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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esday, August 15, 2017

MBC 노조, 고영주 이사장 '블랙리스트' 지휘 정황 폭로

언론노조 MBC본부, 2월 사장 면접 이사회 속기록 공개…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 조합원 겨냥 “리포트 안 시킬 방법 없나” 김장겸 “과거 히스토리 주로 본다” 부당노동행위 파장 클 듯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지난 2월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이하 방문진)에서 진행된 MBC 사장 후보자 면접에서 박근혜 정부 측이 추천한 구여권 이사들이 김장겸·권재홍 등 사장 후보자들에게 언론노조 MBC본부 소속 인사들에 대한 배제를 지시하고 이에 후보자들이 다짐하는 정황이 폭로돼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노조 MBC본부(이하 MBC본부)는 당시 방문진 속기록을 입수해 1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폭로에 나섰다. MBC본부가 입수한 속기록에 따르면 MBC본부 조합원에 대한 방문진 이사들의 적대감과 배제 지시 정황이 도드라졌다. 노동조합법에 저촉되는 ‘부당노동행위’로 간주될 소지가 있는 발언이 쏟아졌다.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MBC본부 조합원들을 ‘유휴 인력’, ‘잔여 인력’ 등으로 표현했고 노골적으로 이들에 대한 관리 방안 등을 물었다.이날은 구야권 최강욱·이완기·유기철 이사들이 일방적인 후보 선임 절차에 반발해 이사회에서 퇴장하며 구여권 이사 6명만 참여해 후보자 면접이 이뤄졌다.
속기록에 따르면 고 이사장은 MBC본부 조합원들을 겨냥해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다”며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광동 이사도 “전체 맨파워가 그것(조합원 배제)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는 질문을 던졌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MBC 대주주) 이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대해 권재홍 후보(현 MBC플러스 사장, 당시 부사장)는 “경력기자 가운데 앵커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며 “뉴스데스크를 하는 기자들 90%가 비노조원, 경력기자”라고 말했다.
권 후보는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MBC본부)는 하나도 없다”며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느냐”고 말했다. MBC본부 소속 기자들에 대한 배제를 치적인 것처럼 설명한 것이다.
그는 또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에 많이 보내놨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다”, “안 될 사람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런 자리(소위 내부에서 ‘유배지’로 지칭되는 비제작부서)는 충분히 더 만들어갈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MBC 기자·PD를 비제작부서로 발령할 때 사측은 “능력과 적성에 따라 인력을 배치했다”고 주장해왔다. 실상은 MBC본부 조합원들을 배제하기 위한 조처였음을 경영진 스스로 실토한 것이다.
김장겸 당시 후보(현 MBC 사장)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여권 유의선 이사(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가 “박정희 대통령도 사람을 잘 썼기 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주변에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있느냐”고 묻자 김 후보는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본다”고 밝혔다. 즉, 파업에 참여했거나 비판적 목소리를 내는 구성원들을 계속 배제해왔고 앞으로도 배제할 것이라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
방문진 이사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2월 방송된 MBC PD수첩 ‘탄핵, 불붙은 여론전쟁’ 편과 관련해 고 이사장은 “(해당 방송) 인터뷰에 나온 사람이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는데 태극기 집회에 돈 받고 나간 것처럼 발언했다”며 근거 없이 조작설을 제기했다.
권재홍 후보는 “명백한 보도 조작이고 해고감이다. 그것은 빨리 조사해서 어떻게 된 경위인지 밝혀내야 한다”고 맞장구를 쳤고, 같은 질문에 대해 김장겸 후보는 “조작 여부는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진상조사를 시키겠다”고 밝혔다.
▲ 김장겸 MBC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MBC본부는 16일 “이날 대화를 계기로 시사보도 프로그램 제작진에 대한 탄압과 부당노동행위가 노골화되기 시작했다”며 “김장겸 사장 취임 이후 시사매거진2580 부장이 전격 경질됐다. 곧바로 조합원인 중견 기자 5명이 뉴미디어뉴스국과 중계팀 등으로 무더기로 쫓겨났다. 블랙리스트가 또 한 번 작동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이어 “방문진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MBC 전·현직 경영진과 공모해 노동조합 조합원을 편향된 이념집단으로 매도하고 방송 프로그램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는 걸 자백했다”며 “이는 노동조합법을 위반한 부당노동행위이자 방송 편성과 프로그램에 부당하게 개입한 방송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고 이사장에 대해선 “MBC 블랙리스트를 사실상 총 지휘하고 관리 감독한 주범이자 진짜 배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지난 2월 사장 후보자 면접은 사실상 중대 범죄행위 지시, 실행을 함께 모의한 자리였다”며 “이에 관여한 자들은 모두 공영방송 이사와 사장으로서 부적격임은 물론 형사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범죄 행위를 모의한 자리에서 이뤄진 김장겸 사장 선임은 원천 무효”라며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고영주 등 문제 인사들을 해임하라.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범법자들을 기소하라”고 촉구했다.
