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녀 부정입학 의혹을 보도한 기자가 무죄판결을 받았다. 지난해 총선 뉴스타파는 나경원 후보의 자녀가 부정입학을 한 의혹을 보도했으며 나경원 의원 측은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재판부는 보도 내용의 진위를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보도한 내용의 중요 부분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나경원 의원이 ‘공인’이고, 그와 관련한 ‘부정행위 정황’을 포착한 기자가 이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반론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도 무죄 선고의 이유로 밝혔다.
이 당연한 결과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일찌감치 부인해왔다. 지난해 총선 기간 중앙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해당 보도에 대해 ‘경고’ 제재를 내렸고 이의신청도 기각했다. 같은 의혹을 제기하거나 인용보도한 매체도 제재를 받아야 했다.
▲ 지난해 뉴스타파 보도화면 갈무리. |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에 제재 사유를 물으니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후보자와 관련한 명확히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객관성이 결여된 방식으로 보도했다”고 밝혔다. 반론을 받으려 했다고 지적하자 “길거리에서 들이대는 식으로 자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했다. 제대로 반론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재의 핵심 사유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정반대다. 재판부는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판단했을 뿐더러 “보도 이전에 취재를 통해서 사실을 확인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제대로 반론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는 제재 사유는 “피해자들에게 서면질의를 하는 등 반론할 기회를 충분히 부여하기도 했다”는 재판부의 판단과 배치된다.
이 뿐이 아니다. 미디어오늘이 오픈넷과 함께 지난 총선 당시 중앙선관위가 삭제한 게시글 현황을 분석한 결과 무려 191건의 나경원 후보 자녀 관련 게시글이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보도가 제재를 받게 되니 이를 이유로 관련 게시글들에 대해서도 단속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애인 전형 반짝 생겼다가 없어진...의혹 해명할 차례” “나경원 의원 딸 입학 후 장애인 전형 폐지” 등은 전형 합격자가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폐지라는 단어를 썼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우리엄마가 나경원이야’ 말고도 관련된 의혹은 더 있다”고 밝힌 게시글도 삭제됐다. 선관위 관계자는 일부 게시물의 삭제 배경에 대해 묻자 “잘 알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자의적 판단으로 표현의 자유가 침해된 것이다.
▲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삭제된 게시글. |
▲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총선 기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해 삭제된 게시글. |
선관위는 잘못된 제재에 대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 지금이라도 재심을 거쳐 제재를 취소해야 한다. 그게 안 된다면 최소한 어떤 위원이 어떤 이유로 이 같은 제재를 내렸는지, 누구의 판단으로 게시글을 삭제했는지 과정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지난해 선관위에 회의록을 요구하자 “어떠한 경우에도 공개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선거기간 방송을 심의하는 선거방송심의위는 회의 전체가 기자들에게 공개되는 것과 비교하면 납득하기 힘들다. 심의 결과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밝혀졌으니 지금이라도 의사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성이 있다.
“공공성·사회성을 갖춘 사안을 보도하는 경우 언론자유의 제한이 완화돼야 하고, 공적 존재·관심사에 대한 감시와 비판 등은 쉽게 제한돼선 안 된다.” 1심 판결문 중 일부다. 앞으로의 선거에서 선관위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사과와 재발방지를 분명히 하지 않는다면 선관위를 향한 불신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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