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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dnesday, February 28, 2018

[단독] 강원랜드 수사 때 ‘고검장 정보 유출’ 녹취록 나와

최흥집 전 사장 대포폰 통화 내용
춘천지검서 보고서·증거 제출 불구
‘고검장·권성동·염동열’ 삭제 지시

권 의원, 최 전사장 쪽과 100여회 통화
당시 고검장 “정보 미리 알리진 않아”
검찰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전직 고검장이 기소 예정 사실을 유출한 정황이 담긴 녹취파일을 확보했으나, 수사 지휘부가 논란을 우려해 증거목록에서 해당 고검장의 이름을 빼도록 수사 검사에게 외압을 넣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최흥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변호인이 100차례 이상 통화 등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단장 양부남 광주지검장)은 최근 이런 내용이 담긴 수사기록 등을 확보해 외압 여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 간부가 사건처리 결과 미리 알려줘”

검찰과 법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검찰은 지난해 9월20일 강원랜드 부정청탁과 특혜채용 의혹과 관련해 최흥집 전 사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고, 최 전 사장의 ‘대포폰’을 확보했다. 검찰은 이 대포폰에서 최 전 사장이 채용비리 핵심 브로커로 지목된 최아무개씨와 통화한 내용이 담긴 녹취파일 2개를 발견했다. 최씨는 최 전 사장 재임 시절 강원랜드 직원으로 근무하며 국회 대관업무 등을 맡았고, 국회의원 등의 채용청탁을 최 전 사장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이 확보한 녹취파일에는 최씨가 전직 고검장으로부터 사건과 관련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언급돼 있었다. 최씨는 최 전 사장과 통화하며 “○○ 형(전직 고검장)이 (남경필) 지사님의 보좌관이 얽힌 ‘후원금 쪼개기’ 사건의 처리 결과를 하루 전날 미리 알려줬다”며 “(검찰이) 약식기소한다고 해서 내가 그걸 지사님께 미리 알려줬고, 그때 (지사님이) 고맙다고 하면서 ○○ 형을 만나겠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이 녹취파일의 정확한 녹음 날짜는 나오지 않지만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직권남용 사례를 들며 전날 구속됐다는 걸 언급한 점에 비춰, 통화 시기는 2016년 11월7일께로 추정된다. 이 녹취록에 언급된 전직 고검장은 당시 사건 처리 결과를 알 수 있는 지휘라인에 있었다.

당시 춘천지검 수사팀은 ‘최흥집 대포폰 통화 내역과 녹취록’에 대한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며 대포폰 압수 경위와 녹취록 주요 내용을 정리해 보고했고, 이후 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권성동 의원, 최 전 사장 변호인과 100여 차례 연락

하지만 이런 수사보고서를 접한 춘천지검 고위 간부는 이를 덮는 데 급급했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안미현 검사는 최근 검찰 수사단에서 “이건 검찰 고위 간부의 공무상 비밀 누설인데 이 내용이 나가면 골치 아파지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얘기를 윗선으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검사가 이 사건의 핵심인 최씨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반려됐다고 한다. 더구나 검찰 수뇌부는 최 전 사장의 재판 과정에서 전직 고검장뿐 아니라 권성동·염동열 의원 등의 이름이 언급된 부분을 모두 증거기록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특히 최씨가 최 전 사장과 통화한 녹취파일에는 “○○ 형(전직 고검장)이 (강원랜드 수사의) 지휘라인이 아니니 춘천지검 통해서 그때처럼 세게 챙겨야 한다. 권성동 의원에게도 세게 챙겨달라고 하라”고 언급한 내용도 등장한다. 실제 당시 검찰은 수사가 진행되던 시기에 권 의원과 최 전 사장의 변호인이 100여 차례 연락한 사실을 확인했다. 최씨의 말대로 권 의원이 사건을 ‘챙겼을’ 가능성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녹취록에 등장하는 전직 고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최씨는 알고 지내던 고향 후배로 당시 경기도청에서 일하고 있었다. 같이 일하는 동료 직원이 ‘후원금 쪼개기’ 사건의 피의자 중 한 사람이어서 사건 처리 결과를 알고 싶어했고, 기소한 날 오후에 사실을 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사건 당사자가 아닌 사람에게 처리 결과를 알려준 것은 잘못됐다고 할 수 있지만, 최씨가 전날 알았다는 건 착오인 듯하다”고 해명했다. 강원랜드 사건과 관련해서도 “최씨가 최 전 사장 사건에 관해 물어와 변호인과 잘 상의하라고 한 적은 있지만, 수사팀이나 수사 지휘라인에는 전화 한 통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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