고 이사장은 16일 오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가급적이면 파업을 했던 분들도 공정방송에 협조하고 정상적으로 업무를 하면 다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면서도 “그럼에도 그렇게 못하겠다는 분들, 즉 이념 편향이 있는 사람들은 (기자, PD, 아나운서 등) 공정성이 필요한 분야·자리에 둘 수 없지 않느냐, 이념 편향과 상관없는 일을 할 자리가 (MBC 내에) 있느냐는 취지로 궁금해서 물어본 것”이라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프로그램 개입’ 의혹에 대해서 “내가 MBC 프로그램에 개입할 수 있느냐”며 “상식적으로 내가 개입한다고 하면 PD수첩 종사자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 미디어오늘은 MBC본부가 공개한 속기록 중 일부를 게재하고 이날 면접에서 나온 김장겸 사장의 발언은 따로 정리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제2차 임시이사회 속기록 (발췌)
-유의선 이사 : “많은 인력이 노조 가입 등등해서 편향된 제작물을 가져온다거나... 인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아주 오랜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어떻게 구체적인 전략을 가지고 극복하시겠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지금 언론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PD도 있고 기자가 있는데 PD들이 만드는 것은 다 편향된 시각을 가지고 만들기 때문에 위에서 어떻게 하라고 해도 방향을 수정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그것을 설득해서 저널리즘 가치를 지켜라, 설득을 해서 안 되면 그것은 손을 떼게 해야 합니다. 손을 떼게 하고 빨리 외부에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PD들을 뽑아서 자리를 수혈해 나가서 올바른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해야지, 지금 계속 PD수첩에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60%가 있는데 거기에서 만든 것을 계속 감시만 하고, 또 게이트키핑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는 계속 구멍이 뚫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번에 저희가 경력사원 뽑을 때 PD들도 한 20명 뽑아야 한다, 그리고 요즘 케이블, 종편 이쪽에 많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 방법 아니고서는 솔직히 말해서 언론노조가 전면 파업을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보도국에 뽑아 놓은 경력기자들이 그나마 중심 잡고 온갖 수모 겪으면서도 일하고 있고, 자기들이 파업하면 오히려 뉴스가 더 잘 나갈 것 같으니까 지금 못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면에서는 계속 인력 보강을 해서 메울 수밖에 없다, 저는 설득을 통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의선 이사 : “기존의 인력은 어떻게 합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저는 기존의 인력은 미래방송연구소도 있고, 방송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도 있고,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방송을 나가는 그런 조직에는 맞지 않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우리 방문진에서 MBC 내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어서 궁금해서 그러는데, 이를테면 앵커로도 안 내세우고 중요한 리포트도 안 시키고 그렇게 할 만한 여력이나 방법이 있기는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언론노조 말고요?”
-고영주 이사장 : “예. 이를테면 보도본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나 3노조원들….”
-김광동 이사 : “전체 맨파워가 그것을 버텨낼 정도가 되냐….”
-고영주 이사장 : “부사장님께서는 그런 사람은 앵커로도 내세우지 말아야 하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렇지요. 앵커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영주 이사장 : “글쎄요. 그렇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거기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그렇게 할 수 있는데도 안 하는 것인지, 하지 못할 피치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인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경력기자 중에도 앵커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있는데도 이렇게 (기존 기자들을) 쓰니까 자꾸 말이 나오는 것이지요. ‘왜 그러나? 눈치보기 하는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이것은 진짜 비공개니까, 그렇게 뽑아서 앵커를 시켰으면 당연히 노조 탈퇴하고 앵커가 정말 중립적인 보도를 해야 하는데 (노조) 탈퇴도 하지 않고 있으면서 ‘나는 앵커 안 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앵커하는 사람이 유튜브에 나서서 리포트하고, 이것은 누가 봐도 3노조 경력기자를 떠나서 조직 관리를 저렇게 해서 되겠나?”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아까 간단하게 비례를 말씀하셔서 65:35인가 이를테면 일하는 조직이 35명이면 일을 잘 하지 않고 비협조하는 사람들이 65% 된다는 취지로 말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것이 아니고 언론노조 조합원이 65%이고, 경력기자나 3노조 조합원이 35%입니다.”
