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탄압에도 타오른 촛불…명진스님 단식 선언

조계종의 갖은 압박에도 제4차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가 1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봉행됐다.

조계종의 갖은 압박에도 제4차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가 1200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봉행됐다. 이날 법회에는 불자들뿐만 아니라 조계종의 총장 선출 외압으로 학내 갈등을 겪었던 동국대 학생들도 참가해 조계종의 적폐청산을 염원했다.

오후 6시 경, 한 차례 비가 흩뿌린 보신각 광장에 불자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같은 자리에서 열린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후 차분히 법회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6시 30분, 청정승가공동체 구현과 종단개혁 연석회의가 개최하는 제4회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의 막이 올랐다.

“1인 시위, 자신과의 싸움…스님들 힘 실어 달라”

1부 여는 마당에서는 여성 듀엣 ‘솔가와 이란’의 공연이 펼쳐졌다. 오후 7시 정각에는 ‘보신각 촛불법회’ 검색 퍼포먼스가 열렸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맞아 네티즌들이 ‘고마워요 문재인’ 검색 이벤트를 벌였음에도, ‘보신각 촛불법회’가 실시간 이슈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부 촛불법회에서는 조계사 일주문 앞 1인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가루라 보살이 마이크를 잡았다. 가루라 보살은 “호법부 스님들이 시위 참가자들에게 욕하는 것을 직접 들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힘든 것은 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아침마다 ‘이것이 가능할까?’ ‘우리의 말을 들어주기나 할까?’ 고뇌하면서 나온다. 하루 종일 곤죽이 되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갈 때, 도반들끼리 ‘아프지 말고 내일 또 나와’하고 말한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그런데 수좌스님들이, 원로스님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응답하고 계신다. 앞으로 더 많은 스님들이 나오셔서 저희 시위자들, 봉사자들에게 힘을 주셨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이어 용주사신도비대위 상임고문 이영자(진여성) 보살, 장명순 위원장, 송재형 사무총장이 무대에 올랐다. 이영자 상임고문은 “그간 어려운 일이 많았다. 자승 총무원장, 성월 주지 때문에 안압이 올라 눈이 보이지 않는데도 비대위 활동을 계속했다. 정말 너무한 것 같다. 3년이 지났다. 이제는 제발 적폐청산을 해 달라.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정지영 감독 “투쟁 즐겨야 행복…끝까지 투쟁”

시민사회 원로 정지영 감독은 “투쟁을 즐기라”고 조언했다. 정 감독은 연대의 말씀을 통해 “저는 여러분들이 이 투쟁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내일이라도 조계종이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왜 안 되지? 하고 안타까워하고 온 힘을 다하면 금방 나가떨어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중파에서 조계종 적폐 문제를 한 번 방송한다고 적폐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보다 여러분들이 목요일마다 즐겁게 투쟁하는 것이 곧 행복이다. 이 행복을 이웃, 친구와도 나눠야 한다. 다음 주에 한 사람 더 집회에 데리고 나오며 조금씩 열심히 끝까지 투쟁하면 된다”고 당부했다.

법사로 나선 명진스님은 ‘조계종 적폐’를 조목조목 짚으며 이를 ‘자승 적폐’로 불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명진스님은 “자승 총무원장이 들어선 후에 성매수, 성추문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지 않는다. 그런데 용주사 주지 범계의혹에 대해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만약 자승 원장이 은처자가 없다면, 성월을 종헌종법에 의해 징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같은 부류로 의심 받을 여지가 충분하다. 종회도 마찬가지다. 종회의원 81명 모두 한 사람도 이 문제 거론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들이 은처자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스님은 적광스님 폭행사건, 동국대 외압 사태, 언론탄압 사태, 돈선거 논란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명진스님 “‘자승 적폐’ 청산 무기한 단식” 선언

명진스님은 “법보신문이나 불교신문은 저에게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불교를 망친다’고 한다. 누가 외부세력과 손을 잡았나. 2007년 이명박 대통령 만들자고 건배를 외쳤던 자승이다. 이교도와 손을 잡은 자승이 조계종의 적폐세력 아니냐. 황교안 법무장관에게 ‘장관님 화이팅’ 문자를 보낸 자승이 외부와 손을 잡고 불교 망치는 세력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적폐 청산을 위한 단식을 선언했다. 명진스님은 “조계종의 모든 적폐는 자승 원장으로부터 기인한다. ‘조계종 적폐’가 아니라 ‘자승 적폐’라 불러야 한다”며 “‘자승 적폐’ 청산을 위해 저는 내일부터 조계사에서 무기한 단식에 들어가고자 한다. 자승 원장이 퇴진하고 적폐가 사라질 때까지 단식을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발원문 낭독을 마친 불자들은 촛불행진에 나섰다. 당초 광화문 광장을 거치는 코스가 논의됐으나, 거동이 불편한 참가자들을 고려해 종로구청과 일본대사관을 거쳐 조계사로 향하는 코스로 조정됐다. 참가자들은 ‘정법수호 파사현정’ ‘적폐청산 자승퇴진’ 등의 구호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행진이 길어짐에 따라 인원도 점차 늘어났다. 종로경찰서 관계자는 "행렬 인원이 지난주보다 200명 가량 늘었다"고 했다.

조계사 일주문 앞은 지난 1~3회 촛불법회 때와 마찬가지로 경찰 200여 명이 지키고 있었다. 불자들은 조계사와 조계종 청사를 향해 ‘적폐청산’ 구호를 외치고 보신각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행진이 끝난 후 허태곤 참여불교재가연대 상임대표가 정리발언을 했다. 허 대표는 "우리가 가는 길은 옳은 길이다. 옳은 길이라도 가지 않으면 소용 없다. 우리는 옳은 길을 향해 파사현정의 그날까지 끝까지 나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즐겁게,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한편, 이날 현장에서는 874만원 가량의 보시금이 모금됐다. 지난주(818만원)에 비해 60만원 가량 많은 금액이다. 해당 보시금은 법회 기획 및 진행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제5차 조계종 적폐청산 촛불법회는 8월 24일 오후 6시30분 서울 보신각 광장에서 봉행된다.

여수령 김정현 기자 budgat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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