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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February 27, 2018

5년만에 근로시간 단축 결실..'저녁이 있는 삶' 성큼

68→52시간 근로기준법 환노위 의결..영세기업 부담 증가·근로자 양극화 우려도
중복할증 노동계 반발..유급휴일·특례업종 '진일보'
홍영표 국회 환노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 통과 관련 3당 간사 기자 간담회에서 합의 사항 등을 설명하고 있다. 2018.2.27/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7일 주 법정 근로시간을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우리나라가 세계 두번째 장시간 노동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한 첫 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외를 인정하는 노동시간 특례업종도 5개로 대폭 축소되고 공휴일을 민간 부문에서도 유급휴일로 규정해 노동시간 단축에 있어 진일보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영세·중소기업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결과적으로 근로자간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근로시간 주 68→52시간으로 줄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당 법정 근로시간은 최대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됐다. 앞으로 1주는 토·일요일을 포함한 7일로 규정돼 근로시간은 52시간(법정기준근로 40시간(1일 8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
기준 근로기준법상에도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52시간이었지만 1주에 대한 규정이 없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주 단위를 평일 5일로만 해석하고, 토·일요일은 법정근로시간 계산에서 제외했다. 따라서 평일 5일에 52시간, 휴일근무로 토요일 8시간, 일요일 8시간을 더해 최장 68시간 근로가 가능했다.
시행 시기는 사업규모별로 300인 이상 기업 및 공공기관은 오는 7월17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기업은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것으로 했다. 5인 이상 49인 이하 기업은 2021년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5인 미만 기업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
근로시간이 일부 단축됨에 따라 세계적인 장시간 근로국가라는 오명을 씻을지도 주목된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임금 근로자 연간 근로시간은 2071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멕시코(2348시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OECD 국가 평균 연간 근로시간은 1692시간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영계와 노동계의 일부 불만도 있지만 대승적인 차원에서 장시간 노동시간 국가라는 점을 개선하려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 효과는 과거 사례를 비춰볼 때 현장에서 즉각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 박윤수·박우람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법정 근로시간을 주당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인 이후, 10인 이상 제조업 사업체 종사자의 1인당 근로시간이 연간 약 70시간 감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2004~2011년 10인 이상 광업·제조업 사업체(1만1692곳)의 종사자 1인당 노동생산성을 1.5% 향상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 News1 이은주 디자이너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은 현행 유지…노동계는 '반발'
개정안에서는 휴일근로에 대한 연장·휴일수당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고 현행을 유지했다. 노동계가 가장 반발하는 대목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와 연장근로,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요일에 8시간을 일하면 휴일수당으로 통상임금의 50%를 지급받고, 8시간을 넘기면 연장근로이므로 연장수당으로 통상임금의 50%를 중복으로 받게 된다. 휴일과 연장근로를 동시에 하면 통상임금의 100%를 추가로 받게되는 셈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휴일근무가 사실상 연장근로와 마찬가지이므로, 휴일근무 전체에 대해 휴일수당 50%와 연장수당 50%를 더한 통상임금의 100%를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른바 '중복할증' 요구다.
중복할증은 환노위와 노사의 최대 쟁점이었다. 환노위 여야는 지난해 11월 근로시간 58시간 단축의 잠정합의안을 마련했으나 중복할증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여당 일부와 노동계에서 반발하면서 논의는 장기화됐다.
환노위가 중복할증을 끝내 인정하지 않은 배경으로는 기업의 경영상 부담 때문으로 파악된다. 홍영표 환노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7일 합의 직후 SNS을 통해 "중소기업의 경영상 부담을 줄이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환노위는 5인 이상 3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노사합의에 의해 특별연장근로 8시간을 허용하게 해 사용자의 부담을 덜어줬다. 하지만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차별이라며 반발하는 모양새다.
◇중복할증 대신 '공휴일 유급휴일'…특례업종 대폭 축소
대신 개정안에서는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민간에 '공휴일 유급휴일' 제도를 도입하고, 사실상 '무제한 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특례업종을 대폭 줄였다.
기존 근로기준법은 민간기업의 유급휴일을 주휴일(일요일)과 노동절로만 규정하고 있어, 민간 노동자들은 관공서 휴일을 유급으로 보장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따라 설·추석연휴나 삼일절·광복절 등 연 15일 가량의 관공서 휴일을 유급으로 쉴 수 있게 됐다.
공휴일 유급휴가는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20년 1월1일부터 적용되며 30~299인 사업장은 2021년 1월1일, 5~30인 사업장은 2022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근로시간 기준에서 제한이 없었던 특례업종도 기존 26개에서 5개 업종으로 축소됐다. 존치된 특례업종으로는 Δ육상운송업 Δ수상운송업 Δ항공운송업 Δ기타운송서비스업 Δ보건업이 남았으며 운수업 중 노선버스는 제외됐다. 존치업종에 대해서는 노동일간 11시간 연속 휴식권을 보장했다.
노동계에서는 일단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27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공휴일을 일반 노동자에게 확대적용하는 것은 보편적 휴식권을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특례업종 대폭 축소로 법정노동시간 사각지대 해소를 해소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홍영표 국회 환노위원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간사, 임이자 자유한국당 간사, 김삼화 바른미래당 간사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회의실에서 근로시간 단축 관련 법안 통과 관련 3당 간사 기자 간담회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 News1 박정호 기자
◇5년만에 근로시간 단축 '의미'…과제는 남아
근로기준법 개정 논의는 19대 국회 당시인 2013년 6월부터 이어져왔다. 이번 개정안은 5년만에 결실로, 앞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되지만 여야 합의가 이뤄진 만큼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여당은 숙제를 해결했지만 노동계의 중복할증 반발과 기업 규모별 단계별 시행 등으로 인한 근로시간 양극화 문제는 과제가 될 전망이다. 노동계는 "휴일·연장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과도 정면 배치된다"며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상 노동시간을 적용하지 못해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으로 대법원이 조만간 내놓을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관련 선고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성남시 환경미화원 37명이 휴일근로수당 중복할증 지급을 요구한 소송에서 1~2심은 중복할증이 합당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만약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인정하면 기업에서는 과거 3년간 지급하지 않았던 연장근로 할증수당 소급분을 지급해야 하며 줄소송 사태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입법부의 이번 입법화 조치에 따라 법원에서도 이를 감안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영표 위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임위에서 법안을 통과시켰기 때문에 대법원에서는 당연히 개정안을 고려할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 전에 통과시킨 것은 그런 이유"라고 밝혔다.
k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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