-고영주 이사장 : “결국 그 취지가 일을 하는 사람들은 35%이고, 1노조 중에서도 일을 잘 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1노조 중에도 리포터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데스크’ 하는 기자들은 거의 90%가 다 비노조원, 경력기자들입니다.”
-고영주 이사장 : “어쨌든 간에 우리가 믿고 맡길 수 없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 것으로 듣고 있는데 그러면 잔여 인력을 아까는 어디어디에 보내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이를테면 그렇게 이념이나 성향과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이 있습니까? 어떻습니까? 잔여인력을 그런 데서 활용할 수 있는지, 아니면….”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제가 부사장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이 그 부분입니다. 도저히 보도 쪽에는 쓸 수 없는데 그렇다면 어디로 보낼 것인가? 그래서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보내고…(중략) 마이크 잡고 글을 쓰는 것 말고 여러 군데 직무를 개발하게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서 연구소같은 것도 만들 수 있고…. (중략)”
-고영주 이사장 : “잔여 인력을 그런데다가 배치를 하면 이를테면 보도하는 데 엉뚱한 소리가 나온다든지, 엊그제 PD수첩 같은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우리가 보도인력의 전체 모든 인력을 3노조나 경력기자 중심으로는 할 수 없는…. 그래서 제가 더 뽑아야 된다고 하는 이유가 예를 들어 뉴스데스크의 모든 리포트를 경력기자나 가치관이 똑바른 기자들이 만들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숫자가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에 각 부서마다 그런 인력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검찰팀이 9명인데 검찰팀에 1노조는 하나도 없다. 전부다 경력기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검찰에서 이상한 기사가 안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렇지 못한 조직에서는 꼭 일이 터지게 돼 있습니다.”
-고영주 이사장 : “유휴 인력을 어디 쓸 데가 있으면 부사장님 말씀대로 참신한 경력기자들을 많이 뽑아서 일을 시키면 되는데 그 유휴인력을 해고할 수도 없고 원로원처럼 모셔놓을 수도 없고….”
-권재홍 MBC 사장 후보 : “그래서 지금까지 그런 유휴 인력들을 경인지사라고 있는데 거기에 많이 보내놓았고 다른 부분에도 많이 보냈습니다. 언론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정말 보도 쪽에 일을 하기 힘든 그런 강성 조합원들은 다른 일을 하도록 해 놓은 상태인데 그래도 아직 일부 남아있기 때문에 그 친구들을 주요 포스팅에 쓸 수 없는 것이지요. 그 모든 조직을 안정적으로 보도를 정말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하려면 계속해서 더 뽑아서 안 될 사람들은 다른 데로 배치하는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그런 자리는 충분히 더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 김장겸 사장 후보자(현 MBC 사장) 면접 주요 발언
△편파 왜곡 보도, 노조원 격리 배제 시사
“정말 안의 내부에서는 매일매일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합니다. 어떻게 해서 우리가 고영태 녹취파일이 나갈 수 있느냐고 하는데 그냥 쉽게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객관성, 독립성, 불편·부당성을 천명하고, 여론으로 위장한 선동과 선정적 내용을 옮기지 않고 거짓으로부터 참을 가려내는 보도에 주력하겠습니다.”
(유의선 이사 : 정말 우리가 우려하지 않을 정도로 자율성을 부여할 수 있는 사람이 주변에 있습니까?) “저는 (사람을 쓸 때) 과거의 히스토리를 주로 봅니다. 이 양반이 회사를 여태까지 쭉 다니면서 어떻게 했는지 몇십 년….”
△PD 저널리즘 폄하
“PD의 시사 문제 다루는 것을 PD저널리즘이라고 하는 것이 우리나라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략) 이것을 한꺼번에 어떻게 바꿀 수 있느냐? 시사제작국을 보도본부 산하로 끌고 온다든지 여러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습니다.”
“PD들은 시사프로그램을 못 한다, 하지 말라고 하면 난리가 날 테고, 그러나 하여간 공정하게 할 수 있는 그런 것을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래도 지금 많이 좋아진 것이니까 살펴주십시오.”
△ 자평
“지금은 이렇게 골이 깊어졌지만 보도 부문에서 이념적으로 정치적으로 저를 반대하는 친구들도 제가 그렇게 말이 안 되는 친구다, 이렇게 평가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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