년 1월에 있었던 이날의 소동은 비단 이 마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살미면과 면 경계에 있었던 제천시 한수면에서도 있었다. 중공군 참전으로 대한민국 국군이 북한 지역에서 후퇴했다가 다시 북상하던 시기 국군 8사단이 충주시 살미면과 제천시 한수면에 주둔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8사단 소속 군인들은 살미면과 한수면에서 젊은 여성들을 상대로 무작위로 강간을 일삼았다. 피해는 여러 지역에서 나타났으며, 딸들을 가진 부모들은 초비상이 걸려, 10세 중반의 어린 아이들부터 결혼을 앞둔 처녀까지 집과 마을에 숨기기에 바빴던 것이다.
충주시 살미면 신당리 가느골의 진씨 딸 2명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김칫독에 숨었던 것이고, 이들은 천신만고 끝에 화를 면했다. 자매 중 큰 딸은 결혼을 앞둔 이였다.
▲ 증언자 이봉수와 서순남 살미면 피해실태를 증언하는 이봉수와 서순남
ⓒ 박만순
집단성폭행을 당한 후 1주일 만에 죽은 새터말 처녀
1951년 1월 충주시 살미면과 제천시 한수면에는 초비상이 걸렸다. 어린 딸을 가진 부모들이 백짓장 같은 얼굴을 하고 딸들을 숨기기에 바빴지만, 군인들은 젊은 여성들을 귀신같이 찾아냈다.
7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살았던 살미면 신당리 새터말에 비극의 불똥이 튀었다. 군인들이 들이닥쳐 안씨 처녀를 붙잡아 간 것이다. 안씨 처녀는 이웃동네인 제천시 한수면으로 끌려가 군인들한테 집단성폭행을 당했다. 며칠 후 마을로 돌아온 안씨 처녀는 혼이 나갔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집에 돌아온 지 1주일 만에 죽었다. 집단성폭행 후유증으로 사망한 것이다. 당시 같은 마을에 살았던 이봉수(80세. 경기도 이천시)씨는 어제 일처럼 당시를 회상했다.
"8사단 군인들이 살미면 곳곳에서 그 짓을 해버렸어요."
아무리 전쟁 중이라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군인들이 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이봉수씨의 증언을 듣고 살미면 다른 마을에서도 군인들의 성폭행이 있었는지 확인하였다.
확인 결과 피해자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언급된 곳은 없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을에서 군인들의 성폭행을 피하기 위해 김칫독에 숨거나 숯검정으로 얼굴을 새까맣게 칠했다고 한다. 살미면 내사리, 문화리, 공이리에서 다수의 노인들을 상대로 증언을 확보했다. 제천시 한수면에서는 신혼 초 여성을 데려다 성폭행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그렇다면 국군 8사단 어느 부대가 살미면과 한수면에서 이런 야만적인 행위를 저질렀을까? 한국교통대학교 정책연구소 연구위원 전홍식 박사(53세. 충주시)는 "1·4 후퇴 시기에 8사단이 충주와 제천에 잠시 주둔했습니다. 살미면에는 10연대가, 한수면과 덕산면에는 16연대와 21연대가 각각 주둔했어요." 전홍식 박사가 만난 8사단 출신 군인들 중에는 여성들의 성폭행에 대한 증언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 박사는 한수면과 살미면에서 8사단 군인에 의한 성폭행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벌어졌다고 한다.
우리 송아지 살려 주세요
서순남(6.25 당시 13세)은 마당으로 뛰어 가 송아지 다리를 붙잡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운 서순남은 군인들을 향해 "우리 송아지 살려 주세요"라며 손을 싹싹 빌었다. 군인들이 3일 내내 하루에 한 마리씩 황소를 잡아먹었고, 나흘째인 오늘은 송아지마저 잡아먹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에서였다. 군인 한 명이 다가왔다. 서순남이 "아! 송아지를 살려 주려나보다"라고 생각하는 순간 군인은 주저 없이 총을 쐈다.
총알은 서순남의 뺨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안방에 있던 서순남 어머니는 기겁을 하고 마당으로 뛰쳐나왔다. "아이고, 송아지 살리려다 딸래미 잡겠네"하며 딸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다. 서순남 어머니는 딸에게 "순남아! 네가 송아지 다리를 붙잡고 군인들에게 사정해봐라. 그러면 설마 송아지까지 죽이겠냐"라고 한 것이다.
하지만 군인들의 행동은 순진한 모녀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송아지를 살려 달라는 어린 아이에게 총을 쏘았으니 말이다. 시골에서 황소 3마리는 엄청난 재산이었다. 소 3마리를 군인들한테 빼앗기고, 마지막 남은 재산인 송아지 한 마리를 구하려다 어린 아이가 참변을 당할 뻔한 것이다. 서순남이 살았던 살미면 신당리 가느골에서는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소, 돼지, 닭 등 집에 있는 가축이라는 가축은 모두 8사단 군인들의 사냥감이 되었다. 서순남(81세. 경기도 이천시)은 "주둔했던 8사단이 물러간 후에 마을에 가축은 하나도 없었"다고 한다.
이웃 마을인 살미면 신당리 새터말에서는 이봉수의 어머니가 생목숨을 빼앗길 뻔했다. 이봉수 가족이 겨울 난리에 피난 갔다 온 어느 날 군인들이 소 다리 하나를 들고 와 어머니에게 삶아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처음 해보는 일이었지만 군인들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솥에 물을 끓여 소다리를 집어넣었다. 간을 하기 위해 소금을 넣는다는 것이 너무 많이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소다리를 뜯던 군인들이 소고기가 담긴 그릇을 집어던졌다. "이놈의 여자가 소도 제대로 못 삶아!"하며 총부리를 들이댔다. 이봉수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군인들에게 "잘못했습니다"라며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다. 다행히 중대장이 나타나서 만류하는 바람에 이봉수의 어머니는 목숨을 구했다.
여성 성폭행의 경우처럼 8사단 군인에 의한 가축 약탈은 충주시 살미면과 제천시 한수면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살미면 문화리에 살았던 최조태(80세. 충주시 산척면)는 "겨울 난리 때 보은까지 걸어서 피난을 갔었죠. 그런데 피난 갔다 오니까 군인들이 소 한 마리를 잡아먹었어요. 소가 집안의 중요재산 목록인데, 엄청나게 허탈했죠"라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전쟁의 참혹함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여성과 어린이에게 가중된다.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행이 그렇다. 어떤 이들은 전시에 벌어지는 성폭행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그렇지 않다. 아무리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민간인에 대한 민폐를 철저히 단속하고, 특히 여성에 대한 성폭행을 군율로 철저히 다스린다면 그 피해를 아예 없애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67년 전 살미면과 한수면에서 있었던 군인들의 여성에 대한 성폭행, 가축약탈은 앞으로 이 땅에서 절대로 반복되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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