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늦은 진짜 세월호 항적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81회
생존자 최은수씨 “항로 평소와 달라, 섬 받아버리는 줄…”
생존자 최은수씨 “항로 평소와 달라, 섬 받아버리는 줄…”
세월호 침몰의 원인을 밝힐 가장 기초적인 자료인 항적기록은, 사고 이후 1년9개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해양수산부가 세월호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토대로 공개한 항적, 침몰 전 마지막 5분이 담긴 해군 레이더 기록, 그리고 사고 직후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던 둘라 에이스호의 레이더와 영상이 기록한 세월호의 위치가 모두 다르다. 정부와 군이 밝힌 항적 기록부터 다른 셈이다.
세월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상을 샅샅이 훑으면서 진실의 조각을 맞춰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만들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정부와 군이 밝힌 세월호의 항적에 각각 나쁜 항적, 이상한 항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따왔다. 김 감독은, 둘라 에이스호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짜 항적인 ‘좋은 항적’을 추적해왔다. 김 감독이 둘라 에이스호의 기록을 신뢰하는 이유는, 세월호 후방 11㎞ 지점을 운항하다가 세월호가 이상 변침을 시작하자 레이더상 위치를 기록했고, 승객 구조를 위해 사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해 영상을 촬영했으며, 사고 직후 진도 해상관제센터(VTS)가 통신망을 통해 근처를 지나는 다른 선박들에 세월호의 위치 좌표를 잘못 안내하자 이를 정정해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한겨레TV>의 시사탐사쇼 ‘김어준의 파파이스’(이경주 피디·박연신 작가) 81회에서, 기기 오작동 혹은 은폐를 걷어낸 ‘좋은 항적’을 공개한다.
김 감독의 집요함이 찾아낸 좋은 항적은 충격적이다.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세월호가 사고현장 부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최은수씨는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화물기사인 최씨는 세월호 사고 이전 1년 동안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세월호, 혹은 같은 항로로 운항한 오하마나호를 이용해 제주도를 오간 경험이 있어 항로와 주변 풍경에 익숙한 편인데, 사고 당일 “세월호의 항로가 평소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또 해경과 선원이 사고 직후 조타실에서 가지고 나온 의문의 물체(http://goo.gl/QkNmfd, 파파이스 66회 참조)가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흰색의 사각 물체에 대해 당사자인 박상욱 경장은 지난달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 쪽은 여전히, 선원인지 몰랐고 승객으로 알고 구조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풍도에 바싹 붙은 ‘좋은 항적’과 에코사운더 기록 가능성을 정밀한 해저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에 이른다. 섬은 물로 둘러싸인 땅이라, 물 아래에도 육지의 산맥 같은 것이 있다.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의 기록만 보면 세월호의 항적이 정말 이상하지만, 둘라 에이스호가 지목한 사고현장으로 옮기고 여기에 해저지형도를 겹쳐보면, 물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급격한 각도의 이동이 기록된 이상한 항적 지점마다 바다 밑에 산 혹은 산맥이 솟아 수심이 낮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설이지만, 거기에 세월호의 닻이 걸렸을 때 해군 레이더에 기록된 세월호의 이상한 움직임이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실을 말해줄 세월호는 아직도 깜깜한 바다 속 깊은 곳에 가라앉아 있다.
김보협 기자bhkim@hani.co.kr
해저 지형과 관계 있다!
앵커 내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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