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프란치스코 교황이 "위선적 신자보다는 무신론자가 낫다"고 밝혔다고 CNN, 교황청라디오방송 등 외신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교황은 이날 교황청 내 교황 처소 산타마르타 게스트하우스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말과 행동이 다른 천주교 신자를 비판했다. 그는 “만약 당신이 신자인데 사람들을 착취하면서 이중생활을 하거나 더러운 사업을 운영하면 자신을 신자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어 “주변 여러 곳에서 ‘신자인데 저렇다면 무신론자가 더 낫다’는 소리를 얼마나 많이 듣는지 모른다”며 “이것이 바로 물의를 일으키는 일이다. 물의가 무엇이냐? 말과 행동이 다른 것이다”이라 비난했다.
교황은 돈 세탁 범죄자, 자신의 직원들을 착취하면서 자신은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기업가를 죄인의 예로 들었다.
이 교황의 발언은 목요미사 중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성경구절을 읽다가 나왔다. 이 구절에는 예수가 다른 사람들을 죄를 짓게 하느니 물에 빠지는 것이 낫다고 말한 내용이 있다. 이 구절에 대한 천주교 교리는 스캔들을 저지르는 죄인에 대해 사기를 조장하는 사업가, 학생들을 선동하는 교사, 사람들이 도덕적 가치에서 벗어나게 하는 조장자 등이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교회는 직접 또는 간접으로 다른 사람들을 잘못 인도하는 사람은 조장된 죄악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가르친다.
이에 교황은 이날 무신론자가 위선적 신자보다는 낫다고 역설한 것이다.
교황이 이전에도 무신론자를 언급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그는 즉위 직후 모두에게 천국이 열려 있다고 설교하면서 “신은 신자가 아니라 우리 모두를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했다”며 “무신론자도 구원했는지를 묻는다면 심지어 무신론자까지 포함한 모두”라고 주장했었다.
교황은 이어 “우리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선을 행해야 한다‘며 "신부님, 저는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선을 행해야 한다. 그러면 우리는 거기(천국)에서 서로 만날 것“이라고 말했었다.
교황청은 이후 성명에서 교황이 단지 신의 은총이 모두, 심지어 무신론자에도 내려진다는 점과 신자와 비신자에게 함께 선을 행하자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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